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시장님은 모르는[오늘을 생각한다]

2026. 1. 1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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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우리 동네엔 새벽일을 나가는 어르신이 많은 편이다. 이분들은 각기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서울역으로, 종로로 향한다. 강북의 큰 빌딩들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이다. 사는 집도, 일하는 자리도, 타고 가는 버스도 다르지만 매일 비슷한 시간에 버스정류장에서 만나 서로의 얼굴을 안다. 서울의 서남쪽에 6411 버스가 있듯, 서울의 여기저기에서 또 다른 6411 버스가 새벽을 달린다.

지난 1월 13일, 서울에서 시내버스가 파업을 시작한 날엔 자다 깨서 노사 협상이 결렬됐다는 뉴스 속보를 봤다. 새벽 4시쯤이었다.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동네 버스정류장으로 향했다. 협상이 잘돼 파업이 없길 바라는 마음으로 잠들면서도, 문득 버스 길이 끊기면 이분들은 어떻게 일터로 향할까 싶은 걱정에 오지랖을 부렸다.

서울의 서남쪽에 6411 버스가 있듯, 서울의 여기저기에서 또 다른 6411 버스가 새벽을 달린다. 남이 운전해주는 차로 출퇴근하는 서울시장은 절대 알 수 없는 세상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4시 30분쯤 되니 일 나가는 분들이 삼삼오오 모여 발을 동동 구르기 시작했다. 이 시간엔 지하철도 안 다니고,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무료 셔틀도 없다. 택시 잡기도 만만치 않은 시간대다. 다들 파업 소식은 전날 뉴스로 알았지만, 실제로 버스가 안 다닌다고 하니 당황한 눈치였다. 딸이 택시를 불러주기로 했다는 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어쩌라고 파업을 하냐는 분, 그래도 물가가 이렇게 비싼데 임금을 좀 올려줘야 살지 않겠냐고 대답해주는 분, 아까 지나가는 버스 1대 봤다며 기다리면 올 거라고 얘기하는 분. 다들 정류소 어귀에 모여 걱정 가득한 목소리를 나눴다.

조심스레 옆에 가서 대화에 꼈다. 갑자기 젊은 사람이 나타나니 택시도 잡아달라 하고, 택시 앱도 깔아달라 하고, 지도로 버스가 오긴 하는 건지 봐달라고도 하고, 다양한 요구가 쏟아졌다. 다행히 요금을 안 받고 임시로 운행하는 시내버스가 왔길래 그걸 타고 일단 큰길로 나가 보라고 말씀드리곤 보내드렸다. 그러고 나니 5시가 좀 넘었다.

이분들은 대부분 6시까지 일터로 나가야 한다. 그러나 서울시가 내놓은 파업 시 수송대책은 대부분 6시에 시작된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행정도 쉽게 잊는다. 이렇게 출근하는 분들의 대부분이 스마트폰에서 복잡한 기능을 사용하기 어려워하는 세대란 점도 쉽게 잊히긴 마찬가지다. 교통상황이 궁금하면 120 다산콜센터에 전화하고, 무슨무슨 사이트에 들어가 보라는 안내는 이들 앞에선 무색할 뿐이다. 차가 오는 건지 마는 건지, 오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건지, 지하철은 몇 시에 뜨는 건지, 이런 기본적인 정보를 종이로 정류소마다 써 붙여 놓기만 했어도 분분하게 오가던 불안은 조금이나마 덜했을 것이다.

이번 파업은 오래전부터 예고된 쟁점을 다루고 있다. 2024년 대법원 판결로 사측이 정기 상여금을 빼고 통상임금을 계산해온 관행이 깨지면서 시작된 갈등을 서울시는 1년 넘게 방치하며 뒷짐 지고 있다가 결국 파업에 이르렀다. 속사정 모르는 시민들이 기사들을 이기적이라 욕하게 만들어 협상을 주도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다. 오세훈 시장은 매사가 이런 식이다. 하나하나 파국을 자아내 정치적 존재감을 과시한다. 하지만 서울 어딘가엔 남이 운전해주는 차로 출퇴근하는 시장은 절대 알 수 없는 세상도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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