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아니라 실천으로 아동중심, 놀이중심 보육을 만들어 갑니다”

소장섭 기자 2026. 1. 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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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가 만난 사람]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베이비뉴스 소장섭 기자】

베이비뉴스 소장섭 편집국장이 진행하는 데스크가 만난 사람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철학과 신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다만 그 철학이 머릿속에 있거나 문서로 정리돼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교육 대상에게 제공되고 구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의 말이다. 그가 말하는 철학과 신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아동중심 보육', 그리고 '놀이를 통한 배움'이다.

박진재 대표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하 푸르니)은 2003년 처음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교육 철학을 유지해 오고 있다"면서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동중심 보육', 그리고 '놀이중심 교육'"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푸르니가 중요하게 여겨온 것은 아동중심이라는 원칙을 말이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실제 적용해 왔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사나 부모, 또는 제도를 운영하는 어른의 편의나 기대가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유익한지, 언제 가장 잘 배우는지,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다. 부모의 욕심이나 어른의 기준 때문에 교육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답은 '놀이'로 귀결된다."

박진재 대표는 "아이들은 말로 정확히 표현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 언제 가장 몰입하는지 놀이를 통해 드러낸다. 그래서 푸르니는 놀이가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고, 놀이 안에 충분한 배움이 담겨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지켜오고 있다"고 전했다.

푸르니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유행이 등장하더라도, 아이를 중심에 두고 놀이를 핵심에 놓는다는 원칙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해 왔다는 게 박진재 대표의 설명이다.

"이 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교사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철학이 있어도 이를 구현하는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푸르니는 교사가 아동중심·놀이중심 보육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교사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며, 현장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과정 속에서 푸르니의 보육 철학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푸르니는 영유아 보육과 직장어린이집 운영, 국공립어린이집 설치 지원을 포함한 보육 전반을 지원하는 비영리 전문 기관이다. 아이 중심의 질 높은 보육을 실천하고, 교사와 부모를 함께 지원하는 활동을 지속하면서 대한민국 영유아 보육 현장의 발전에 기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진재 대표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의 전신인 '푸른보육경영'이 태동하던 2003년에 합류해, 첫 번째 직장어린이집인 푸르니서초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했다. 이후 2012년 푸르니보육지원재단으로 자리를 옮겼고, 2020년부터는 대표로서 재단의 운영과 방향성을 이끌고 있다.

그는 얼마 전 2025년 보육사업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았다. 박진재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상은 제 이름으로 받았지만, 이 성과는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푸르니에서 함께 일해 온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현재 푸르니에는 여러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고, 오랜 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 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그동안 내부에서 묵묵히 이어온 일들이 외부에서도 이렇게 인정받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크다"고 덧붙였다.

2025년 보육사업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한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가 표창장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현재 푸르니가 운영하고 있는 직장어린이집은 약 290곳에 이른다. 대한민국 전체 직장어린이집이 1300여 곳임을 감안하면, 직장어린이집 5곳 중 1곳을 푸르니가 맡고 있는 셈이다. 어린이집 전체 숫자만 놓고 보면 작은 비중으로 보일 수 있지만, 일하는 부모들의 일·가정 양립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해 온 역할과 기여도는 결코 적지 않다.

특히 푸르니는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노력해 온 곳으로 알려져 있다. 박진재 대표에게 질 높은 보육서비스의 핵심이 무엇이냐고 묻자, 두 가지를 언급했다. 첫 번째는 보육 프로그램의 질, 두 번째는 이를 실천하는 교사의 인성과 전문성이다.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집단으로 생활한다.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기관에서 보내는 만큼, 그 시간 동안 어떤 교육적 경험을 하느냐는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 푸르니는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하고 싶을 때 마음껏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질 높은 보육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다."

박진재 대표는 "많은 영유아 대상 기관에서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교실을 보면 어른의 의도나 계획에 따라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푸르니가 추구하는 교육은 아이가 원해서 선택한 놀이가 존중되고, 그 놀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교사의 상호작용으로 학습이 일어나는 질 높은 프로그램이다. 놀이가 중심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가장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박진재 대표는 "아무리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이 있어도, 실제로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상호작용하는 주체는 교사다. 그래서 교사의 인성과 전문성은 프로그램의 질 못지않게 중요하다. 아이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며,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곧 보육의 질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직장어린이집도 저출생 위기와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란 변화를 비켜갈 수는 없다. 2010년대 초중반부터 202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던 직장어린이집은 저출생의 여파로 개원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이 사실이다. 일부에서는 운영하고 있던 어린이집 규모를 줄이거나, 적정한 인원이 부족해 폐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통합해 영유아학교를 만드는 유보통합이라는 사회적 의제가 직장어린이집에 미치는 영향도 매우 크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의 흐름에 푸르니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박진재 대표는 "직장어린이집은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질 높은 보육을 꾸준히 실천해왔고,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다"면서 "유보통합이라는 매우 복잡한 정책적 흐름 속에서도, 직장어린이집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고 또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오히려, 박진재 대표는 "직장어린이집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모범적이고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라면, 오히려 더 많은 곳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고, 좋은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직장어린이집은 앞으로도 유지·발전되며, 우수한 평가를 받는 보육을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직장어린이집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와 국회가 더욱 신경써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박진재 대표는 "직장어린이집은 비중은 작지만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는 유형이기 때문에 단순히 '관심의 사각지대'나 '지원의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도 직장어린이집이 설치되도록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언급했다.

"대기업의 경우 이미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약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이다. 오히려 직장어린이집이 절실히 필요한 곳은 이런 기업들인데, 현실적으로 설치와 운영이 쉽지 않은 구조에 놓여 있다.

그래서 중소·중견기업들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운영해볼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지원의 다각화와 현실에 맞는 지원책이 함께 가야 직장어린이집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30년 동안 오로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살아온 박진재 대표가 재단의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박진재 대표는 다시 한 번 아동중심 교육을 언급했다.

"아동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교육, 아동을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 특히 어른의 불안함과 욕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적기 교육, 개별적인 도움이 필요한 소수 아이까지 보듬고 가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푸르니는 단단한 교육 신념을 지속 실천할 것입니다. 유보통합 체제에도 대한민국 영유아교육의 좋은 모델로 선도 집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2023년 푸르니보육지원재단 20주년 기념 선포식에서 박진재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다음은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 마포구 베이비뉴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인터뷰 전문이다.

-박진재 대표님, 만나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대표님을 아직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략하게 자기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박진재입니다. 

