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美와 추가협상 할듯…삼성·SK 현지 투자 압박할 수도
'최혜국 대우' 조건 있지만
대만, 美공장 생산량 연동해 면제
건설 중엔 2.5배, 완공 후엔 1.5배
韓 '불리하지 않다' 문구론 부족

대만이 미국과 체결한 반도체 관세협상 결과가 공개되자 국내 반도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대만이 2500억달러(약 330조원)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미국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파격적인 관세 면제 혜택을 이끌어내서다. 낮은 대미 반도체 수출 비중과 메모리 반도체의 폭발적 수요, 공급자 우위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당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받을 타격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대미 반도체 관세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약속받은 한국 합의안을 두고 추후 해석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美에 공장 지어주고 관세 낮춘 대만

미국·대만 간 합의안에서 반도체 관세 핵심은 ‘생산량 연동형 관세 면제’다. 대만은 TSMC가 미국 애리조나 공장 5개 증설을 조건으로 관세율을 15%로 낮추고, 미국 내 공장을 짓는 동안 생산 예정량의 2.5배까지 ‘무관세 수출’을 얻어냈다. 공장 완공 후에도 미국 공장 생산량의 1.5배까지는 관세가 없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하면서 공동 팩트시트에 ‘미국과의 반도체 교역 규모가 한국보다 큰 국가(대만)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문구를 확보했다. 정부는 “반도체 관세에 대한 사실상의 최혜국 대우”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만이 대미 생산량의 ‘배수(倍數)’를 기반으로 한 관세 기준을 확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앞서 약속이 대만과 동일한 공식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가 불투명해져서다.
대만과 비교하면 한·미 합의안은 선언적 성격에 머무른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만과 동일한 투자·생산 연동 공식을 적용할지, 미국이 추가로 판단한 수준일지 알 수 없다. 통상당국 관계자는 “대만 합의를 면밀히 분석해 반도체업계와 소통하면서 미국 측과도 추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한국 기업이 이번 합의로 받을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많다. 작년 한국 반도체 수출액은 1734억달러로 이 중 대미 수출액은 138억달러로 전체의 7.9%에 불과하다. 메모리 반도체 수출 시장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발(發) 폭발적 수요로 ‘공급자 우위’로 형성돼 있다.
◇모호한 ‘최혜국 대우’ 명확히 해야
하지만 통상 전문가들은 당장 미국과 추가적 반도체 관세협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한국은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대우’를 대만에 준하는 품목관세 면제로 해석하겠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어서다. 허정 한국국제통상학회장(서강대 교수)은 “반도체는 관세율 1%포인트 차이만으로도 수천억원이 왔다 갔다 한다”며 “무관세 적용 물량과 미국 내 생산량 대비 배수를 대만처럼 정량적으로 명시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국내 반도체 기업도 당장은 불리하지 않다고 보지만 향후 미국 반도체 품목관세·파생상품 관세 등의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향후 한국 기업이 TSMC 수준의 추가 투자를 강요받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TSMC가 대만에서 생산한 저렴한 칩을 ‘무관세’로 가져올 때 삼성·SK하이닉스는 한국산 물량에 대해 품목관세를 물어야 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삼성과 SK는 경기 용인 지역에 첨단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다. 업계에선 미국에 추가로 공장을 지을 여력이 없는데, 미국 정부가 관세를 앞세워 추가 투자를 압박하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다만 삼성, SK가 미국에 공급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 반도체는 AI 서버와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만큼 관세 적용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산 메모리 반도체 없이는 엔비디아, 애플 등 미국 빅테크들이 제품을 만들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나서서 대미 투자 기여도를 강조하고, HBM이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수적 전략 자산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은/김리안/김채연 기자 hazzys@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서학개미의 꿈과 희망’ 아이온큐, 파운드리 인수에도 8%대 급락
- "너무 비싸다" 대통령 한 마디에…'반값 생리대' 쏟아진다 [이슈+]
- "볶은 카다이프면 있어요"…두쫀쿠 열풍에 미소짓는 방산시장 [현장+]
- '꿈의 5000달러' 찍은 金…연금 고수·부자도 쓸어담는다 [일확연금 노후부자]
- "강남은 너무 비싸"…경기 남부 집값, 풍선효과로 '훨훨'
- 금소세 대상 40만명 돌파…중산층 덮치는 '부자세'
- "삼전 대신 샀어야 하나"...오천피 문턱에서 숨 고르기
- "레버리지 사자"…몰려든 개미에 금투협 교육 사이트 '마비'
- 반도체에 로봇까지 호재 만발…"1억이 2억5000만원 됐다" [핫픽! 해외주식]
- 갑자기 "관세 25%로 원복" 韓 때린 트럼프 ...이유는[이상은의 워싱턴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