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발 '칩플레이션' D램 값 반년새 3배…애플·구글도 줄섰다
━
D램 특수 원인은
“메모리 수요가 매우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으며, 현재 글로벌 메모리 공급능력을 훨씬 앞서고 있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수밋 사다나 최고사업책임자(CBO)는 이달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6’에서 최근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특히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인 D램(DRAM)의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지르면서 가격 폭등이 이어지고 있다. D램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수출 주력 품목이다. D램 수급 불균형이 일어난 배경과 올해 전망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D램, 삼성·하이닉스 수출 주력 품목
지난해 3분기 D램 시장점유율 34%로 1위인 SK하이닉스도 같은 이유로 전망이 밝다. 증권가는 올해 SK하이닉스가 최대 130조원의 영업이익과 최고 60%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국의 정책 변화도 배경으로 분석된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대적 관세 부과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글로벌 산업계가 대거 선(先)구매에 나서면서 D램 현물 가격이 급등했다. 또 중국에선 내수시장 활력이 떨어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2024년과 지난해 이른바 ‘이구환신(以旧换新)’ 정책을 펼쳤다. 각 가정에서 노후한 가전 등의 제품이나 설비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 소비를 촉진하고 산업 고도화를 도모하는 정책이다. 이에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PC 등을 바꾸는 경우가 늘어 여기 들어가는 D램 수요가 증가했다. 지난해 5월 기준으로 가전 7700만 대, 디지털 기기 5600만 대 이상이 중국에서 교체됐다.
삼성 주가 1년간 148%, 하이닉스 263% 뛰어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 국내에선 관련 소문이 잇따랐다. 익명의 업계 전언을 종합하면 “구글·애플 등의 빅테크 직원이 급히 한국에 와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라인을 돌며 D램 공급을 간곡히 요청 중”이라는 내용이다. 실제 일부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경기도 화성·판교 일대의 삼성전자·SK하이닉스 사업장 인근 비즈니스호텔에 구매담당 직원을 장기 체류시키고 2~3년 단위 장기 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며, 구글 외에 아마존과 델 등도 비슷한 상황으로 알려졌다. D램 공급이 넉넉할 때 ‘수퍼 고객사’인 구글·애플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같은 공급사와의 갑을 관계에서 사실상 갑의 위치였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D램과 함께 낸드플래시 가격도 덩달아 치솟고 있다. 한국 메모리 반도체의 이런 몸값 급등이 기업과 수출엔 좋은 일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우려도 나온다. 스마트폰과 PC는 물론, 운전자 보조 시스템과 고성능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탑재하는 자동차까지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간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이들 제품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져서다. 실제 최근 조립 PC를 구매해본 소비자 사이에서는 “램 가격이 너무 올라서 PC를 예상보다 훨씬 비싸게 구매했다”는 반응이 잇따른다. CES 2026에서 기자단과 만난 이원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총괄(사장)은 “공급 문제로 모든 업체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소비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고 싶진 않지만 결국 제품 가격 재조정을 고려해야 할 시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창균 기자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