오래전부터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컸고, 아이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아동학을 전공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의 발달과 심리, 교육 전반에 대한 공부를 이어가며 석사와 박사 과정까지 마쳤고, 이후에는 대학에서 예비교사와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다 교육의 실제 현장에 대한 관심이 커져 유아교육기관에서 교사로 일했고, 원장으로도 약 18년간 현장을 운영했습니다. 연구와 교육, 그리고 현장을 오가며 아이들을 잘 키우는 일뿐 아니라 교사와 부모를 지원하고 교육하는 일까지 지속해 왔고, 그렇게 이 길을 걸어온 지도 어느덧 30년이 됐습니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은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서 아이와 교사, 그리고 보육 현장을 지원하는 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과는 어떻게 인연이 시작된 것인가요?

"푸르니와의 인연은 재단 설립 이전, 아주 초창기부터 시작됐습니다. 당시에는 지금의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이 아니라 '푸른보육경영'이라는 이름의 단체였고, 실제 사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를 함께 논의하며 뜻을 함께하시는 분들이 하나둘 모이던 시기였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그 과정에서 네다섯 명이 본격적으로 합류할 때 저 역시 함께했고, 저는 푸르니에서 설립한 첫 번째 직장어린이집인 '푸르니서초어린이집'의 원장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푸르니와의 인연은 설립 초기부터였지만, 당시 저의 역할은 어디까지나 서초어린이집의 원장이었습니다. 이후 약 18년 동안 원장으로 현장을 맡아 일했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재단으로 자리를 옮겨 개별 기관이 아닌 보다 넓은 영역에서 함께하는 역할을 맡게 됐습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의 대표로서의 공식적인 역할은 2020년경부터 시작됐고, 단독 대표로서 재단을 이끌게 된 것은 2024년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25년 보육사업 발전 유공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으셨습니다. 정말 축하드립니다. 수상 소감을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보육유공자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게 됐는데,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하고 뜻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은 제 이름으로 받았지만, 이 성과는 결코 개인의 것이 아니라 푸르니에서 함께 일해 온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라고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푸르니에는 여러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성실하게 역할을 해주고 있고, 오랜 시간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함께해 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동안 내부에서 묵묵히 이어온 일들이 외부에서도 이렇게 인정받았다는 점이 무엇보다 의미 있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기쁘기도 하고 감사한 마음도 큽니다."

-일가정양립을 위한 핵심 제도인 직장어린이집 발전을 위해서 그동안 재단이 큰 노력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단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푸른보육경영은 2003년에 시작됐습니다. 당시 사회 전반에 '아이를 함께 키운다'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던 시기였고, 직장어린이집과 보육에 대해 정부와 사회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2000년대 중반을 거치며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의무화되고, 2012년을 전후로 관련 제도가 본격화되면서 푸르니의 설립과 성장은 이러한 사회적·정책적 흐름과 자연스럽게 맞물려 진행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돌아보면, 보육과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시기와 함께 성장해 온 셈입니다.

그 과정에서 재단은 직장어린이집을 적극적으로 설치·운영하는 역할을 맡게 됐고, 그에 따라 규모도 자연스럽게 확대됐습니다. 이후에는 직장어린이집 위탁 운영뿐 아니라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라는 정부 정책 기조에 발맞춰, 국공립 어린이집 설치·운영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현재는 보듬이나눔이어린이집을 포함해 약 130여 개 국공립어린이집 설치를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역할을 해오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과제가 직장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나 다양한 업종 종사자 가운데 주말에도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이 많다는 현실을 현장에서 확인했고, 이에 따라 주말 보육이 절실한 가정들을 지원하는 사업에도 수행기관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직장어린이집, 국공립어린이집, 그리고 돌봄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다양한 사업 등 여러 형태의 일을 해왔지만, 그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아이를 잘 키우고, 질 높은 보육을 실천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습니다. 푸르니는 그 가치를 중심에 두고, 보육 현장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푸르니어린이집이 처음으로 만들어지는 시기에 직장어린이집 현황은 어떠했습니까?

"물론 직장어린이집은 그 이전에도 존재했습니다. 다만 저희가 2003년에 처음 시작했을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체계적으로 확산되기 전이었고, 정확한 개소 수를 기억하기는 어렵지만 막 본격적인 흐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 해에 수십 곳이 동시에 문을 여는 일도 반복됐고, 특히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후반, 그리고 2020년 전후까지가 가장 활발한 확산기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직장어린이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현재는 전국적으로 약 1300여곳 정도가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푸르니가 운영하거나 위탁·수행 형태로 참여하고 있는 어린이집은 290여 개가 됩니다.  양적인 비중만 놓고 보면 직장어린이집은 아직 소수에 속하지만,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측면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역할은 결코 작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023년 푸르니보육지원재단 20주년 기념 선포식에서 박진재 대표(맨 좌측)와 관계자들이 기념케이크를 절단하고 있다. ⓒ푸르니보육지원재단

-현재 직장어린이집 설치 근거와 규정은 어떻게 되죠?

"직장어린이집 설치의 법적 근거는 「영유아보육법」에 있습니다. 이 법에 따라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의무화돼 있고, 관련 규정은 여러 차례 개정을 거치며 강화돼 왔습니다. 현재 기준으로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 또는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인 사업장의 경우 직장어린이집을 반드시 설치해야 합니다.

이 조항은 단순한 권고 수준이 아니라 명확한 의무 규정으로,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만큼 법적 강제성이 상당히 큽니다. 나아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해당 사실이 공개되는 방식의 제재도 병행되고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 덕분에 현재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비교적 잘 이행되고 있는 편입니다. 기업이 직접 설치·운영하는 경우도 있고, 전문 기관에 위탁 운영하는 방식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의무 대상 기업의 약 93% 이상이 설치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결국 법적인 강제성에 더해, 직원 복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기업의 책임에 대한 인식이 함께 작용하면서 직장어린이집 설치가 정착돼 온 측면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는 곳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 같던데요?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이를 이행하지 못하는 사업장들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만나보면 필요성에 공감하고 직원들의 요구도 분명히 인식하고 있지만, 여건상 실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직접 운영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비용 부담입니다. 시설 설치에 드는 초기 비용뿐 아니라, 지속적인 운영비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여기에 더해 보육기관을 직접 운영한다는 것은 안전, 인력 관리, 행정 등 여러 가지 책임과 리스크를 함께 감수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수요와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중소기업에서 이러한 어려움이 두드러집니다.

반면 대기업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갖춰져 있어 이미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한 곳이 많고, 현재까지는 대부분 의무를 이행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재단이 그동안 견지해온 보육 및 교육 철학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이 철학을 현장에 반영하기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펼쳐오셨는지 궁금합니다.

