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크린 감각을 깨우는, 2월의 전시

정효림 기자 2026. 1. 18.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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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말의 기운을 담은 민속 특별전부터 사라지는 것들의 미학, 취향을 발견하는 체험형 전시, 동화와 일상의 일러스트까지. 2월에 주목해야 할 전시 5선.

[우먼센스] 2월은 계절의 문턱이다.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 사이, 다채로운 결의 전시로 추위에 움츠러든 감각을 깨워볼 때다.

붉은 말의 힘이 가득한 말띠 해 특별전부터 소멸과 생성을 오가는 생동적인 전시, 동심으로 채운 세계 최대 아동 도서 원화전, 관객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참여형 전시, 그리고 평범한 하루를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한 디지털 일러스트까지. 각기 다른 다섯 개의 전시가 얼어붙은 몸을 녹이고, 활기찬 리듬을 불어넣을 것이다.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말馬들이 많네-우리 일상 속 말' 포스터/ 사진=국립민속박물관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에서는 '2026 병오년 말띠 해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다. 2002년부터 매년 이어온 띠 전시 시리즈로, 이번에는 국내를 넘어 세계의 말 민속으로 범위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말은 멀리 달릴 수 있는 힘과 자유를 상징한다. 인간의 공간적 한계를 넓히는 데 함께해온 만큼 새로운 세계로의 도전이라는 의미도 지닌다. 전시에서는 대표적인 말띠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과 추사 김정희의 이야기를 민속 유물을 활용한 4컷 만화 형식으로 선보여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꼭두/ 사진=국립민속박물관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연계 프로그램도 풍성하다. 암행어사 마패 만들기, 말털 붓 서예 체험 등 참여형 프로그램과 함께 몽골 전통 악기 마두금 연주와 탱고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열심히 달려온 지난해를 돌아보며 잠시 여유를 되찾는 시간을 가져보자.

기간 ~2026년 3월 2일
관람시간 9:00-17:00 (입장 마감 16:00)
관람료 무료

서울 국립현대미술관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소멸의 시학: 삭는 미술에 대하여' 포스터/ 사진=국립현대미술관

미술관은 작품을 보존하는 장소다. 그렇다면 스스로 사라지기를 선택한 작품은 어떤 의미를 갖는 걸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썩고 사라지는 것들의 의미를 묻는다.

'삭다'라는 우리말에는 썩어 사라진다는 의미와 함께 발효되어 맛이 든다는 뜻이 동시에 담겨 있다. 하강과 상승, 소멸과 생성이라는 상반된 개념이 하나의 단어 안에 담긴 셈이다. 전시는 소멸을 선택한 작업들을 '삭는 미술'로 묶어 소개하며, 허물어진 곳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때 그것은 기존의 작품인지 반문한다.

주목할 작품은 아사드 라자의〈흡수(Absorption)〉다. 전시가 열리는 지역의 폐기물과 유기물을 흙과 섞어 만든 '네오소일'을 중심으로 한 참여형 설치 작업으로, 토양은 전시 기간 내내 섞이고 뒤집히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미술관은 흙을 돌보고 관람객과 소통할 '경작자' 7명을 공개 모집했다. 경작자가 없다면 이 작품은 존재할 수 없다. 돌봄과 참여, 변화의 과정 자체가 작품이 되는 구조다.

기간 ~2026년 5월 3일
관람시간 10:00-18:00 (수·토 야간개장 21:00까지, 입장 마감 관람 종료 1시간 전)
관람료 2000원

서초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59th>

'2025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 도록 표지, 시드니 스미스 Sydney Smith/ 사진=CCOC
알레시오 알치니 Alessio Alcini, 이탈리아, 풍성한 점심 식사, 사진=CCOC

추운 겨울, 아이와 손잡고 동화책의 세계로 떠나보자.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도서 축제 '볼로냐 일러스트 원화전'이 서울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1967년 시작된 이 전시는 이탈리아 볼로냐 아동도서전의 핵심 프로그램으로, 매년 70여 개국 작가들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발굴의 장이다.

제59회를 맞은 올해는 89개국 4,374명의 작가가 공모에 참여해 역대 최다 기록을 세웠다. 국제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 출품작의 단 2%인 29개국 77명이 최종 선정됐다. 이번 서울 전시에서는 77명 작가들이 출품한 원화 385점이 소개되며, 이탈리아 수상 작가 14인의 특별전도 마련됐다. '일상 속 특별함', '환상 여행', '자연 이야기', '우리가 사는 세상', '감정의 조각' 등 섹션으로 구성된 이 전시는 어린이에게는 상상력을, 어른에게는 동심을 선물한다.

기간  ~2026년 3월 28일
관람시간 10:00-19:00 (월요일 휴관, 입장 마감 18:20)
관람료 성인 1만 5000원 / 청소년 및 어린이 1만 원 / 36개월 미만 무료
 

동대문 DDP <울트라백화점 서울 시즌2>

'울트라백화점 서울' 시즌 2 포스터/ 사진=어반플레이 제공

단순히 보는 전시가 지루하다면, 체험형 전시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울트라백화점 서울 시즌2는 '백화점'이라는 공간을 물건 판매를 넘어 콘텐츠와 취향을 선택하고 경험하는 장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의 핵심 테마는 '포스트 서브컬쳐'로, 과거 비주류에 머물렀던 하위문화가 개인의 정체성과 결합해 새로운 소비 트렌드 및 주류 문화로 진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특히 이번 시즌은 관람객이 스스로 선택하고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되는 참여형 요소를 대폭 강화했다. 관객은 다양한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콘텐츠 사이에서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고, 그것이 문화로 확장되는 과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앞서 개막한 시즌 1 '하이퍼 알고리즘'은 입소문을 타며 MZ세대와 외국인 관람객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번 시즌2의 약진도 기대된다.

기간 2026년 2월 6일~3월 27일
관람시간 화-목 10:00-18:00/ 금-일 10:00-20:00(월요일 휴관, 입장마감 관람종료 1시간 전)
관람료 성인 2만 원/ 청소년 및 어린이 1만 6000원/ 48개월 미만 무료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 <헤일리 티프먼, 일상을 그리다 : 평범한 하루의 온도>

'헤일리 티프먼, 일상을 그리다 : 평범한 하루의 온도' 포스터/ 사진=원그로브

커튼 사이로 스며드는 빛,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사물, 스쳐 지나가는 인물의 움직임. 미국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헤일리 티프먼은 이처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포착한다.

뉴요커, 뉴욕타임스, BBC, 애플 등 다양한 매체 및 브랜드와 협업해온 그의 첫 한국 개인전이 마곡 마이아트뮤지엄 원그로브점에서 열린다. 디지털 브러시로 그려낸 화면임에도 특유의 섬세한 질감과 감도 높은 회화적 기법이 돋보인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터치로 재구성된 화면 속에서 평범한 하루의 온도가 느껴진다.

이번 전시는 대표작부터 한국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된 신작까지 100여 점을 선보인다. 드로잉, 스케치, 영상, 아카이브까지 지난 10여 년간 작가의 작업 여정을 한 흐름 속에서 경험할 수 있다.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멈춰 서서, 사소한 장면이 지닌 여운을 음미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기간 ~2026년 3월 29일
관람시간 10:30-21:00(연중무휴, 입장마감 20시)
관람료 성인 2만 원/청소년 1만 6000원/ 어린이 1만 2000원/ 48개월 미만 무료 

정효림 기자 jhlim@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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