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그린란드 파병 유럽 8개국에 "추가 관세"… 전면전 치닫나
"그린란드 매입할 때까지 계속 부과"
유럽 각국은 "절대 용납 못 해" 반발
EU 대사들 브뤼셀에서 긴급회의
덴마크·그린란드선 반트럼프 시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자신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에 맞서 병력을 배치한 영국, 프랑스 등 유럽 8개국에 내달부터 10%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수를 뒀다. 6월부터는 25%로 인상되는데 “그린란드 매입 합의가 타결될 때까지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관세를 면하려면 그린란드를 내놓으라는 겁박이나 다름없다.
유럽 정상들은 “관세 위협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며 맞대응을 예고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중심의 대서양 동맹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2월 1일부터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관세가 10% 부과될 것이며 6월 1일부터는 25%로 인상된다”고 밝혔다. 미국의 그린란드 야욕이 거세지자 최근 덴마크가 주관하는 그린란드 합동 군사훈련 ‘북극의 인내 작전’에 병력을 파견한 국가가 그 대상이다. 전날 백악관 원탁회의에서 "그린란드 사안에 협조하지 않는 국가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언급한 지 하루 만에 실제 행동에 옮긴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영국은 지난해 미국과 각각 무역협정을 맺고 EU산 수출품에 15%, 영국산에는 10% 상호관세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은 이 관세를 추가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그린란드 병합 이유로 ‘안보 당위론’을 들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는 그린란드를 원하는데 덴마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이 게임에서 성공할 수 있는 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을 언급하며 "매우 탁월하지만 극도로 복잡한 이 시스템은 각도와 범위, 경계 지점을 고려할 때 이 땅(그린란드)이 포함될 때만 잠재력과 효율성을 최대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그린란드에 병력을 보낸 8개국을 겨냥해 “미국과 전 세계 안보가 걸린 이상, 이 신성한 땅에는 누구도 손댈 수 없다”며 “그들은 목적도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린란드로 향했고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관세는 그린란드 매입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부과된다”면서도 “우리는 유럽 국가들과 즉시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그린란드 매입이 성사될 때까지 유럽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 간 진행된 3국 고위급 회담은 1시간 만에 결렬됐다.
"관세 위협 절대 용납 못 해"... 유럽 각국 반발

동맹의 영토를 대상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유럽은 즉각 반발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엑스(X)에서 “관세 위협을 절대 용납할 수 없고 현 상황에 맞지도 않는다”며 “이 위협이 확인될 경우 유럽은 단합해 조율된 방식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집단 안보를 추구하는 나토 동맹국에 대한 관세 부과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북극 안보는 나토 전체의 문제로 동맹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관세는 대서양 관계를 저해하고 위험한 악순환을 초래할 것”이라며 “유럽은 단결하고 협력하며 주권 수호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EU정상회의 상임의장도 "EU는 국제법을 지키는 데 있어 확고하다"며 "현재 이 문제에 대해 회원국들과 공동 대응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맞대응 방안도 거론된다. 폴리티코 유럽판 등 현지 언론은 그린란드 위협에 대비해 유럽 각국은 미국 공화당 의원 설득부터 △미국산 무기 수입 중단 △유럽 주둔 미군 지원 중단 △미군기지 통제권 회수 등을 검토해왔다고 전했다. EU 대사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양키 고 홈"… 반트럼프 시위 열려

이날 덴마크와 덴마크령 그린란드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욕을 규탄하는 시위가 곳곳에서 동시에 열렸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선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총리를 비롯해 수천 명이 미국 영사관을 향해 행진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미국인을 비하하는 ‘양키 고 홈(집으로 가라)’, ‘그린란드는 이미 위대하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도 수천 명이 모여 ‘그린란드에서 손 떼라’ 등의 팻말을 들고 미국 대사관까지 행진했다. 집회는 오르후스, 올보르, 오덴세 등 덴마크 다른 도시에서도 동시에 열렸다.
베를린= 정승임 특파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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