"이 일을 오랜 시간 해오다 보니,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철학과 신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만 그 철학이 머릿속에 있거나 문서로 정리돼 있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교육 대상에게 제공되고 구현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푸르니는 2003년 처음 출발할 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은 교육 철학을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정리하면 '아동중심 보육', 그리고 '놀이중심 교육'입니다. 이 표현 자체가 새롭지는 않습니다. 오늘날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아동중심을 이야기하고 있고, 표준보육과정이나 누리과정 역시 같은 가치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르니가 중요하게 여겨온 점은, 아동중심이라는 원칙을 말이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의 기준으로 실제 적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교사나 부모, 또는 제도를 운영하는 어른의 편의나 기대가 아니라, 아이에게 어떤 환경이 유익한지, 언제 가장 잘 배우는지, 아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가장 우선에 두고 판단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져왔습니다. 부모의 욕심이나 어른의 기준 때문에 교육의 방향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고민을 이어가다 보면 결국 답은 '놀이'로 귀결됩니다.

아이들은 말로 정확히 표현하지는 않지만, 무엇을 경험하고 싶어 하는지, 언제 가장 몰입하는지는 놀이를 통해 드러납니다. 그래서 푸르니는 놀이가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하고, 놀이 안에 충분한 배움이 담겨 있다는 믿음을 지속적으로 지켜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사회적 유행이 등장하더라도, 아이를 중심에 두고 놀이를 핵심에 놓는다는 원칙만큼은 흔들리지 않고 유지해 왔습니다.

이 철학을 현장에서 실천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결국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철학이 있어도 이를 구현하는 사람은 교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푸르니는 교사가 아동중심·놀이중심 보육을 실제로 실천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교사를 지원하고, 지속적으로 교육하며, 현장에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과정 속에서 푸르니의 보육 철학이 현장에 뿌리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재단은 그동안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 여러 가지 노력을 펼쳐왔는데요. 질 높은 보육서비스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질 높은 보육이라는 표현은 많이 사용되지만, 실제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여러 요소가 필요합니다. 물론 안전하고 위생적인 환경은 기본 전제이지만, 그 모든 것을 넘어 핵심만 꼽자면 결국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보육 프로그램의 질, 또 하나는 이를 실천하는 교사의 인성과 전문성입니다.

먼저 프로그램의 질입니다. 아이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집단으로 생활합니다. 부모가 일하는 시간 동안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기관에서 보내는 만큼, 그 시간 동안 어떤 교육적 경험을 하느냐는 아이의 성장에 매우 중요합니다. 푸르니는 아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하고 싶을 때 마음껏 놀이할 수 있는 환경이 질 높은 보육의 출발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많은 영유아 대상 기관에서 겉으로는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교실을 보면 어른의 의도나 계획에 따라 아이들을 끌고 가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푸르니가 추구하는 교육은 아이가 원해서 선택한 놀이가 존중되고, 그 놀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교사의 상호작용으로 학습이 일어나는 질 높은 프로그램입니다. 놀이가 중심이 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가장 자연스럽게 배우고 성장합니다.

여기에 연령이 올라가면서는 집에서 부모가 제공하기 어려운 다양한 경험도 필요합니다. 한글이나 영어처럼 부모의 기대가 큰 학습 요소 역시, 아이의 발달과 욕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아이가 편안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프로그램 안에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프로그램의 질은 질 높은 보육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고 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교사입니다. 아무리 좋은 환경과 프로그램이 있어도, 실제로 아이와 눈을 맞추고 대화하며 상호작용하는 주체는 교사입니다. 그래서 교사의 인성과 전문성은 프로그램의 질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아이를 진심으로 존중하고 관심을 가지며, 끊임없이 관찰하고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교사의 역량이 곧 보육의 질로 이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질 높은 보육서비스의 핵심은 프로그램의 질, 그리고 교사의 인성과 전문성, 이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이 두 요소가 갖춰지지 않으면 아무리 다른 조건이 좋아도 질 높은 보육이라고 말하기 어렵고, 반대로 이 두 가지가 제대로 자리 잡혀 있다면 질 높은 보육의 절반 이상은 이미 실현됐다고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누리과정의 핵심도 놀이 중심 교육이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현재 교육 현장에 적용되고 있는 누리과정의 핵심 역시 놀이중심 교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지금처럼 국가 수준의 표준보육과정이나 누리과정이 정립되기 전, 2000년대 초반만 해도 통일된 국가 보육과정은 존재하지 않았고, 각 기관이 자체적으로 교육 방향과 내용을 정해 운영하던 시기였습니다.

이후 국가 수준의 표준보육과정과 누리과정이 만들어지면서, 아동중심·놀이중심이라는 원칙이 공식적인 교육과정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푸르니가 설립 초기부터 중요하게 지켜왔던 교육 철학이 국가 보육과정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많은 전문가들의 논의를 통해 거의 같은 방향으로 정리된 것을 보며, 유아교육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결국 이 가치에 도달하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됐습니다.

푸르니는 국가 수준의 보육과정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아동중심·놀이중심 보육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누리과정이 도입된 이후에는 오히려 차별성이 줄어든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기관의 차별화가 약해졌다는 의미라기보다, 대한민국 전체 보육의 질이 그만큼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푸르니는 한 걸음 더 앞서가기 위한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놀이중심 교육은 변함없이 유지하되, 국가 수준의 보육과정 이상으로 아이들에게 더 다양하고 풍부한 경험을 제공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특히 유아기 후반부로 갈수록 아이들의 발달 특성을 고려해, 학습적 요소를 배제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방식과 놀이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글이나 영어를 배운다고 해서 아이들을 앉혀 놓고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방식이 아니라, 어떻게 배우느냐의 문제에 더 주목합니다. 이를 위해 교사 교육을 강화하고, 교사가 충분한 전문성을 바탕으로 놀이 안에서 학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실제로 푸르니에서는 약 3~4년 전부터 '동요글자놀이', '스토리투어'와 같은 자체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요나 동시, 이야기 등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글자를 접하고, 놀이하듯 배우는 방식입니다. 아이가 하고 싶을 때 참여하고, 원하지 않으면 잠시 미뤄도 되는 유연한 구조 속에서 교사와의 상호작용을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결국 푸르니가 지향하는 방향은, 놀이중심이라는 누리과정의 철학을 기반으로 하되 그 안에서 더 깊고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의 선택과 속도를 존중하는 보육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는 "푸르니는 국가 수준의 보육과정이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아동중심·놀이중심 보육을 실천해 왔기 때문에, 누리과정이 도입된 이후에는 오히려 차별성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는 개별 기관의 차별화가 약해졌다는 의미라기보다, 대한민국 전체 보육의 질이 그만큼 상향 평준화됐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그동안 대표님께서는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셨고, 부모님들을 만나셨습니다. 부모님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무엇이었나요?

"예전부터 부모교육이나 다양한 상담 과정에서 부모님들의 질문과 하소연을 정말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공통적으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부모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엄마·아빠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는 책이나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그걸 내 아이에게 적용하는 건 너무 어렵다는 겁니다.

