“신중년 시인이 길 위에서 건져 올린 생명의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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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에게 공간은 생명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시인은 공간을 찾기 위해 끝없이 길을 나선다.
신산(辛酸)한 삶을 살아온 시인이 그간 스쳐간 수많은 여행과 산책을 고쳐 쓴 책 《마음의 장소》를 출간했다.
시인은 《마음의 장소》를 준비하며 여전히 길 위에서 서성거리는 자신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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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조창완 북 칼럼니스트)

시인에게 공간은 생명 같은 존재다. 하지만 그 공간은 그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시인은 공간을 찾기 위해 끝없이 길을 나선다. 신중년 시인 중 가장 많은 애독자를 보유한 나희덕 시인도 예외는 아니다. 신산(辛酸)한 삶을 살아온 시인이 그간 스쳐간 수많은 여행과 산책을 고쳐 쓴 책 《마음의 장소》를 출간했다. 서문에서 삶을 견디게 하는 두 가지를 산책과 여행이라고 말하는 시인은 "목적지 없이 걷다가 만난 마음의 장소들이 저를 품어주고 길러줬다"고 말한다.
이번 책은 시인이 만난 장소와 그곳에서 빚은 47편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구년을 보냈던 영국과 아일랜드, 학회 행사를 위해 방문했던 프랑스 오베르뉴와 코스타리카, 여행을 위해 찾아간 튀르키예 앙카라와 카파도키아, 미국 시카고와 뉴욕의 거리 등 외국은 물론이고 전주 한옥마을, 무안의 회산 백련지, 고흥의 소록도와 나로도 등 적요로운 한국의 거리 곳곳을 소중히 걸으며 두 눈에 담았다. 시인에게 길은 우연이 아닌 숙명이며, 갈망이다.
"새들의 자유는 이렇게 정주(定住)의 욕망이 없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인간은 왜 대지에 뿌리내리는 일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울 수 없을까."
시인은 《마음의 장소》를 준비하며 여전히 길 위에서 서성거리는 자신을 만났다고 고백한다. 이 책에서 시인이 걷고 머무르는 시간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연속성을 지닌 행위다.
"내가 써온 시들 역시 그 울음소리를 닮아있다. 내 시뿐 아니라 문학이란 대체로 그런 삐걱거림 또는 파닥거림의 기록이 아니던가."
하지만 누구나의 기록이 시가 되고, 산문이 되지는 않는다. 시인은 생태주의자들이 발간하는 《녹색평론》의 오랜 지킴이 중 하나로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또 위협받는 여성의 삶을 지키는 데도 누구보다 앞장섰다. 그런 시인은 이제 떠나는 것에 더 익숙한 것 같다. 그래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물과 함께 수면 위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이야말로 연못이 스스로 본질을 드러내는 때일 수도 있다. 그것은 고통스러운 경험이지만 자기 정화와 생명의 순환을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순을 넘긴 시인은 여전히 시계가 이끄는 대로 하루를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산책과 여행이라는 두 '치트키'를 통해 우리가 '마음의 장소'로 가는 방법을 넌지시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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