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렁거려야 정상” 줄자 끝 철판 흔들림, 불량 아니었다 [알쓸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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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줄자의 끝부분 고리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제품 불량이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물체의 바깥쪽 길이를 재는 '외경 측정' 시 줄자를 당기면 후크가 1mm 밖으로 빠져나온다.
반대로 벽면 사이의 길이를 재는 '내경 측정' 시에는 줄자를 벽면에 밀착시킨다.
줄자의 헐렁거림은 고도의 정밀함을 구현하기 위한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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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산 줄자의 끝부분 고리가 고정되지 않고 흔들리는 것을 보고 제품 불량이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는 결함이 아니라, 0.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한 결과물이다.
공구 제조사들이 공통으로 채택하는 이 기술의 명칭은 ‘트루 제로(True Zero)’다. 줄자 끝에 달린 고리 ‘후크(Hook)’의 흔들리는 폭은 후크 철판의 두께인 1mm와 정확히 일치하도록 제작된다.
줄자는 제작 단계부터 첫 번째 눈금에서 1mm를 제외하고 만들어지는데, 이 부족한 공간을 후크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메운다.

측정 방식에 따라 후크는 ‘자동 영점 조절 장치’ 역할을 한다. 물체의 바깥쪽 길이를 재는 ‘외경 측정’ 시 줄자를 당기면 후크가 1mm 밖으로 빠져나온다. 이때 발생하는 1mm의 유격이 눈금에서 제외됐던 길이를 보정하며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다.
반대로 벽면 사이의 길이를 재는 ‘내경 측정’ 시에는 줄자를 벽면에 밀착시킨다. 이때 후크가 안으로 밀려 들어가면서 후크 자체의 두께 1mm가 첫 번째 눈금 역할을 대신한다. 즉 밀거나 당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후크가 움직여 오차를 0에 수렴하게 만드는 원리다.

또 좁은 구석의 크기를 잴 때 줄자를 억지로 구부려 측정하기보다, 케이스 뒷면을 벽에 밀착시킨 뒤 눈금 값에 이 몸체 길이를 더하면 훨씬 정밀한 결과값을 얻을 수 있다. 줄자 케이스 하단에 각인된 ‘70mm’ 혹은 ‘3 inch’와 같은 숫자는 줄자 몸체의 길이를 의미한다.
줄자의 헐렁거림은 고도의 정밀함을 구현하기 위한 엔지니어링의 결과물이다. 도구 속에 숨겨진 1mm의 원리를 이해한다면 보다 정확하게 값을 측정 할 수 있다.
최강주 기자 gamja8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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