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성'을 보여주기 위해 '대홍수'가 선택한 것…설득력 부족했던 SF 영화

[TV리포트=강해인 기자] 영화 '대홍수'가 극과 극의 반응 속에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난달 19일 공개된 '대홍수'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호불호가 갈리는 걸 넘어 대중의 분노가 폭발하며 네이버, 왓챠, 키노라이츠 등에서 낮은 평점을 기록했다. 반면, 해외에서는 72개국 1위에 오르는 등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공개 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야 이 영화를 조금은 더 냉정히 바라볼 수 있게 돼 펜을 들었다.
영화의 내면을 보기 전에 외피부터 살펴볼 것이 있다. '대홍수'는 비판만큼이나 격한 비난이 많이 쏟아졌던 작품이다. 대중영화로서 관객이 등을 돌렸던 이유 중 하나는 장르의 배반이었다. '대홍수'는 재난물로 알려졌지만, 뜯어보면 AI 기술에 관해 말하는 SF 장르의 색채가 더 짙었다. SF 장르의 불모지라 불리는 한국 시장을 의식했던 탓일까. 예고편을 비롯해 영화는 재난물로 포지셔닝이 됐다.
이는 생각보다 영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몇몇 영화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양식을 장르라고 한다. 장르가 영화를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지만, 대중이 영화를 고르는 기준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대홍수'는 대중이 기대했던 것과 다른 이야기를 전개함으로써 반감을 샀다. 재난물의 스릴을 기대했던 관객에게 AI의 학습 과정을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은 큰 흥미를 끌어낼 수 없었다. 시청이 자유롭다는 넷플릭스 플랫폼 특성상 중도에 이탈하는 이도 많았을 거란 예상도 해볼 수 있다.

김병우 감독이 대중과 멀어졌다는 점도 '대홍수'의 초반 분위기를 더 어렵게 했다. 그의 전작 '전지적 독자 시점'은 지난여름 여러 의미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었다. 최신 기술, 초호화 캐스팅, 그리고 많은 팬을 보유한 웹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영화는 원작 훼손 논란을 비롯해 아쉬운 완성도로 흥행에 실패했고, 관객에게 악평에 시달려야 했다. 김병우 감독이 대중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창작자라는 점에서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는 것은 이후의 작업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다. '대홍수'는 '전지적 독자 시점'과 관련성이 없는 영화였음에도 대중은 전작에 쌓인 분노를 끌어와 '대홍수'를 더 가혹하게 평가했다.
그렇다면 '대홍수'는 정말 별로인 영화였을까. '대홍수'는 AI를 소재로 한 새로운 이야기, 물의 질감을 잘 표현한 미장센 및 수중 촬영으로 좋은 평가도 받았다. 재난물이라는 선입견 없이 본다면 무난하게 시청할 수 있었고, 창세기 노아의 방주를 떠올리며 곱씹을 만한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끝까지 설득되지 않는 것이 있었고, 그래서 영화가 답답해 보였다. '대홍수'는 AI가 모성을 학습하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인류에 관해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이 '모성의 학습'이라는 부분이 잘 보이지 않는다.
'대홍수'는 같은 상황을 반복하며 안나(김다미 분)가 대홍수 속에 아들 자인(권은성 분)을 향한 사랑을 강화하고, 어머니로서 성장하는 이야기다. 영화가 모성이 현시대에 낡고 클리셰로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를 끌어갈 수 있는 동력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홍수'에서 안나가 시뮬레이션을 반복하며 학습하는 건 모성이 아닌, 상황 대처 능력이었다. 톰 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2014)처럼 목적지까지 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장애물을 극복하는 방법을 알아간다. 위기 앞에서 판단력과 행동의 기민함이 좋아지는 게 보이지만, 모성과는 연결하기 어렵다.
또한, 모성을 위해 아이를 소모한 듯한 인상도 지울 수 없다. '대홍수'를 본 많은 시청자가 초반부 자인의 행동에 불만을 토로했다. 위급한 재난상황에서 아이가 돌발행동으로 짜증을 유발했다는 감상평을 다수 볼 수 있었다. 이 행동의 이유와 의미는 후반부에 밝혀지지만, 설득력은 약해 보인다.
김병우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많은 대중문화에서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아이 역할이 소모되는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 아이들은 엄마를 괴롭히는 존재처럼 보였고, 그런 부분을 '대홍수'에 담으려고 했다고 연출 의도를 설명했다.
감독의 의도처럼 성가신 존재로 아이를 묘사하는 건 성공했다. 하지만, 반대로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 등 모성을 강화하기 위해 아이의 부정적인 면을 과하게 부각했다. 다른 작품이 행복한 가정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로 아이 역을 소모했다면, 김병우 감독은 모성을 강화하기 위한 도구로 아이 역할을 소모해 버렸다.
말 안 듣는 아이를 잘 돌보고, 인내하는 것만으로 모성이 강화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홍수'는 중심에 둔 '모성'을 고민하고, 표현하는 방식에서 큰 결함이 보였던 영화다.
강해인 기자 khi@tvreport.co.kr / 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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