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4800 돌파에 ‘곱버스 지옥문’ 열렸다…개미들 “이번엔 꺾이겠지” 하락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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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면 한 번은 빠질 줄 알았죠."
지수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곱버스 ETF 때문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조정이 나와도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속도 조절일 가능성이 크다"며 "곱버스 쏠림은 하락 확신이라기보다 피로감의 표현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정과 하락을 혼동하는 순간, 계좌가 먼저 무너진다"며 "지금은 베팅의 구간이라기보다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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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왔으면 한 번은 빠질 줄 알았죠.”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의 한 증권사 영업점. 시황 전광판 아래에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던 40대 직장인 A씨는 고개를 저었다. 코스피가 4800선을 넘나들며 연일 고점을 높이고 있지만, 그의 계좌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지수 하락에 베팅한 인버스·곱버스 ETF 때문이다.

◆수익률 하위권 줄줄이 곱버스…보름만에 20%대 ‘손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수익률이 가장 부진한 ETF는 대부분 인버스 계열 상품이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를 역방향으로 두 배 추종하는 곱버스 ETF들은 연초 이후 불과 보름 남짓한 기간 동안 20% 중후반의 손실률을 기록했다.
지수가 하루 오를 때마다 손실이 쌓이는 구조다 보니, 상승 흐름이 이어질수록 계좌의 회복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특히 단기 조정을 기대하며 진입한 투자자일수록 체감 손실은 컸다.
증권사 한 PB는 “하루 이틀만 밀려도 반등을 기대하며 버티는 경우가 많은데, 상승장이 길어지면 손실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고 말했다.
◆“이번엔 꼭 꺾인다”…개인 하락 베팅은 계속
손실이 커졌음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곱버스 매수는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일주일 사이에도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이 인버스 ETF로 유입됐다. 급등 이후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실제 투자자들은 ‘대세 하락’을 말하기보다는 “너무 많이 올랐다”는 표현을 더 자주 썼다. 상승이 과도해 보이는 만큼, 짧은 숨 고르기만 나와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계산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금이라도 한 번만 밀리면 만회할 수 있을 것 같아 물타기를 했다”며 “장기 보유할 생각은 아니었다”고 말했다.
◆웃는 쪽은 ‘레버리지’…방산·조선·반도체로 쏠린 수익
시장 반대편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지수 상승과 업종 강세에 올라탄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은 두 자릿수 수익률을 넘어, 일부는 60%를 웃도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방산, 조선, 반도체 관련 레버리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지정학적 불안이 방산 수요 기대를 키웠고, 반도체는 실적 회복에 대한 확신이 주가를 밀어 올렸다. 흐름을 탄 쪽과 거스른 쪽의 격차가 극명하게 벌어진 셈이다.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지금 장은 맞히는 장이 아니라 올라타는 장”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조정과 하락은 다르다”…곱버스의 위험한 착각
전문가들은 단기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하락장 신호로 해석하는 데에는 선을 긋는다. 최근 지수 상승이 특정 대형주, 특히 반도체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지만, 실적 전망 자체가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조정이 나와도 추세 전환이라기보다는 속도 조절일 가능성이 크다”며 “곱버스 쏠림은 하락 확신이라기보다 피로감의 표현에 가깝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인버스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경고도 잇따른다. 구조적으로 장기 보유에 불리하고, 방향을 잘못 잡을 경우 손실이 빠르게 확대되기 때문이다. 단기 대응 수단일 뿐, 추세를 거스르는 투자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조정과 하락을 혼동하는 순간, 계좌가 먼저 무너진다”며 “지금은 베팅의 구간이라기보다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상승이 언제 멈출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현재 시장은 아직 ‘하락’을 전제로 움직이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곱버스에 몰린 자금이 그 현실을 가장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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