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칩플레이션' D램 값 반년새 3배…애플·구글도 줄섰다

2026. 1.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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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특수 원인은
“메모리 수요가 매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메모리 공급능력을 훨씬 앞서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최근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DRAM)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가격 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D램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주력 품목이다. D램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배경과 올해 전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20조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08.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7년여 만에 사상 최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으로, 국내 기업 중 분기 영업이익 20조원을 기록한 첫 사례다. 그런데 여기서 끝날 것 같지 않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는 올해 총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배 증가한 145조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D램 가격이 전년보다 87% 상승하면서 수익성이 대폭 커진다는 게 그의 예측이다.

D램, 삼성·하이닉스 수출 주력 품목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점유율 34%로 1위인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전망이 밝다. 증권가는 올해 SK하이닉스가 최대 130조원의 영업이익과 최고 60%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대표적 서버용 D램 모듈인 64GB(기가바이트) RDIMM의 평균값은 지난해 3분기 255달러에서 4분기 450달러로 76.5% 올랐다. 올해 1분기엔 이보다 55.6% 오른 700달러를 기록할 전망이다. 불과 2개 분기 만에 가격이 3배 가까이로 오르는 것이다. 미국 매체 CNBC는 지난 10일(현지시간) 이 같은 D램 가격 급등과 향후 기대감 때문에 주요 D램 업체 주가 상승이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1년간 주가가 삼성전자는 148%, SK하이닉스는 263% 각각 올랐고 마이크론도 247% 상승했다. 중국 CXMT와 대만 난야 등의 다른 D램 업체도 주가 상승이나 올해 예정된 기업공개(IPO) 흥행에 대한 기대감에 환호하고 있다.
D램 가격 폭등을 이끈 수급 불균형의 배경은 다각도로 해석된다. 우선 전반적으로는 인공지능(AI) 관련 서버 수요 급증으로 메모리 반도체 공급사가 이를 위한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HBM은 하나당 D램 수십~수백 개를 수직으로 쌓아 연결(적층)해 동일 면적에서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구조다. 공장의 생산능력은 한정된 데 비해 대부분의 D램 물량을 이런 HBM에 집중 투입하다 보니 범용 D램 공급이 크게 줄었다.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미국 엔비디아가 많은 D램을 필요로 하는 서버용 저전력 이중데이터속도(LPDDR) 채택을 늘리는 것도 D램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 변화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대적 관세 부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산업계가 대거 선(先)구매에 나서면서 D램 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또 중국에선 내수시장 활력이 떨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024년과 지난해 이른바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을 펼쳤다. 각 가정에서 노후한 가전 등의 제품이나 설비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 소비를 촉진하고 산업 고도화를 도모하는 정책이다. 이에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PC 등을 바꾸는 경우가 늘어 여기 들어가는 D램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가전 7700만 대, 디지털 기기 5600만 대 이상이 중국에서 교체됐다.

삼성 주가 1년간 148%, 하이닉스 263% 뛰어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국내에선 관련 소문이 잇따랐다. 익명의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구글·애플 등의 빅테크 직원이 급히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돌며 D램 공급을 간곡히 요청 중”이라는 내용이다. 실제 일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경기도 화성·판교 일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 인근 비즈니스호텔에 구매담당 직원을 장기 체류시키고 2~3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며, 구글 외에 아마존과 델 등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D램 공급이 넉넉할 때 ‘수퍼 고객사’인 구글·애플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공급사와의 갑을 관계에서 사실상 갑의 위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그래픽=이윤채 기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간 HBM 생산능력 확대에 주력했지만 D램 가격 급등이 이어지자 범용 D램 생산능력 확대에도 힘쓰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평택캠퍼스 P4(4공장)의 조기 가동을 준비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까지 D램 웨이퍼의 월간 생산능력을 60만장 수준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다만 두 기업 모두 경기도 용인에 조성 중인 반도체클러스터는 내년 이후로 본격 가동이 예상돼 당장의 생산능력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전망이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급사가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는 상황이라 생산능력 확대 경쟁이 당분간 치열할 전망”이라며 “최소 올해까지 D램 가격 강세 지속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이런 몸값 급등이 기업과 수출엔 좋은 일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고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탑재하는 자동차까지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이들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서다. 실제 최근 조립 PC를 구매해본 소비자 사이에서는 “램 가격이 너무 올라서 PC를 예상보다 훨씬 비싸게 구매했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CES 2026에서 기자단과 만난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총괄(사장)은 “공급 문제로 모든 업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제품 가격 재조정을 고려해야 할 시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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