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승자가 아닌 ‘도전자’로 나서다···토요타 모터스포츠 삼각 구조 개편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이 전면에서 활력 더해
모리조와 나카지마 히로키 부사장의 사내 경쟁

역사적으로 토요타는 모터스포츠와 함께 해왔던 브랜드다. 브랜드 출범 초반과 1970년대의 무모할 정도의 도전의 행보는 물론, 1980~1990년대에는 ‘성숙된 경험과 기술’을 기반으로 WRC,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는 물론 ‘일본 내 레이스’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 무대에 참여하며 브랜드의 이름을 널리 알리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한 브랜드’는 도전보다는 ‘안정성’을 택하게 됐다. 1990년대 중반이 지나면서 토요타는 경직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의 토요타는 말 그대로 효율과 수익성, 품질 안정성에 집중하고 ‘모터스포츠 활동’ 등을 축소하게 됐다.
물론 토요타는 여전히 ‘성공한 브랜드’였다. 토요타는 세계 최대 자동차 제조사로 성장했고, 신뢰성과 내구성 역시 우수한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반대로 ‘브랜드를 향한 팬들의 열정’ 또는 ‘브랜드의 이미지’는 점점 평범해졌다.

‘괜찮은 차량을 만들지만 지루한 브랜드’가 되어버린 토요타의 새로운 변화는 지난 2007년 뉘르부르크링 24시간 내구 레이스였다. 토요다 아키오 당시 부사장은 정식 워크스 팀이 아닌 ‘팀 가주(Team Gazoo)’로 명명된, 어쩌면 ‘토요타’ 전체에 반항심을 품은 게릴라 조직을 꾸려 레이스에 나섰다.
모리조(Morizo)라는 가명, 구형의 알테자(Altezza) 등 팀 가주는 성적보다 중요한 것을 추구했다. 양산차를 극한 환경에 투입했을 때 드러나는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확인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차량’을 만들 수 있는 경험과 기술을 축적, 다시 ‘좋은 브랜드’로 거듭나는 과정을 구성한 것이다.
이후 토요타는 달라지기 시작했고, 다시 ‘즐거운 브랜드’로 변화할 청사진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2015년 출범한 토요타 가주 레이싱(Toyota Gazoo Racing)은 이러한 방향성을 제도화한 조직이었다. 내부적으로 공유된 ‘부서져도 괜찮다’는 기조는 감성적 구호라기보다, 시험 조건을 극단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개발 원칙에 가까웠다.
이러한 원칙은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를 허용하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실패가 발생할 수준까지 검증하겠다’는 의미였다. GR 야리스는 이 접근이 양산차로 연결된 대표 사례다. 랠리 규정을 전제로 한 차체 구조와 구동계 설계는 기존 토요타 개발 방식과 결이 달랐다.
실제 토요타의 차량 개발 및 R&D 등을 담당하고 있는 토요타 테크니컬 센터 시모야마에는 ‘테스트 중 파손된 GR 야리스’가 전시되어 이러한 정신을 드러내며, 이후의 모든 GR 및 토요타의 차량 역시 이러한 ‘개발 기조’ 아래 개발됐고, 개발되고 있다.

또한 ‘토요타의 실적’ 부분에서도 상승세가 이어졌다. 지난 2024년, 토요타는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모터스포츠 활동’의 당위성,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발전 방향성’에 대한 힘을 더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새로운 차량들의 경쟁력 및 ‘기술 발전’ 역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2026년 1월, 토요타는 만족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토요타 가주 레이싱의 단일 구조에서 탈피, 모터스포츠 활동의 새로운 ‘삼각구조’를 구성, 각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기술적 발전의 도약을 이어갈 계획이다.
먼저 11년 만에 부활하게 된 토요타 레이싱(Toyota Racing)은 FIA WEC, 미국의 나스카 등을 담당하며 선행 기술 개발 및 하이엔드 퍼포먼스 부분의 역량을 키운다. 실제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료 기술, 내구 조건은 탄소 중립 파워트레인 등 중장기 과제를 실전 환경에서 실증에 나설 계획이다. 그리고 르망 24시간 내구 레이스 챔피언 탈환을 겨냥한다.


‘TG-RR(토요타 가주 루키 레이싱)’은 당초 아키오 회장이 개인 소유의 팀이었지만 이제는 ‘토요타’ 모터스포츠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는다. 슈퍼 타이큐와 뉘르부르크링 내구 레이스를 중심으로 활동한다. 이 조직은 성적보다 개발 과정과 인력 육성에 초점을 맞춰 ‘각 분야의 전문성’ 및 상호 경쟁 및 경쟁 구도에 힘을 더할 예정이다.

토요타 모터스포츠 활동의 삼각구조 개편은 말 그대로 ‘큰 변화’이자 많은 의미를 품고 있다. 하지만 토요타는 이를 어렵게, 또는 현학적으로 표현하지 않고 더욱 직설적이고 유쾌하게 풀어내며 모두의 이목을 끌었다.
하나의 구조체가 아닌 각 분야에 맞춰 구성된 세 집단이 ‘각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사내에서 실적 경쟁을 하고, 상호 견제와 협력을 하며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토요타 레이싱은 모리조가 아닌 나카지마 히로키(Nakajima Hiroki) 부사장이 이끌며 모리조가 이끄는 가주 레이싱과 ‘사내 경쟁’의 신호탄을 알렸다.

이외에도 가주 레이싱과 토요타 레이싱의 대립 구조는 올해 내내 이어질 전망이다. 북미에서 생산되어 일본에 수입될 캠리를 주인공으로 해 가주 레이싱과 토요타 레이싱이 커스텀 대결을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올해 6월,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릴 후지 24시간 내구 레이스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토요타의 이번 선택과 도쿄 오토 살롱에서의 모습은 단순히 모터스포츠에 대한 태도 변화가 아니라 브랜드의 분위기를 재정립하려는 모습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과거 ‘재미없던 브랜드’ 시절의 토요타처럼 토요타 가주 레이싱 출범 이후 이어지고 있는 승자의 언어, 또는 자세에서 새로운 시즌을 마주하고 경쟁에 나서는 것이 아니라 다시 도전자의 위치로 돌아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달리려는 의지, 그리고 이를 위한 경쟁력 강화의 선택이라 느껴졌다.
그리고 모리조의 DNA를 토요타의 임원들에게 부여하고, 이를 계승하겠다는 의지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여기서 잊지 않는 건 ‘좋은 자동차와 실적 등의 결과’에 한정하지 않고 ‘좋은 사람’ 그리고 ‘좋은 문화’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방향성’일 것이다.
서울경제 오토랩 김학수 기자 autolab@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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