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를 ‘더 큰 이슈’로 덮었던 트럼프…이번엔 제대로 ‘역풍’

김하늬 미국 통신원 2026. 1. 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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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 여성 총격 사살…백악관은 “테러리스트”, 시민사회는 “국가폭력”
‘금리 인하’ 거부했다고 연준 의장 수사…중앙은행 독립성 침해에 비난

(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미국 정치가 다시 한번 '위험한 경계선'을 넘고 있다. 반(反)트럼프 정서가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가운데, 이런 흐름이 확산할수록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방어하기 위해 '위기 관리' 대신 '위기를 키우는 방식'으로 금기를 건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의 출발점은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발생한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총격 사건이다. ICE 요원이 비무장 상태의 시민을 사살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자, 이는 단순한 치안 논란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전반을 흔드는 정치적 변곡점으로 커지는 모양새다. 전국 곳곳에서 반트럼프 시위가 재점화됐고, 이민 단속을 둘러싼 정당성 논쟁은 다시 정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1월11일 미국 뉴욕에서 시민들이 '전쟁도, 왕도, ICE(이민세관단속국)도 없다'(No Wars, No Kings, No ICE)시위를 하고 있다(왼쪽 사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11일 플로리다에서 워싱턴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언론과 인터뷰하고 있다. © REUTERS

이민단속국 요원 총격…불붙은 '反트럼프' 시위

ICE 요원의 총격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됐을 때 미국 사회는 즉각 양분됐다. 백악관은 사망자를 '국내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며 요원을 옹호했지만, 지역 정부와 시민사회는 '국가폭력'이라고 반발했다. 이번 사태의 파급력이 이전과 다른 이유는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탈 조짐이 노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하원에서 일부 의원이 민주당과 공조해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법무부 고위 검사들이 수사를 거부하며 사임했고, 일부 공화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백악관의 대응을 비판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의 '과시적인 이민 단속'이 폭력적 충돌과 대중적 반발을 낳고 있으며 공격적인 전술이 사회적 불안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ICE 요원 총격 사건 이후 법무부 고위 검사들이 잇따라 사임한 사실을 전하며 "이는 연방 이민 요원의 살해 사건을 수사하지 않기로 한 결정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법무부 내부 혼란의 최신 사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를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처음으로 가시화된 '여당 내 구조적 균열'로 해석한다.

이런 정치적 압박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든 카드가 바로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이다. 그는 정부가 2000억 달러 규모의 MBS를 사들여 모기지 금리를 낮추고, 미국인의 주택 구매 부담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지시는 트럼프가 최근 유권자들의 주거비 부담을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발표한 일련의 조치 가운데 하나"라면서도 "이 조치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이 정책이 "모기지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문가 평가를 소개하며 실질적 효과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가 주택 정책이라기보다 정치적 메시지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경제학자들의 시각은 더욱 냉정하다. 미 회계법인이자 컨설팅 회사인 RSM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 브루수엘라스는 "주택 문제의 핵심은 금융이 아니라 공급"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금융 완화는 집값을 더 밀어올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도 "2000억 달러는 금리를 미세하게 움직일 뿐"이라고 정책 효과에 선을 그었다. 

더 큰 문제는 '정책 효과'가 아니라 '정책 신호'라는 분석도 많다.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긴축(QT)을 통해 MBS 보유를 줄이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가 별도로 MBS 매입에 나서는 것은 통화 정책의 일관성을 흔드는 행위로 읽힌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준이 말을 듣지 않자 백악관이 중앙은행의 영역을 우회해 개입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에 대한 수사와 MBS 매입은 별개 사안이 아니라 연준을 압박하기 위한 하나의 정치적 흐름이라는 시각이 나오는 이유다. 전직 연준 관계자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행정부가 통화 정책 수단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인상을 주는 순간, 미국 자산에는 정책 개입 리스크가 붙는다"고 지적했다.

이 균열을 결정적으로 확대시킨 사안은 연준 의장 제롬 파월에 대한 법무부 수사였다. 파월 의장은 1월11일 공개 영상에서 연준 청사 개·보수와 관련한 지난해 6월 의회 증언을 문제 삼아 법무부로부터 대배심 소환장과 형사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전례 없는 조치"라고 규정하며 "트럼프 행정부의 지속적인 압박이라는 더 넓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 이후 공화당 내부의 반발은 공개적으로 분출됐다. 상원 은행위원회 소속 톰 틸리스 의원은 "이 사안이 해결될 때까지 어떤 연준 인사 인준에도 반대하겠다"고 선언했고 리사 머카우스키, 존 케네디, 수전 콜린스 등 중진 의원들도 잇따라 파월을 옹호했다. 타임은 이를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연준 의장을 대상으로 형사 수사를 개시한 것이 당내에서 분열을 촉발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보수의 레드라인"

트럼프 행정부가 중앙은행 수장을 형사 수사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이 가장 피하고 싶어 했던 분열 국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중앙은행 독립성은 보수진영에서도 오랫동안 '레드라인'으로 여겨져 왔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정책 갈등을 넘어 정권 운영의 정당성 문제로 번지고 있다.

올 하반기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경제 불안'과 '제도 신뢰 훼손'이 동시에 표심에 반영되는 시나리오다. 연준 독립성에 대한 의구심은 금융시장뿐 아니라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도 금기 영역이다. 여기에 ICE 요원의 총격, 법무부의 정치화 논란, 주택시장 개입까지 겹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통치 방식 자체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 공화당 전략가는 폴리티코에 백악관이 여러 고위험 이슈를 동시에 떠안으며 국면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MBS 매입 카드는 단기적으로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그러나 그 대가로 연준 독립성, 정책 일관성, 시장 신뢰라는 핵심 자산을 소모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ICE 요원 총격 사건 이후 반트럼프 정서, 공화당 내부의 공개적 이탈, 그리고 중앙은행을 둘러싼 전면 충돌은 모두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된다. 트럼프는 지지율을 지키기 위해 어디까지 제도를 희생할 것인가. 그는 비판을 관리하려다 오히려 위기를 증폭시키는 패턴을 반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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