알고는 있는데 잘 못하겠고, 아는 것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지 않다 보니 자책감이 들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커진다는 거죠. 그래서 일상 속에서 부모로 살아가면서 '이게 아닌데'라고 느끼는 내 생각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 그로 인한 스트레스와 죄책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또 하나 많이 나오는 질문은 아이의 변화에 관한 거예요. 아기 때는 비교적 순하고 잘 지내던 아이가 두 살, 세 살이 되면서 갑자기 달라진다는 거죠. 하지만 아이들은 성장하고 발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합니다. 이 시기가 되면 고집이 생기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게 너무나 당연한 일이에요. 문제는 그때부터 부모가 힘들어지기 시작한다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혼내게 되고, 그러면 또 고민이 생깁니다.

'훈육은 해야 할 것 같은데, 혼내지 않고도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정말 많이 하세요.

여기에 더해, 엄마와 아빠의 양육 방식이 너무 다를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많이 묻습니다. 지금처럼 달라도 괜찮은 건지, 아니면 아이를 위해서라도 어느 정도는 일치하는 게 좋은 건지에 대한 고민이죠.

마지막으로 많이 나오는 질문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 아이의 잠재력이나 재능을 발견하기 위해 교육은 언제부터, 어떤 방향으로 시작하는 게 좋은지에 대한 고민입니다."

-그럼 하나하나씩 해당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답변을 주시는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이 아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 대한 괴리 문제입니다. 어떻게 답변을 주로 하시나요?

"사실 이 문제에 딱 맞는 만병통치약 같은 해답은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이렇게 말씀드려요.

'이건 나만 느끼는 문제가 아닙니다.'

많은 엄마, 아빠들이 똑같이 겪는 고민이에요. 머리로는 무엇이 좋은 양육인지 알고 있지만, 실제로 그걸 실천하는 과정에서는 누구나 어려움을 느낍니다. 부모도 결국 일하는 사람이고, 감정을 가진 사람이잖아요. 바쁘고 지칠 때도 있고, 감정적으로 여유가 없을 때도 많죠. 그러다 보면 시간에 쫓기고 감정에 휩쓸려서,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강하게 반응하게 되는 순간이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그 지점에서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만으로도 이미 중요한 출발'이라고 말씀드려요. 누구나 그런 상황을 겪는다는 걸 인정하는 게 먼저입니다.

그 다음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이건 한두 번에 되는 일이 아니라, 수많은 시행착오와 반복을 통해 조금씩 익혀가는 과정이에요. 노력해도 잘 안 될 때가 분명히 있고, 그럴 수 있다는 점도 함께 받아들여야 합니다. 스스로를 계속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너무 자신을 몰아붙이지 말자고요.

그리고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소소한 팁도 함께 나눕니다. 예를 들어 감정이 올라올 때는 아이 곁에 계속 붙어 있기보다 잠시 거리를 두는 게 도움이 됩니다. 잠깐 떨어져서 숨을 고르고, 감정을 추스른 다음 다시 아이를 대하는 거죠. 또 엄마가 너무 힘들 때는 아빠가 잠시 역할을 대신해 주는 식으로 부모가 서로 도와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드립니다."

-'훈육은 해야 할 것 같은데, 혼내지 않고도 잘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답을 하시나요?

"훈육은 정말 중요하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어려운 주제입니다. 특히 만 2세, 우리나라 나이로 세 살, 네 살, 다섯 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거의 대부분이 이 시기에 큰 어려움을 겪어요.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 '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왜 아이 앞에서 이렇게 변했는지 모르겠다' 이런 말을 하시면서 스스로를 많이 자책하고, 아이에게 미안해합니다.

그래서 이 질문에서도 저는 먼저 이렇게 말씀드려요.

'나만 그런 게 아닙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꼭 짚는 게 있어요. 훈육과 혼내는 건 다르다는 점입니다. 아이가 자라면서, 특히 세 살 전후의 시기는 정말 중요한 시기거든요. 이 시기에는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나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동들이 일상 속에서 많이 나타납니다. 그럴 때는 분명하게 가르쳐야 합니다.

예를 들면, '그건 안 돼. 그렇게 하면 친구들이 싫어해', '그러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돼', '대신 이렇게 해보자' 이런 식으로 행동의 기준과 대안을 함께 알려주는 과정이 꼭 필요해요. 이 가르치는 과정 자체가 훈육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아동 중심', '아이 존중'이라는 말이 강조되다 보니, 가르쳐야 할 순간에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요. 아이가 소중하니까, 아이의 마음을 존중해야 하니까 하면서 무조건 들어주고, 선택하게 하고, '넌 어떻게 생각해?'만 반복하는 거죠. 하지만 그걸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세 살, 네 살 때 반드시 가르쳐야 할 것이 분명히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려요. 조금 힘들더라도 이 시기에는 단호함이 필요하다고요. '그건 안 돼', '아무리 울어도 이건 들어줄 수 없어' 이렇게 맺고 끊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요즘 부모들에게 특히 더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체벌이나 과도한 혼냄이 문제였다면, 요즘은 아이가 한두 명이다 보니 너무 모든 요구를 다 들어주는 쪽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가 자연스럽게 '원하면 다 되는 경험'을 쌓게 되고, 결국 사회적 기준을 배우지 못하게 됩니다.

그래서 최소한 한 사람은 아이에게 이렇게 알려줘야 합니다.

'그건 친구들에게 피해가 되는 행동이야', '여기서는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지금은 잠깐 앉아서 기다려야' 등 이런 것들은 반드시 가르쳐야 합니다. 그게 바로 훈육입니다.

훈육은 화를 내는 것도, 혼내는 것도 아니라 아이에게 적절한 행동을 가르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조금씩 연습해보시면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2025년 진행된 전체 원장 워크숍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엄마와 아빠의 양육 방식이 서로 다를 때, 아이가 혼란스러워지지는 않을까요?

"대개는 다릅니다. 엄마와 아빠가 완전히 똑같은 기준과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사실 거의 없어요. 예를 들어 엄마가 어떤 행동에 대해 '안 돼'라고 했는데, 아빠가 옆에서 '괜찮아'라고 말하는 상황을 완전히 피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먼저 '그럴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하자고 말씀드려요.

아빠는 비교적 허용적인데 엄마는 조금 더 단호하고, 혼내는 역할을 맡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닙니다.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에요. 그리고 아이들은 그 차이를 생각보다 아주 잘 압니다.

'이건 아빠한테 말하면 들어줄 것 같아', '이건 엄마한테 말하는 게 더 빠르겠다' 등 이렇게 상황에 따라 누구에게 이야기해야 할지를 아이 스스로 판단합니다.

엄마와 아이, 아빠와 아이, 그리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엮이는 삼자 관계 안에서는 정말 다양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아이들이 그 구조를 이해하고, 나름대로 잘 활용한다는 점이에요. 할머니에게 부탁하기도 하고, 아빠에게 먼저 도움을 청하기도 하고, 어떤 일은 엄마에게 허락을 구하는 식이죠. 아이는 어떤 방법이 더 효과적인지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부모의 양육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다거나, 반드시 나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그 차이를 아이에게 솔직하게 설명해줄 수 있습니다.

