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규제’ 미국 진짜 불만은…“공정위 권한확대가 가장 큰 우려”
美전문가들 익명 토론서 강도 높게 비판
“공정위에 모호한 권한 추가하는 것 우려”
온플법, EU 법안보다 규제 강하다 지적
협상안되면 “무역법 301조 조사할 것”
정보통신망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이후 미국 빅테크 규제를 둘러싼 한미간 이견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 측 대응논리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은 유럽연합(EU)의 디지털 규제에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 방식이 결합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이 미국 내에서 격렬한 반대에 직면한 이유가 공정위의 조사방식에 대한 불만에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미국 내에서 경쟁정책과 정보통신(IT) 산업계 전문가들은 미국 내 한 기관이 주최한 간담회에서 미국 정부와 산업계가 한국의 규제 움직임에 대해 갖고 있는 우려에 대해 설명했다.
자유로운 의견제시를 위해 ‘채텀하우스 룰’에 따라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는 나이절 코리 국립아시아정책연구소 연구원과 생커 싱엄 컴페테레(Competere) 재단 회장, 모건 리드 미국 앱협회 최고경영자(CEO), 조셉 코니글리오 미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시니어 디렉터가 참석했다. 이들은 미국 의회가 개최하는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하는 등 한국 디지털 규제와 관련한 미국 정부의 대응 논리를 제시하는 인물들이다.
이날 간담회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국 정부·의회·싱크탱크를 만나는 가운데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우선 한국 공정위의 운영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했다. 한 참석자는 “(한국의) 입법 제안에 공격적 반응이 나오는 것은 미국 정책담당자들과 산업계가 이미 공정위의 기존 권한 행사에 우려하고 있는 점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여기에 새롭고 모호한 권한이 더해진다면 상황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미국 기업들이 형사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공정위 인력을 대폭 증원한다고 밝힌 것도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기업들이 한국 기업들과의 합작 투자 등으로 ‘재벌’ 기업을 보호막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미국 플랫폼을 제거하면 시장을 한국 기업이 아닌 중국 기업에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테무와 쉬인에 대해서는 동일한 수준의 집행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온라인플랫폼법 자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한국의 온플법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델로 삼았는데, DMA 자체가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을 전제로 만들어졌다는 논리다. 한 참석자는 “법적으로는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차별적으로 적용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는 DMA보다 한국의 법안이 더 규제 강도가 높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이 참석자는 “DMA는 결점이 많지만 행위 중심 규제다. ‘우리가 원하지 않는 행위 형태가 있다.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한국의 법안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시장의 결과를 규제하려고 한다. 기업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방식을 규정하는 여러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에 대한 공격도 의도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참석자는 “미국인 창업자가 설립한 기업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우리도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될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여러 문제들 가운데서도 한국 공정위의 조사 행태가 가장 중요한 이슈라고 꼽았다. 한 참석자는 “기존에 있는 법이나 입법을 추진중인 법안은 모두 공정위의 업무수행으로 귀결된다”며 “법안이 격렬한 반발을 얻는 이유는 공정위의 운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 만났던 한국 측 관계자들에게도 이 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 참석자는 “만약 (공정위와 관련한)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다면 법안이 수정되고 미국측 의견이 반영됐다는 점을 신뢰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근본적인 우려가 공정위에 집중되면서 부풀려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담회 참석자들은 한미간의 이견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이미 타결된 한미 관세협상도 다시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관세가 유럽이나 다른 국가의 관세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참석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힌국을 포함한 교역 상대국들이 약속을 저버릴 경우 무역법 301조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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