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의 서재] 기후 앞에서 왜 다들 변명만 늘어놓나?

누구도 바다거북을 해치고 싶어서 빨대를 집어 들지 않는다. 환경을 파괴하겠다는 악의를 품고 살아가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의도와 무관하게 우리의 평범한 일상은 매일매일 기후위기와 생태적 비극을 심화하는 불씨가 되고 있다. 《나는 선량한 기후파괴자입니다》에서 토마스 브루더만은 바로 그 모순적인 지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저자는 이 불편한 사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기후위기를 다룬 수많은 책이 경고와 죄책감을 앞세웠다면 이 책은 전혀 다른 길을 택한다. 우리 스스로를 변호해온 말들, 변명을 하나하나 꺼내어 분석한다. 민망할 정도로 정확하지만 그 결론은 비난이 아니라 이해와 희망에 가깝다.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후위기를 부정하지 않는다. 환경을 위한 기부를 하고 재활용을 하며 친환경을 외치는 정당에 표를 던진다. 기업 역시 앞다퉈 친환경 인증을 내건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것이다.
"이 지구를 파괴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누구인가?"
브루더만은 악의적인 누군가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선택에서 답을 찾는다. 자동차를 타고, 비행기를 이용하고, 육식을 하며 남기는 탄소발자국. 그리고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위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꺼내 드는 말들. "이미 너무 늦었잖아", "내가 해봤자 뭐가 달라지겠어", "이번만 예외로 하자". 저자는 이처럼 누구나 한 번쯤 내뱉어봤을 25가지 변명을 통해 기후위기를 외면하는 인간 심리를 집요하게 파헤친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 중 하나는 '좋은 행동 하나가 나쁜 행동을 면죄해주는' 심리를 다룬 부분이다. 바로 '나는 대체로 환경친화적으로 산다'는 착각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전기 절약, 쓰레기 분리수거, 천 가방 이용 같은 쉽게 실천할 수 있으면서 뿌듯한 느낌을 주는 행동들로 가끔 비행기를 타는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단 한 번의 장거리 비행이 평생 전기를 절약하고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천 가방을 사용해서 아끼는 탄소량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방출한다는 사실은 그래서 기꺼이 무시한다."
우리가 '착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더 큰 기후파괴적 선택을 눈감아주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는 분석이다. 책은 이런 인지 편향과 방어기제를 날카롭지만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좋은 의도' 역시 예외는 아니다. 지역 농산물을 사기 위해 멀리 떨어진 농장까지 자동차로 왕복하는 사례는 선의가 언제나 옳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 모든 것을 그냥 동네 할인마트에서 샀을 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책은 묻는다. 우리는 왜 이런 선택을 합리적이라고 느끼는가? 그리고 그 감정이 어떻게 유지되는가?
기후위기를 개인의 노력으로는 막을 수 없다는 무력감 역시 강력한 변명으로 작동한다. 억만장자들의 우주 개발, 실패한 정치 시스템을 떠올리며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개인의 행동은 쉽게 면죄된다.
브루더만은 이 논리를 단순히 반박하기보다 왜 이런 생각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지를 설명한다. 그리고 개인의 실천을 넘어 구조와 제도의 변화, 공정성을 고려한 기후 정책, 사회적 규범의 중요성으로 시선을 확장한다.
이 과정에서 책은 독자를 '모두 어쩔 수가 없었다'라는 체념으로 이끌지 않는다. 오히려 변명을 해부함으로써 그럼에도 행동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이유를 찾게 만든다. 기후위기 앞에서 스스로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고 싶은 인간의 마음을 이해한 뒤 그 마음을 행동으로 전환시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