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파병 8개국에 “10% 관세”…유럽 “무역협정 중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요구에 맞서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내달 1일부터 10%, 오는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협정 비준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보복 조치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을 지목하며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그린란드에 군대를 보내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이며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지구적 평화와 안보를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2026년 2월 1일부터 언급된 모든 국가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Complete and Total purchase)’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 관세는 유지될 것이며, 6월 1일에는 25%로 인상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 유럽연합(EU)과 각각 체결한 무역협정을 통해 영국 수입품에는 10%, 유럽연합산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발표한 관세는 여기에 추가되는 관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지만, 덴마크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린란드가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 구축에 필수적이라며 “매우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골든돔) 시스템은 각도, 경계, 경계선 등의 요소 때문에 이 땅이 포함될 때 최대 성능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덴마크는 경제 규모도, 군사력도 작은 나라”라며 “그들은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덴마크 요청으로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소규모 병력을 그린란드에 파견해 합동 방어·정찰 훈련을 진행했다. 공식 명분은 주요 시설 방어와 북극 안보 협력이지만, 워싱턴에서는 이를 미국을 향한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은 즉각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어떤 위협이나 협박도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며 “관세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우리는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놀랍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불과 며칠 전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건설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병력 파견은 “북극 안보 강화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서는 이날 트럼프의 매입 시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유럽의회 내 최대 파벌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트럼프의 위협이 지속하는 한 미국과의 무역협정 승인은 불가능하다”며 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당그룹(S&D) 등 다른 주요 정파들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 협정은 지난해 여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것으로 유럽연합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유럽연합은 미국산 공산품 및 일부 농산물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 대사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소규모 병력을 훈련 목적으로 보낸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 기업, 그리고 동맹 모두에게 나쁜 일”이라며 “이는 나토의 분열을 원하는 푸틴과 시진핑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의 대통령 권한 범위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임박해 있어, 사법부의 판단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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