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와 사색] 장편(掌篇) 2
2026. 1. 17. 00:02
장편(掌篇) 2
김종삼
조선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천변 10전 균일상 밥집 문턱엔
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
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전짜리 두 개를 보였다.
『시인학교』 (신현실사, 1977)
김종삼 시인은 그리 많은 작품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세운 엄격함이 만든 일이라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생계와 생활에 대한 부담도 한몫했을 것입니다. 시인을 만나본 적은 없지만 시인에 대한 잊을 수 없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시인이 딸의 초등학교 소풍에 따라갔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순간 시인의 행방이 묘연해졌고 딸은 아버지를 찾습니다. 얼마 후 가슴 위에 돌을 올려두고 잠든 아버지를 발견합니다. 왜 그러냐고 딸이 물었을 때 시인은 하늘로 날아갈 것 같아서 그랬다고 답합니다. 태연함이든 평온함이든 하늘을 날 듯한 기분이든 어쩌면 의미 있는 삶의 감정은 스스로 당당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듯합니다.
박준 시인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중앙SUNDAY에서 직접 확인하세요. 해당 언론사로 이동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