'아빠는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그건 안 했으면 좋겠어', '엄마랑 아빠 생각이 좀 다를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거죠.

그러면서 '너는 어떻게 생각해?', '엄마 말이 맞는 것 같아, 아빠 말이 맞는 것 같아?' 같은 대화도, 아이가 조금 더 자라면 충분히 가능해집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심지어 엄마 아빠도 다를 수 있구나'라는 걸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그 다름 속에서 대화로 풀어가는 경험을 하면서 성장하게 되는 거죠. 중요한 건 완벽하게 일치하는 양육이 아니라,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대화하는 태도라고 생각합니다."

-보통 엄마와 아빠가 역할을 나눠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한 사람이 엄한 역할을 맡고, 다른 한 사람은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게 좋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나요?

"네, 그런 방식은 앞서 말씀드린 훈육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모 두 사람이 모두 단호하고 규칙만 강조하면 아이 입장에서는 상당히 힘들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가정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차이가 생기고, 그 차이가 결국 역할 분담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약속을 지키게 하고, 규칙을 분명하게 세우고, 단호하게 훈육하는 역할은 엄마가 더 잘하는 집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 부분은 엄마의 몫으로 두는 거죠. 반대로 아빠는 그런 상황에서 조금 더 풀어주고, 아이를 예뻐해 주고, 받아주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굳이 둘 다 같은 방식으로 훈육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으로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고 조화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역할 분담을 일부러 인위적으로 정하려고 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하는 방식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뉘는 게 가장 좋습니다.

이렇게 가정 안에서 균형이 잡히면 아이도 그 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고, 부모가 고민하는 많은 문제들이 생각보다 부드럽게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중요한 건 '누가 더 엄해야 하느냐'가 아니라, 부모가 서로 다른 역할로 아이를 함께 지지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아이에게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육의 시작 시기와 내용에 관한 고민입니다. 영유아기 사교육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요. 이 질문에 대해서는 어떤 답변을 주시나요?

"이 질문을 정말 많이 받습니다. 영유아기 사교육과도 맞닿아 있는 주제죠. 저는 이전부터 부모님들께 계속 같은 말씀을 드려왔어요.

특히 3세, 4세, 5세 유아기, 학교에 가기 전까지의 시기에는 무엇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놀이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 충분히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요.
물론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재능을 발견해주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음악도 가르쳐야 할 것 같고, 체육이나 미술 같은 예체능도 시켜야 할 것 같고, 한글도 해야 할 것 같고, 영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보이면 '지금 시작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죠. 주변을 보면 다들 너무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교육에는 분명히 '적기'가 있습니다. 무조건 빠르면 빠를수록 좋고, 아이는 스펀지처럼 다 흡수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거의 같습니다. 너무 이른 조기교육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거죠.

아이의 뇌 발달이 어느 정도 준비되고, 전두엽이 활성화되면서, 앉아서 30~40분 정도의 일방적인 교육을 받아들일 수 있고, 주의집중 시간이 길어지는 시점이 되어야 학습이 의미를 가집니다. 인지 발달과 집중력이 함께 준비됐을 때 시작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시점으로 모아집니다. 대략 만 6~7세 정도예요. 그 무렵이 되면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는 것도 분명해집니다.

'우리 아이는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는구나', '이 아이는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태권도나 축구에 관심이 있구나' 그럴 때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더 재미있게,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좋습니다. 못하는 걸 억지로 보완하려 하기보다는,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을 키워주는 방향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약간의 기술과 훈련이 필요한 사교육이나 프로그램은 6~7세 이후에 시작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봅니다. 그 이전에도 할 수는 있지만, 사실상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아이와의 관계만 나빠지는 경우가 많아요.

가기 싫어하는 아이를 붙잡아 앉혀 놓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자' 하다 보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고 부모와의 관계도 힘들어집니다. 그래서 저는 사교육이든 어떤 형태의 교육이든, 아이의 잠재력과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다양한 경험 자체는 필요하지만, 절대 서두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특히 한글이나 영어 같은 학습 중심 교육은 너무 이르게 시작하면, 정작 학교에 가서 배워야 할 시기에 이미 지쳐버려서 더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교에 갈 나이가 됐는데 아이가 이미 '공부는 너무 힘들다'는 인식을 갖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늘 이렇게 말씀드립니다. 조금 늦추는 것이 오히려 더 효과적이고, 그때의 배움이 아이에게 훨씬 잘 흡수됩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계속 드리는 이유는, 아이가 커갈수록 결국 공부는 부모의 의지로는 할 수 없는 단계가 오기 때문입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면 그때는 정말 아이 본인의 의지와 동기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저는 그 시기에 쓸 수 있는 의욕과 에너지를 미리 다 써버리지 않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부터 너무 많이 시키고, 지나치게 밀어붙이면 아이 마음속에 '배운다는 건 너무 지겹고 끔찍한 일이다', '공부는 힘들기만 한 거다' 이런 인상이 먼저 자리 잡게 됩니다. 그 순간이 사실 가장 위험한 거죠.

반대로 어릴 때는 아주 천천히, 살살 가면서 '어? 재밌네', '내가 아는 게 점점 늘어나네', '몰랐던 걸 알게 되니까 기분이 좋네' 이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게 정말 중요합니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기쁨을 느끼며 사는 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아이 때는 그걸 충분히 느끼게 해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모님들께 늘 이렇게 말씀드려요. 조금 속도를 늦추고, 욕심을 조금만 내려놓자고요. 아이들은 어느 순간 갑자기 '이거 하고 싶어'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 보면, 금방 또 하기 싫어질 수도 있습니다. 6개월 전에는 그렇게 하고 싶다고 하더니, 어느 순간 또 마음이 바뀌기도 하죠. 아이들의 관심과 표현은 그만큼 변화무쌍합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거야', '이게 재능일지도 몰라' 이렇게 해석해 버리기 쉬워요. 사실은 아이의 마음일 수도 있지만, 부모의 기대가 섞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정말 중요한 건, 내 아이가 어떤 타입의 아이인지 먼저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게 말처럼 쉽지는 않아요. 내가 낳은 아이지만, 아이가 하는 말이 지금 순간적인 감정인지, 정말 진심인지 판단하기 어려울 때도 많거든요.

그런데 계속 지켜보다 보면 감이 옵니다. 이 아이는 '싫어'라고 말할 때 정말로 싫은 아이인지, 아니면 살짝 흔들리지만 엄마가 부드럽게 이야기해주면 다시 해볼 수 있는 아이인지요.

