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이통사 전기료를 입주민이 냈다? 공용전기료 대납의 비밀

이혁기 기자 2026. 1. 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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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이통사가 보낸 이상한 청구서➁
아파트 인터넷 설비 전기료
입주민 관리비서 몰래 ‘줄줄’
정부 뒤늦게 조사 시작했지만
12년 대납료 어떻게 보상할까

요즘 아파트에 인터넷은 필수입니다. 초고속 광케이블이 깔리는 건 기본이고, 층층마다 배치된 배분기가 아파트 구석구석에 24시간 인터넷을 공급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나오는 전기요금을 이통사가 아니라 입주민들이 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더스쿠프가 '이통사의 이상한 청구서'에서 이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정부가 일부 공동주택 입주민이 인터넷 사업자의 전기료를 대신 부담해 왔다고 발표했다.[사진 | 뉴시스]
"이동통신사는 어떻게 수백가구가 모여 사는 아파트에 인터넷을 일일이 보급할까?" 한번쯤 이런 궁금증을 가져본 적이 있을 겁니다. 답은 '분배의 기술'에 있습니다. 광케이블이 아파트 지하에 있는 중앙통신실에 도착하면, 이통사가 설치한 대형 분배기가 각 동과 층으로 신호를 분류해 보냅니다.

그러면 각층의 통신 단자함에 있는 소형 분배기가 이 신호를 다시 쪼개서 가정에 있는 모뎀이나 공유기로 전달하죠. 이 분배기가 24시간 쉼 없이 돌아가는 덕분에 데이터가 충돌하는 일 없이 수백 세대가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겁니다.

그럼 이 분배기의 전기세는 누가 내야 할까요? 전기통신사업법 제3조(역무의 제공의무 등)에 따르면, 전기통신사업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역무를 제공하는 걸 거부해선 안 됩니다.

이통사 약관의 내용도 맥락이 같습니다. SK브로드밴드 이용약관 제10조(사업자의 의무)엔 '회사는 계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문구가 추상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담긴 실무적 의미는 명확합니다. 분배 장비가 작동하려면 전기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인터넷 설비에 전력을 공급하는 건 이통사의 몫이 됩니다.

절차도 엄연히 존재합니다. 이통사는 건물 공용전기료를 납부하는 관리주체와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여기서 관리주체는 건물 관리비를 운용하는 입주자대표나 건물주 등의 관리인, 관리대행업체 등입니다. 이 계약에 따라 이통사는 '전기 분배'를 위해 사용한 전기만큼 관리주체에게 지급하면 됩니다.

하지만 이 '당연한 절차'가 현장에선 유명무실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지난 7일 공동주택 입주민들이 부담해 온 통신설비 공용전기료를 이통사가 전액 보상하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관리주체가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일부 공동주택 입주민이 공동관리비 등으로 대신 부담해 왔다는 게 과기부의 설명입니다. '통신설비 전기료는 이통사가 내야 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이통사 공용전기료 논란'이 이번에 처음 나온 게 아니란 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3년에도 언론을 통해 "이통사가 아파트 단자함 전기를 무단으로 쓴다"는 지적이 제기됐었죠.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문제가 그대로라는 겁니다.

이통사가 내지 않았다는 이 '공용전기료'는 얼마나 될까요? 가구 단위로 쪼개서 보면 액수가 많진 않아 보입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통신 분배기가 1~2대 정도만 들어가는 소규모 빌라 기준으로 한달에 몇만원 나오는 수준"이라면서 "이를 세대별로 나누면 월 몇천원 정도 되니 주민이 큰 부담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더스쿠프 포토]
그럼 전국 단위로 따져보면 어떨까요. 먼저 이통사가 '정상적으로 내는' 공용전기료가 얼마나 되는지 보겠습니다.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실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이통사가 한국전기에 건물주 명의로 지급한 공용전기 사용금액은 KT가 421억원으로 제일 많았습니다. 다음은 SK브로드밴드 296억원, LG유플러스 197억원, LG헬로비전 121억원 순이었죠. 4개 이통사가 낸 공용전기료만 1000억원이 넘는 셈입니다.

액수가 꽤 커서인지, 한편에선 "국민이 대신 내는 공용전기료가 이통사가 내는 공용전기료보다 많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통신업체의 한 관계자는 "규모가 제법 큰 아파트에선 입주민이 부담해 온 이통사 전기료가 100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전국에 있는 수많은 대단지 아파트를 생각하면 입주민들이 떠안은 전기료가 이통사가 내는 규모 못지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통사는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칩니다. '내고 싶어도 낼 수가 없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한 이통사 관계자의 설명을 들어보시죠. "대단지 아파트는 관리주체가 단지 내에 상주하고 있어 찾기가 쉽다. 그래서 대부분은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해 정상적으로 전기요금을 납부하고 있다. 문제는 관리주체가 상주하지 않는 소규모 오피스텔과 빌라다. 인터넷 설치 기사가 '여기 관리주체가 누구냐'고 물어봐도 모르는 고객이 태반이다." 현황 파악조차 제대로 안 돼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정부가 뒤늦게나마 실태 조사에 나선 건 긍정적인 행보입니다. 과기부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KCTA), KTㆍSK브로드밴드ㆍLG유플러스ㆍLG헬로비전 등 4개 이통사들과 전담반을 신설하고 지난해 11월부터 한달간 서울ㆍ인천ㆍ수원ㆍ김포 등 18개 동 내 1812곳을 시범조사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결과를 토대로 과기부는 조만간 전국 14만4000곳을 전수조사할 예정이란 계획도 밝혔습니다. 목표는 시범조사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모든 지역의 관리주체를 가능한 한 빨리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군구 단위로 대표 사업자를 지정해 추진하고, 여러 이통사 설비가 설치된 공동주택은 대표 사업자가 관리주체에게 절차를 안내할 계획입니다.

[사진 | 뉴시스]
홍보도 진행합니다. 이통사별 고객센터와 KTOA, KCTA 홈페이지에 홍보물을 게시해 관리주체가 좀 더 쉽게 전기 사용 계약을 인지하도록 할 예정입니다. 과기부는 7일 보도자료에서 "관리주체를 확인하는 즉시 그동안 입주민이 부담해 온 공용전기료를 보상한다"면서 "이통사와 전기 사용 계약을 체결해 이통사가 향후 발생하는 공용전기료를 제대로 납부하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풀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무엇보다 이통사 대신 12년간 부담한 전기료를 얼마나 공정하게 주민들에게 보상해줄 수 있느냐가 관건입니다. 시간이 많이 흐른 만큼, 다른 곳으로 이사 간 주민들이 적지 않을 거란 점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관리주체가 바뀌거나 그밖의 사정으로 공용전기료 자료가 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과기부 관계자는 "아직 보상안을 구체적으로 말하긴 이르다"면서 "전수조사가 끝나고 현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면 이통사가 협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해법을 내놓을 수 있을까요?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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