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안 읽는 한국서 고급 서평지가 살아남는 법… 서리북 5년 분투기

최다원 2026. 1. 18. 0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유일 서평 전문지, 계간 20호 발행
정상급 연구자 필진, 주례사 비평 거부
구독자 확보 고민에 재정 압박은 여전
독자 소통 늘리며 장기 발행 기반 모색
16일 서울 마포구 책방무사를 찾은 시민이 서울리뷰오브북스 큐레이션 서가 앞에서 책을 구경하고 있다. 책방무사는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소개한 책을 별도 진열 판매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국내 유일 종합 서평 전문지인 계간 '서울리뷰오브북스'(서리북)가 지난해 12월 20호를 펴냈다. "의도는 좋지만 잘되겠냐"는 시선 속에 '10년 이상 발행'을 공언하며 2020년 12월 창간예비호(0호)와 이듬해 3월 창간호(1호)를 내고 5년을 달려왔으니, 최소 목표치의 절반은 달성한 셈. 최신호에는 '여성'을 주제로 네 편의 특집 리뷰를 실었다.

서평을 싣는 잡지가 소수만 남아 고전하고 있는 2000년대, 분야를 망라한 종합 서평 전문지가 새로 나와 5년을 살아남았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 성과다. 1987년 격주간지로 출발한 '출판저널'은 2002년, 2008년 두 차례 휴간했다가 현재는 서평 비중을 줄인 구성으로 연 4회 나온다. 서리북보다 늦게 2021년 10월 창간된 '교차'는 반년간지로 6번 발행되는 데 그쳤다.

서평지 입지가 좁아진 핵심 원인은 물론 독서 인구 감소일 터. 서리북 초대 편집장을 지낸 홍성욱 서울대 과학학과 교수는 이에 더해 "그간 독자들에게 화제가 될 만한 서평 자체가 많지 않았다"고 말한다. 20년 전만 하더라도 국내 저자가 쓴 양서가 넉넉지 않아 서평지를 채우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소규모 출판사가 대다수인 한국 출판시장에서 어렵게 낸 책을 적나라하게 해부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서리북은 업계 불문율을 깨고 서평지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출간의 변에서 "널리 알려졌지만 내용이 부실한 책에 대해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선언한 것. "더 나은 지식 공론장을 만들겠다"며 각 분야 쟁쟁한 연구자들로 편집위원단을 꾸리고 도서 선정부터 퇴고까지 치열한 토론을 거치는 체제를 마련했다. 독후감을 넘어선 고급 서평에 목말라하던 독자의 기대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서울리뷰오브북스 20호·256쪽·1만5,000원

약속대로 뾰족한 서평이 꽤나 나왔다. 창간호부터 저명 사회학자인 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의 대표작을 꼬집었다. 2023년 서점가를 강타한 베스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을 두고는 "이 책에 대한 사회적 반향도, 식자층의 진지한 비평도 찾기 힘들다"고 지적한 외부 기고를 실었다. 한편으로는 읽을거리를 풍부하게 늘려갔다. 서평으로 꽉 채웠던 초반과 달리 최근 발행분에는 영화와 전시, 고전 비평에 더해 동네책방지기들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서평에 대한 저자의 반론, 기고자의 재반론도 활발히 싣고자 한다.

"책만큼이나 서평이 화제가 되는 세상을 꿈꾼다"는 창간사에 걸맞게, 서리북이 서평 고급화라는 소기의 목표에 부합하고 있다는 호평이 많다. 문제는 구독자 확보. 창간예비호 발행 비용 마련을 위한 크라우드펀딩은 2시간 만에 목표액을 채웠고 코로나19 사태 초기엔 3,500권까지 팔렸지만, 현재는 1,500~2,000권에서 주춤하고 있다. 제작비를 충당하려면 최소 3,000부는 팔려야 하는데 말이다.

서리북의 벤치마킹 대상인 해외 유력 서평지와 비교해도 갈 길이 멀다. 뉴욕리뷰오브북스(NRB)와 런던리뷰오브북스(LRB)는 각각 13만 부, 7만3,000부가량을 격주 발행하고 있다. LRB가 운영하는 서점에선 다양한 문화 행사가 진행되고, NRB 굿즈는 전 세계 독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024년 7, 8월 서울리뷰오브북스가 창간 3주년을 맞아 독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연. 서울리뷰오브북스 제공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서리북은 외부의 재정적 도움에 기대고 있다. 서울대와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지원이 종료된 지금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학 창작주체' 사업으로 원고료 일부를 지원받고 있다. 서리북 출판을 맡고 있는 조영남 알렙 대표는 "덕분에 부담을 크게 덜었다"고 말했다.

서리북은 다양한 행사 및 통로로 독자와 접촉면을 적극 넓힐 방침이다. 2024년부터 아모레퍼시픽재단 지원을 받아 독자들을 상대로 서평 공모전을 열고 있고, 그해 창간 3주년 이벤트 격으로 연 오프라인 강연을 올해 재개할 계획이다. 도서전 참여도 고민 중이다.

서리북이 다룬 책을 따로 진열하려는 서점이 있으면 적극 돕는다. 올 4월 제주에서 서울 마포구로 이사한 '책방무사'가 대표적 사례. 이 서점 송주환 대표는 "좋은 서평지를 매개로 커뮤니티가 형성되길 바라는 마음"이라면서 "서리북 필진과 독자 간 북토크도 소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16일 서울 마포구 책방무사에서 직원이 서울리뷰오브북스 큐레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