만약 아이가 일곱 살 정도 됐고, 어느 정도는 한 가지를 진득하게 해볼 수 있는 시기라면, '한두 번만 더 해보자', '예전에 재미있어 했잖아' 이렇게 한 번쯤은 다시 제안해볼 수 있습니다. 그만두고 싶은 이유가 사실은 수업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같이 하던 친구가 그만둬서일 수도 있고, 선생님과의 작은 불편함 때문일 수도 있고, 그날그날의 감정 때문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경우에는 부모가 한두 번은 아이와 이야기를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하기 싫은지', '조금 쉬면 다시 하고 싶은 건지', 이걸 아이 스스로도 생각해보게 하고, 며칠 정도 기다려보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점 더 힘들어한다면, 그때는 쉬어도 괜찮습니다. 6개월, 1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해도 전혀 늦지 않아요.

우리는 아이 인생을 단거리 경주처럼 볼 필요가 없습니다. 충분한 시간이 있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잘 파악하고, 아이와 대화를 통해 함께 결정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2021년 푸르니 컨퍼런스 개회사를 하고 있는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푸르니보육지원재단
2017년 푸르니 컨퍼런스 진행 모습.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부모로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그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제 막 부모가 된 초보 부모님들에게 조언하신다는 생각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잘 키운다'는 말에 '잘' 자가 들어가는 순간, 부모가 느끼는 부담이 확 커집니다. 요즘은 아이를 낳는 것 자체가 쉬운 결정이 아니다 보니, '내가 과연 키울 수 있을까?', '부모가 될 수 있을까?' 이런 불안부터 앞서는 분위기인 것 같아요. 세상은 불확실하고, 변화는 너무 빠르고, 부정적인 이야기들도 넘쳐나니까요. 그래서 아이를 낳는 일이 점점 두려운 선택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충분한 고민과 숙고는 필요합니다. 이 세상 어떤 일도 준비 없이 시작되는 건 없잖아요. 학교에 가도, 취업을 해도, 다 오리엔테이션과 준비 과정이 있는데, 부모는 사실 큰 준비 없이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 보니,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어요. 아이를 낳아 키우는 일은 이 세상 어떤 일보다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입니다. 쉽지 않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 의미와 가치를 충분히 느낀 다음에, 엄마가 되기로, 아빠가 되기로 선택했다면 그 자체로 이미 대단한 출발을 한 거라고 생각해요.

막상 아이를 낳고 나면, 아무리 육아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도 현실은 또 다릅니다.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의 차이 때문에 좌절도 하고, 실망도 하게 되죠. 하지만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일이 아니라 아주 긴 여정입니다. 공부해서 빨리 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그래서 더더욱 서두를 필요가 없습니다.

저는 부모님들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한 걸음만 뒤로 물러나서, '내가 이렇게 소중한 생명을 세상에 데려왔구나', '이 우주에서 정말 어마어마한 일을 해냈구나' 이렇게 스스로를 먼저 인정해주자고요.

그리고 아이를 바라보는 관점을 조금 바꿨으면 합니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닙니다. 아이 안에는 스스로 잘 살아가려는 힘, 성장하려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자기 나름의 방향과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래서 부모가 모든 걸 다 책임지고 만들어야 한다는 과도한 부담에서 조금은 벗어나도 괜찮습니다.

'내가 다 해줘야 해'가 아니라, '아이 안에 있는 힘을 내가 조금 도와주자' 이런 마음으로 긴 여정을 함께 떠나는 거죠. 아이도 스스로 자라려는 힘이 있고, 부모도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합니다. 몇 년 하고 끝나는 일이 아니라 아주 긴 호흡으로 가야 하는 길이기 때문에, 몸에 힘을 빼고 마음의 부담을 조금 내려놓는 게 필요합니다.

가끔은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면서, '어떻게 나한테 와서 벌써 이렇게 자랐을까?', '너는 뭘 좋아하고, 언제 가장 행복해 보일까?' 이런 것들을 관찰해보는 시간도 중요합니다. 아이의 기질과 성격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굉장히 신비롭고, 그 안에는 분명한 기쁨이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결국 아이만 키우는 일이 아니라, 나 자신도 함께 키워가는 일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엄마인 나도, 아빠인 나도 함께 성장합니다. 그런 마음으로 내 아이를 천천히 알아가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결국 우리는 충분히 아이를 잘 키워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말씀해주셨는데요. 그러면, 육아의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면 좋을까요? 

"사실 '육아의 시작'은 분명하지만, '육아의 끝'은 어디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언제가 끝인지, 어떤 상태를 끝이라고 봐야 하는지도 아이마다, 가정마다 다를 수 있지요.

다만 일반적이고 바람직한 상태를 이야기하자면, 저는 아이가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점, 우리 현실로는 대략 스무 살 전후, 대학에 진학하거나 사회로 나아갈 무렵을 하나의 기준으로 봅니다.

0세에서 5세까지 아이를 잘 이해하고, 그 시기에 부모로서 적절한 역할을 해왔다면 그 결과는 보통 열다섯 살에서 스무 살, 늦어도 스물다섯 살 무렵에 드러납니다.

그때 아이가 '엄마, 아빠, 나는 이 길로 가야 할 것 같아', '이건 나랑 안 맞는 것 같고, 이건 좀 관심이 있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것이 하나의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반대로 '난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 '세상 사는 게 너무 힘들어', '난 못할 것 같아'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아무 생각이 없는 상태로 머무는 경우도 있고요.

그래서 육아의 목표는, 아이가 스무 살쯤 되었을 때 최소한 '이건 아니고, 이건 조금 관심이 있다' 정도는 말할 수 있는 상태, 다시 말해 자기 생각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로 자라게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건 심리적 독립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자신의 길에 대해 생각하고, 그중 하나를 붙잡아 보려는 태도를 보인다면 '아, 내가 아이를 잘 키웠구나'라고 느낄 수 있겠지요. 그동안의 성적이나 수치는 참고 자료일 뿐, 본질은 아닙니다.

부모는 아이가 살아갈 미래 사회를 정확히 알 수도 없고, 결정적인 조언을 해주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직업은 사라질 거야', '이걸 전공해야 해' 같은 말보다는 '너는 어떤 방향으로 가고 싶은지 생각해보자', '아직 모르겠다면 함께 고민해보자'라고 말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아이가 관심을 발견했다면, 그다음에는 '그걸 위해 어떤 경험을 해보면 좋을까?' 하면서 아주 조금씩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을 도와주는 거죠.

