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한 형·화려한 동생, 세계 달군 '피아노 형제' … "새로운 연주 기대하세요"

김대은 기자(dan@mk.co.kr) 2026. 1. 16.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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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신예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 인터뷰
작년 쇼팽콩쿠르 나란히 진출
'제2의 조성진' 기대감 한 몸에
신년음악회서 밝은 연주 뽐내
"대회 후 삶 크게 달라지지 않아
그저 모든 무대에 최선 다할뿐
향후 러시아곡 리사이틀 원해"
일곱 살 터울의 피아니스트 형제 형 이혁(왼쪽)과 동생 이효. 사진작가 바르테크 바르치크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2026 신년음악회. 매년 이맘때 열리는 행사임에도 올해 신년음악회가 유난히 큰 관심을 끌었던 일등 공신으로는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이혁·이효 형제가 꼽힌다.

이날 둘은 신년음악회에서 바흐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c단조 BWV 1062'를 연주했다. 이 곡은 원래 '두 대의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 d단조 BWV 1043'을 건반용으로 편곡한 것이다. 형제는 밝은 표정으로 등장해 경쾌한 연주를 선보이는 등 변함없는 실력을 뽐냈고, 관객들은 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음악회를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혁은 "이 협주곡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곡 중 하나로, 역동적인 리듬과 아름다운 멜로디가 조화를 이루면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준다"며 "신년에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명곡으로 청중께 인사를 드릴 수 있어서 정말 기쁘다"고 밝혔다.

두 형제는 지난해 세계 3대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나란히 3라운드에 진출해 클래식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한국인 형제가 함께 이곳 본선에 진출한 것은 2005년 임동민·임동혁 형제가 나란히 3위를 차지한 이후 20년 만이었기 때문이다. 공연 업계에서는 조성진·임윤찬 외에 강력한 티켓 파워를 발휘할 또 다른 클래식 스타가 등장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돌고 있다.

2026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이혁. 예술의전당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 이혁은 "콩쿠르 기간에는 제 음악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해서 실감이 안 났는데, 콩쿠르가 끝나고 많은 청중의 응원 메시지, 댓글 등을 보게 됐다"며 "이렇게 저희 형제를 많이 응원해 주셔서 정말 많이 감사했고 감동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이혁은 "콩쿠르 이후에 제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모든 무대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 더욱더 매진하고 있을 뿐 음악 외에 외적인 것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회 기간 내내 둘은 형제이면서도 서로 다른 스타일을 선보이며 음악팬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았다. 호리호리한 체격을 지닌 형 이혁은 '장송행진곡'으로 잘 알려진 B♭ 단조 Op.35 소나타를 선택해 서사성과 감정 표현이 돋보였다.

반면 훤칠한 외모를 지닌 동생 이효는 '영웅'이라는 부제로 잘 알려진 A♭ 장조 Op.53 폴로네즈 등 화려한 모습을 마음껏 드러내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두 형제의 스타일 차이에 대해 묻자 이효는 "형은 안정적이고 차분한 스타일이라면 저는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는 편"이라며 "이러한 제 성향이 패션을 포함한 여러 면에 많이 반영된다"고 답했다.

2026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이효. 예술의전당

실제로 이효는 쇼팽 콩쿠르 첫 출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종일관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고, 클래식 공연장에서 보기 어려운 조끼를 입고 나타나기도 하는 등 패션 감각을 뽐냈다. 이효는 "라운드 때마다 다른 착장을 한 건 제가 들려드릴 곡 분위기 또는 연주 때 팔의 부담 등 여러 면을 고려했기 때문"이라며 "저의 패션 스타일은 어머니의 도움과 조언 속에서 자라오는 동안 제 자신의 취향에 부합됐다"고 설명했다.

두 형제는 1점 미만의 작은 차이로 쇼팽 콩쿠르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해 아쉬움을 남겼다. 쇼팽협회가 공개한 라운드별 채점표에 따르면 3라운드에서 이효와 이혁은 각각 12·14위를 차지했는데, 1~11위가 최종 라운드에 진출한 것이다. 11위를 차지한 피오트르 알렉세비치는 20.84점으로 진출했으나 이효·이혁은 각각 20.82점, 20.29점이었다. 다만 둘은 현재 25세, 18세로 2030년에 열리는 다음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

향후 대회 참가 의향을 묻자 이효는 "다음 대회까지 아직 긴 시간이 남아 있기 때문에 저도 아직 모른다"며 "제 음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새로운 도전이나 경험이 필요하다면 매 순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혁 또한 "5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라 아직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다만 이혁은 앞으로 선보이고 싶은 무대에 대해 "제가 모스크바 유학 시절 심도 있게 공부했던 러시아 작곡가들의 곡들로 리사이틀 프로그램을 계획해 보고자 한다"며 "차이콥스키의 사계, 스크랴빈의 피아노 작품들, 카푸스틴의 피아노 소나타, 라흐마니노프와 프로코피예프의 협주곡, 슈베르트 작품을 무대에서 연주해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효는 구체적인 곡명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무대에서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은 곡은 정말 많다"며 "특별한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저에게 끌림을 주는 곡과 새롭고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계속 연주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혁·이효 형제는 올해 한 차례 더 국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5월 28일 진행되는 KBS교향악단 제826회 정기연주회에 참여해 프랑시스 풀랑크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d단조 FP 61'을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1932년 베네치아에서 풀랑크 본인에 의해 초연된 이 곡은 라벨·모차르트 등 여러 유명 음악에서 다양한 요소를 차용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효는 "감사하게도 저희 형제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잇따르고 있다. 기대에 부응하며 앞으로도 계속 좋은 음악으로 찾아뵙겠다"며 "저희 형제의 음악을 통해 관객들께서 희망찬 마음과 용기로 새롭게 시작된 2026년을 맞이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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