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인류, '도시 탈출 본능' 깨워라

이훈성 2026. 1. 1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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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구적 기후위기로 인간종(種)이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는 진단을 전제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생물학자인 두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선언한다.

저자들은 홍적세 후기와 신석기시대 사이, 대략 9,000년 전을 인류 멸망의 씨앗이 뿌려진 대전환기로 지목한다.

다만 인간 생태계(문명)와 여타 생물계의 본질적 차이를 '적당히' 지우면서, 다윈의 설루션을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대책으로 갖다 쓸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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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세상]
대니얼 브룩스·살바토레 에이고스타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
북극곰이 러시아 산업도시 노릴스크에 나타나 배회하고 있다. 노릴스크는 북극곰 서식지에서 1,400㎞ 떨어진 곳으로 곰은 먹이를 찾아 이곳까지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전 지구적 기후위기로 인간종(種)이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는 진단을 전제로, 캐나다와 미국에서 활동하는 생물학자인 두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선언한다. "지속 가능성에서 생존 가능성으로 담론을 전환하려 한다."(17쪽)

저자들의 다른 용어를 빌리자면 인류 생태계를 '사회경제적 모델'에서 '생물학적 모델'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과 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 여기서 '생물학'은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뜻한다. 요컨대 이 책은 인류 생존이라는 절체절명 과제를 해결하고자, 다윈 진화론을 사회이론으로 확장하려는 긴급하고도 야심 찬 기획이다.

책을 이루는 14개 장은 내용상 세 묶음으로 나눌 수 있다. 1~3장에선 진화론의 핵심이 '적자생존' 아닌 '적당생존(적합생존)'이라는 점을 누누이 강조한다. 생물권(생태계)의 유기체는 꼭 맞는 조건이 아니면 못 사는 환경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번식과 변이로 환경 변화에 대비하다가 여차하면 다른 곳으로 탈주해 그럭저럭 조건에 맞춰 사는 능력을 갖췄다는 것. '헐렁한' 옷을 입고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게 평소 제 몸을 바꿔나가는 것, 그게 바로 다윈이 말한 진화라는 거다. 물고기가 육지에 오르고 나서야 팔다리와 폐를 갖춘 척추동물로 진화한 게 아니라, 어설프게나마 네발짐승의 사지와 허파를 갖춘 물고기가 이미 있어 육상동물 출현을 예비했다는 지적이 새삼 흥미롭다.

이어 9장까지는 인간종이 어쩌다 '탈주 본능'을 잃어버리고 생물권과 동떨어진 기술문명을 구축해 위기를 자초했는지 일별한다. 유발 하라리의 '호모사피엔스'를 연상케 하는 장대한 빅히스토리라 읽는 재미가 있다. 저자들은 홍적세 후기와 신석기시대 사이, 대략 9,000년 전을 인류 멸망의 씨앗이 뿌려진 대전환기로 지목한다. 유목민을 정주민으로 바꾼 도시화, 자급자족을 잉여생산체제로 전환한 고생산농업이 시작된 시기다. 생물계의 다른 일원처럼 조건이 달라지면 도망 본능이 발동되던 인간은 이제 기술로 살 만한 조건을 유지하는 '편한' 방식에 길들여진다.

책의 남은 부분은, 그럼 인류는 어떡해야 하느냐에 할애된다. 행동방침을 세울 대원칙으로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연상시키는 '생물권 4법칙'이 제시된다. 생물권에 해를 끼치거나 생물권이 해를 입도록 방관해선 안 된다는 대전제(제0법칙)하에 인간은 생물권을 이용하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는 게 요지다. 저자들은 곧바로 인류 생태계 개편안을 내놓는 대신, 코스타리카의 화산 폐허였던 과나카스테 지역이 생태 천국으로 되살아난 비결을 공들여 설명한다. 생물계를 보전하고 싶다면 그저 생명체의 진화 능력을 믿고 탈주할 수 있는 '공유지'만 확보해주면 된다는 것.

이런 모범사례가 인간 생태계 구원책으로 확장된다. '생물권 4법칙+자급자족형 순환경제+친밀함·신뢰·협력 기반 갈등 해결' 조합이 그 설루션인데, 쉽게 말해 스트레스와 팬데믹의 온상인 고밀도 도시에서 농촌으로 사람들이 탈주해 소규모 생태계를 조성하게끔 해야 한다는 얘기다. 당장은 풀뿌리 운동을 통해 전환이 가능할 테지만, 전 지구적 위기 설루션이 되려면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촉구한다. 사회통제형·중앙집권형 통치 방식을 버리고 사회안정과 위기예방에 부응하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저자들은 이렇게 체제 혁명보다는 개혁에 방점을 찍는다. 다윈 또한 원래 있던 것을 무너뜨리지 않고 최대한 활용해 변화에 대처하는 걸 생태계의 진정한 역량으로 봤다고 강조하면서. 이 책이 '다윈의 재발견'에 기여할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다만 인간 생태계(문명)와 여타 생물계의 본질적 차이를 '적당히' 지우면서, 다윈의 설루션을 기후위기 시대 인류의 대책으로 갖다 쓸 수 있을지는 의견이 분분할 성싶다.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살아남는다·대니얼 R 브룩스, 살바토레 J 에이고스타 지음·장혜인 옮김·더퀘스트 발행·488쪽·2만5,000원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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