시간은 충분합니다. 부딪히고, 실패하고, 좌절해도 괜찮아요. 스물다섯에 조금 좁혀지고, 스물일곱에 더 좁혀지고, 서른이 되어서야 '엄마, 이거 한번 해보고 싶어'라고 말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때까지 기다려주고, 옆에서 격려하며 함께 좁혀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아이가 스스로 자기 길을 찾아가도록 돕는 것, 그것만으로도 부모 역할은 충분히 잘 해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병행했고, 교육을 공부한 사람임에도 제 아이의 미래에 대해 뚜렷한 답을 줄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늘 물었던 건 이것이었어요. '이걸 할 때 네가 살아 있음을 느끼니?', '편안하니?', '즐겁니?' 결국 육아의 목표는, 아이가 부모로부터 분리된 하나의 독립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길을 찾으려 노력하는 상태에 이르게 하는 것입니다.

스무 살에서 스물다섯 살 무렵, 그 지점에 도달했다면 육아는 1차적으로는 마무리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주임교사의 정체성과 역할이라는 주제로 보육교직원 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 ⓒ푸르니보육지원재단

-제가 부모님들에게 '육아의 끝'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보통 육아의 끝은 없는 거 같다는 답변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저는 육아에는 반드시 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겉으로는 경제적 독립, 심리적 독립, 사회적 독립 등으로 나눠 이야기하지만, 결국 핵심은 하나입니다. 바로 독립이죠. 육아의 끝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아이가 온전하게 독립하는 것이라고 많은 분들이 동의하실 것 같습니다. 아이를 건강하게 독립시키는 부모가 되는 것. 

그런데 요즘은 부모가 되기에 자신이 준비되지 않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이 부분이 저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에는 분명 행복감이 있고,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사회 분위기를 보면, 육아는 너무 경제적인 부담으로만 이야기되고, 결혼과 출산에 대한 가치 역시 부정적으로 소비됩니다. '육아는 무조건 힘들다'는 메시지가 반복되다 보니, 시작하기도 전에 겁부터 나게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부모가 되려면 자질이 있어야 한다', '나는 준비가 안 됐다'라고 쉽게 단정해버립니다. 마치 준비된 사람과 준비되지 않은 사람이 명확히 나뉘는 것처럼 느끼고, 결국 '나는 못하겠다'라며 아이를 낳는 선택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생깁니다.

그런데 사실 부모가 되는 일은 쉽고 만만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부모가 되기 위한 자질이나 준비는 이미 많은 사람들 안에 어느 정도는 존재하고 있어요. 다만 그 가능성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고,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는 현실이 안타까운 거죠.

예를 들어 성인으로서 심리적·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독립을 이뤘다면, 그것만으로도 1차적인 준비는 된 셈입니다. 하지만 주변에서 아이 키우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힘든 이야기만 훨씬 더 많이 접하게 되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행복이나 좋은 순간들은 잘 드러나지 않고, 고단한 순간만 부각되다 보니 그 영향이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되기 위해 반드시 책을 몇 권 읽어야 하거나, 특별한 기술이나 전문 지식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그 과정이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측면에도 동의하는 마음입니다.

물론 부모가 되면 어떤 변화가 생기고, 어떤 책임이 따르는지는 미리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보를 찾아보고, 현실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과정은 필요하죠. 하지만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엄청나게 준비된 사람만 부모가 될 수 있다'는 명제는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이슈에 대한 질문 몇 가지를 드리겠습니다. 최근 합계출산율이 소폭 상승하긴 했어도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매우 심각한 수준입니다. 국가에서도 저출생 극복을 위한 제도로서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제도를 도입한지는 10년이 지났는데요, 이러한 저출생 문제가 직장어린이집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시나요? 

"저출생의 영향을 놓고 보면, 직장어린이집은 다른 유형의 어린이집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물론 직장어린이집 역시 영향을 받기는 합니다. 하지만 저출생이라는 현상 자체가 의미하는 바는, 결국 영유아기 아이들이 가장 먼저 줄어든다는 것이고, 그 영향이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어린이집이잖아요. 특히 0~2세 영아를 주로 돌보는 소규모 어린이집들이 가장 먼저 영향을 받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관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2010년대 초중반부터 2020년 사이에 급격히 늘어났던 직장어린이집 역시 개원 속도가 크게 둔화됐고, 일부는 운영이 부진해지거나 폐원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운영 중인 직장어린이집들도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고요. 이런 점에서는 직장어린이집 역시 저출생의 영향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이나 가정 어린이집과 비교하면, 직장어린이집은 기업이나 회사가 재정을 지원하며 운영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설사 이용 아동 수가 줄어 규모가 축소되더라도, 해당 기업의 직원들과 그 자녀들을 위해 가능한 한 유지하려는 노력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요즘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직장어린이집을 보면, 예전처럼 여유로운 재정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대기업조차도 운영 부담을 느끼는 상황이거든요. 이는 결국 우리 사회 전체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기업들이 젊은 직원을 채용하는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고, 업종에 따라서는 그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유아 자녀를 둔 젊은 직원의 수 역시 감소하고, 설령 젊은 직원이 있더라도 실제로 태어나는 아이 수가 줄어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직장어린이집 역시 저출생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을 유지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짚고 싶습니다."

하나금융그룹 100호 어린이집 건립사업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돼 인터뷰를 진행한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박진재 대표. ⓒ푸르니보육지원재단

-한편으로는 출생율이 낮은 문제도 있지만 상당히 어린 연령부터 시작하는 사교육의 열풍도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기는 합니다.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떠하신지요?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이기도 하지만, 영유아 보육과 교육을 연구해온 전문가들이라면 아마 이 부분에서는 거의 이견이 없을 거라고 봅니다. 제가 계속 강조해왔듯이, 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의 약 0~5세, 길게 보면 6년은 전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최소한 100년을 살아갈 가능성이 높은데, 그 100년 인생 전체를 놓고 봐도 이 시기는 가장 결정적인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0~5세는 이른바 '결정적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아이의 성격이 형성되고, 생활 습관이 만들어지며, 앞으로 살아가게 될 모든 삶의 태도가 뿌리내립니다. 그래서 이 시기에 부모와의 안정적인 관계, 좋은 환경, 질 높은 보육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는 것이죠. 아무리 이후에 중·고등학교, 대학교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다 하더라도, 이 결정적 시기에 받은 영향에 비하면 그 효과는 상대적으로 작다고까지 이야기할 정도입니다.

