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은 마음이 정한다" '최강 저널리스트'의 언론관

박재령 기자 2026. 1. 17.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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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혜훈 후보 지명 옹호하며 한 발언 화제
김어준 "어떤 입장에 서느냐가 후속 논리 만들어내는 것"
'최강 저널리스트'? '정치인' 가까워지는 정체성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2024년 7월12일 딴지방송국 '[김어준의 다스뵈이다] 316회 최고위원 후보 압박면접, VIP는 누구인가, 한동훈의 읽씹' 방송 갈무리. 현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이 출연하고 있다.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편향된 방송을 한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얘기다. 2022년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마지막 방송에서 그는 “편파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하다. 그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편향성이 있음에도 이를 숨기기 바쁜 기성 언론의 모순을 생각하면 이러한 김씨 발언은 오히려 속이 시원해 보이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김씨의 언론관은 한 층 더 업그레이드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방송에서 김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 지명을 옹호하며 자신의 입장은 '마음이 정한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이혜훈을 왜 임명하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100가지 정도 들 수 있다”라면서도 “중요한 건 논리가 아니다. 이해하려고 하느냐, 문제 삼으러 드느냐, 어떤 입장에 서느냐가 후속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입장은 어떻게 정하는 거지? 마음이 정한다. 마음이 한쪽으로 기울면 설 자리가 정해진다”며 “저는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항상 같은 마음을 먹는다. 그의 결정이 결과적으로 옳은 결정이 되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편파의 과정은 공정하다'라는 말로 설명될 수 없는 주장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되도록 한다는 고백을 과정이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용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옳은 결정이 되게끔 논리를 만들겠다는 것 아닌가. 혹은 이 대통령이 하는 건 다 옳을 것이기 때문에, 과정이 공정하더라도 대통령의 결정을 따르는 쪽으로 결과가 나온다는 뜻일까. 후자라면 조금은 섬뜩할 수도 있는 말이다.

정치·시사 유튜브를 이끄는 진행자 다수는 '동지의식'을 강조한다. 김씨의 발언은 이들 사이에서 공유되는 정서이기도 하다. 이동형 작가는 지난달 31일 유튜브 '이동형TV'에서 당 고위 관계자로부터 왜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옹호하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제가 뭐라고 했는지 아십니까. '아무도 (쉴드를) 안 치니까요, 아무도 안 치니까 저라도 방어해야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같이 그래도 민주당인데' 그렇게 얘기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특정 진영의 성공을 위해 어디까지 옹호할 수 있는지, 그 선을 누가 정할 수 있냐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괜찮다'의 기준을 누가 정할 수 있을까. '동지의식'을 강조하는 이들의 주장처럼 특정 진영의 성공이 사회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 가정하더라도, 진영 내에 불거진 문제를 옹호하는 방식의 성공이 공동체에 이롭다고 보기는 힘들다. 어느 진영이 '선'인지를 따지는 건 두 번째 문제다.

▲ 2023년 6월 공개된 '킹 오브 클론'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한국일보는 지난해 11월부터 '황우석 백서: 왜 우리는 선동에 무력한가' 연재를 하고 있다. 2005년 황우석 박사의 논문조작 사건 발생 20년을 맞아 진실이 어떻게 드러났는지 시간을 되짚는 보도다. 당시 딴지일보를 운영 중이던 김씨는 서울대 조사위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가 만들어진 적 없다고 발표하자 '언론은 그만 닥치라'는 성명을 내는 등 노무현 정부가 밀어주던 황우석 박사를 적극 옹호했다.

김희원 한국일보 뉴스스탠다드실장은 “(김씨는) 뉴스에서 상당한 팩트를 수집하고는 억측으로 이어 붙이거나 인과관계를 도치시켰다”며 “김어준은 황우석 사태 이후 중요한 이슈마다 음모론을 제기했고 그것은 늘 '우리 편이 듣고 싶은 내용'이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관을 드러낸 지난 2일 김씨 발언을 놓고도 “많은 이들이 그를 언론으로 보지만, 입장부터 정해놓고 맞는 사실만 전하는 게 언론일 수는 없다”라고 했다.

뉴미디어와 기성 언론의 영향력이 뒤집힌 시대다. 2005년 김씨는 '언더독'이었을지 몰라도 지금은 방송사를 넘어 정치권을 흔드는 존재가 됐다. 황우석 사태가 2026년 발생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김씨는 '마음이 정하는' 입장에 따라 똑같이 황 박사를 옹호했을 가능성이 높다. 2005년엔 기성 언론이 힘을 내 진실을 밝혔지만 '언론 불신'이 만연한 지금은 그게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황 박사를 '나라의 자랑'으로 광고하던 정부는 한시름 놓겠지만, 그것이 공동체에 이로운 일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황우석 사태를 폭로한 내부고발자 및 피해자들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유시민 작가는 책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에서 “저널리즘을 '뉴스를 결정하는과정'으로 정의한다면 김어준은 대한민국 최강 저널리스트”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정체성은 언론인보다는 '정치인'에 가까워졌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민주당 전당대회 때는 '어심'(김어준 마음) 대 '명심'(이재명 마음)이라는 말이 돌았고, 친여 커뮤니티에선 김씨가 당내 갈등에 휘말려 비판 대상으로 몰리는 일이 늘었다. 그 위태로운 줄타기 속에서 지난 2일 발언이 그를 언론인에서 더 멀어지게 했다. '언론의 외피를 쓴 정치인'의 모순을 사람들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을지, 그 모순이 공동체를 해롭게 하는 건 아닌지 그 가능성을 가늠해 보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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