그만큼 이 시기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서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대한민국에서 사실상 아이가 편안하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시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부터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이 경쟁과 평가의 쳇바퀴 안으로 들어가게 되죠. 그건 피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시기만이라도 아이를 아이답게 놔두자는 겁니다. 타고난 기질 그대로, 아이가 원하는 방식대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말이죠. 그렇게 두면 모든 건강한 아이들은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재미있게 놀면서 웃고, 충분히 행복한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두 살, 네 살, 다섯 살, 심지어 일곱 살이 되기도 전에 책상 앞에 앉혀서 쓰고, 읽고, 외우게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조금 강하게 표현하자면, 일종의 아동학대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이 시기는 바깥에 나가 뛰어놀고,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체험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들을 책상 앞에 앉혀 글자를 쓰게 하고 외우게 하는 것은 아이의 발달 특성을 완전히 무시한 행동입니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을 보면, 낮에는 어린이집을 다니면서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만나는 많은 원장님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스트레스로 힘들어하는 아이들, 다양한 방식으로 어려움을 표현하는 아이들이 점점 늘고 있고, 그 정도 또한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죠. 결국 아이에게서 자유를 빼앗고,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 결과가 다양한 문제 행동과 정서적 어려움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이 시기에 아이들이 배워야 할 것은 앉아서 하는 학습이 아닙니다. 또래와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우는 것, 사회·정서적 발달을 이루는 것, 마음껏 놀이하면서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앉혀 놓고 공부시키는 건 조금 늦춰도 됩니다.

공부는 나중에 훨씬 더 길게, 더 잘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러니 이 시기만큼은 부모의 조바심 때문에 아이를 붙잡고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합니다."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는 유보통합이라는 커다른 흐름과 관련해서 "유보통합 체제에도 대한민국 영유아교육의 좋은 모델로 선도 집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보육/교육계에서 유보통합은 가장 큰 이슈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유보통합! 어느 정도까지 왔다고 보고 계신가요?

"유보통합은 사실 30년 가까이 논의돼 온 오래된 이슈입니다. 그동안 여러 차례 추진 움직임이 있었고, 최근에도 속도를 내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제가 체감하기로는 2015년 말 현재 다소 멈춰 있는 상태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평가를 하고 있습니다.

유보통합에는 너무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있고, 그만큼 의견도 다양합니다. 아이들 간의 격차를 해소하고, 모든 아이들이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목표 자체는 매우 바람직하고 이상적입니다. 하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많고, 그 하나하나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법 개정 문제부터 제도 전반의 정비, 교사 양성과 자격 체계의 통합까지, 풀어야 할 난제들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런 구조적인 어려움 때문에 전체적인 틀에서는 현재 잠시 멈춰 있는 듯한 인상을 받습니다.

물론 프로그램 개선이나 교사 교육론과 같은 일부 영역에서는 조금씩 움직임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유보통합이 실질적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이처럼 오랜 시간 논의만 반복되고 현실적인 진전이 더딘 상황은 분명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최근에 국회에서 영유아특별회계를 만드는 방안을 통과시켰는데요. 이 부분은 진전이 아닐까요?

"전년도에 비해서는 분명히 진전이 있었고, 최근에는 긍정적인 소식들도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반가운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전히 넘어야 할 큰 산들이 많아, 갈 길이 멀다는 인상은 지울 수 없습니다.

당초에는 2025년에 어느 정도 의미 있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래서 현장에 있는 입장에서는 2026년만큼은 분명한 진전이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목소리와 의견이 존재하겠지만, 이제는 그것들을 조율하고 풀어가기 위한 노력을 관계자분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현장의 기대가 더 이상 미뤄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유보통합 체제 하에서, 직장어린이집은 어떠한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직장어린이집은 우리나라 영유아 보육·교육 현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양적으로는 크지 않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할 수도 있죠. 이는 직장어린이집이 기업이나 회사가 직원 복지를 목적으로 설립·운영하는 시설이라는 성격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장어린이집은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질 높은 보육을 꾸준히 실천해왔고, 실제 이용자들의 만족도 역시 매우 높다는 평가를 지속적으로 받아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직장어린이집을 '작지만 잘하고 있는', 우수한 보육 유형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여러 평가를 통해 입증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보통합이라는 매우 복잡한 정책적 흐름 속에서도, 직장어린이집은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하고 또 지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사회적으로 모범적이고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는 사례라면, 오히려 더 많은 곳에서 이를 벤치마킹하고, 좋은 모델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 국가 수준의 표준보육과정이나 누리과정을 마련해왔듯이, 앞으로 유치원과 어린이집이 유보통합을 통해 아이들에게 보다 질 높은 교육과 보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직장어린이집은 비록 규모는 작지만 충분히 의미 있는 긍정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어린이집은 앞으로도 유지·발전되며, 우수한 평가를 받는 보육을 계속 실천해 나갈 것이라고 보고 있고, 그렇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진재 푸르니보육지원재단 대표는 재단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일에 대해 "아동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교육, 아동을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 특히 어른의 불안함과 욕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적기 교육, 개별적인 도움이 필요한 소수 아이까지 보듬고 가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푸르니는 단단한 교육 신념을 지속 실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베이비뉴스

-직장어린이집의 발전을 위해서,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앞서 말씀드린 내용과도 연결되는 부분인데, 직장어린이집은 비중은 작지만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는 유형이기 때문에 단순히 '관심의 사각지대'나 '지원의 후순위'로 밀려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직장어린이집은 전체 어린이집 가운데 약 4% 수준에 불과하고, 기업이 재정적으로 지원해 우수한 운영을 유지해왔다는 인식 때문에 정부 차원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판단이 일정 부분 이해되는 측면이 있는 것도 맞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하고 있는 곳을 더 잘하게 만들고, 그 성과와 경험이 다른 보육 현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 역시 직장어린이집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이미 직원 복지 차원에서 직장어린이집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나라 기업의 약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입니다.

오히려 직장어린이집이 절실히 필요한 곳은 이런 기업들인데, 현실적으로 설치와 운영이 쉽지 않은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중소·중견기업들도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고 운영해볼 수 있도록, 보다 다양한 형태의 지원과 보다 섬세하고 구체적인 정책이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지원의 다각화와 현실에 맞는 지원책이 함께 가야 직장어린이집의 긍정적인 효과가 더 넓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질 높은 보육서비스 발전을 위해 함께해주시길 기대합니다. 재단 대표로서,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무리 말씀으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동이 진짜 주인공이 되는 교육, 아동을 배움의 주체로 인정하는 교육, 특히 어른의 불안함과 욕심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적기 교육, 개별적인 도움이 필요한 소수 아이까지 보듬고 가는 교육을 위해 앞으로도 푸르니는 단단한 교육 신념을 지속 실천할 것입니다. 유보통합 체제에도 대한민국 영유아교육의 좋은 모델로 선도 집단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질 높은 보육을 실천하고 있는 직장어린이집이 조금 더 확대되어, 그 혜택을 누리는 아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그런 선택을 할 수 있는 가정도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은 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사람들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원장님들, 교사들, 그리고 모든 교직원들의 헌신과 전문성이 있었기에 지금의 보육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단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만나고 있는 교직원들이 먼저 행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이 안정적이고 존중받는 환경 속에서 기꺼이 아이들에게 질 높은 보육을 제공할 수 있도록, 그런 여건이 계속해서 마련되고 더 나아지기를 바랍니다. 저 역시 그 방향을 위해 앞으로도 더 많은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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