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인 척 접근해 "사업하자"…지적장애 노린 악질 사기꾼

박영서 2026. 1. 16.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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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3월 지적장애가 있는 한 남성에게 A(48)씨가 대뜸 자신을 동창이라고 소개하며 말을 걸어왔다.

A씨는 마치 오래된 친구인 것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친분을 쌓고는 한 달 뒤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와 피해자가 쓴 의료관광 사업 투자계약서가 매우 비정상적인 점과 녹취록 등을 근거로 A씨가 피해자의 사리분별력 부족 또는 심신장애를 이용해 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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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대출금에 신용카드 사용액 떠넘기고 가족 재산까지 노려
법원 "가족 접근 차단하고 증거 조작 시도" 징역 1년 4개월 선고
어깨동무 [연합뉴스TV 제공 사진으로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반갑다 친구야, 우리 학창 시절에 같이 축구했던 사이잖아. 기억나?"

2021년 3월 지적장애가 있는 한 남성에게 A(48)씨가 대뜸 자신을 동창이라고 소개하며 말을 걸어왔다.

A씨는 마치 오래된 친구인 것처럼 대화를 이어가며 친분을 쌓고는 한 달 뒤 '사업' 이야기를 꺼냈다.

그는 자기 아내가 러시아인이라며 인천공항에 내린 러시아 사람들을 원주로 데리고 오는 일을 하자고 꼬드겼다.

그러더니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한데, 네가 대출받은 다음 그 돈을 내게 달라"고 했다.

모두 새카만 거짓말이었다.

A씨는 피해자가 지적 능력과 판단력이 부족하고 돈에 대한 관념이 없다는 점을 파고들어 악질적으로 돈을 뜯었다.

피해자가 제3금융권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을 비롯해 상조보험 가입을 강권해 사은품으로 지급되는 냉장고와 현금 150만원을 챙기는 등 4차례에 걸쳐 1천720만원을 가로챘다.

그뿐만 아니라 의료관광 사업을 구실로 "사람을 만나 활동하기 위해 신용카드를 만들어달라. 대금은 나중에 내가 결제하겠다"고 속여 피해자 명의 신용카드를 써댔다.

그러고도 되레 "신용카드 1개만으로는 활동하기가 어렵다. 하나 더 만들어달라"며 총 2개의 카드로 740만원을 긁었다.

피해자가 카드 사용대금에 대해 걱정하자 "나중에 사업으로 이익이 생기더라도 돈을 주지 않겠다"고 겁을 줬다.

그러나 A씨는 당시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도 없고,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을 뿐 사업을 추진할 뜻도, 능력도 없었다.

그가 사업 추진비로 쓰겠다고 가져간 신용카드 사용 명세에는 식비, 간식비, 주유비 등 온통 생활비뿐이었다.

춘천지법 [연합뉴스 자료사진]

A씨는 사기 범행 과정에서 돈을 빨리 주지 않는다고 피해자를 닦달했고, 신용카드 사용에 있어 토를 달지 말라고 화를 내거나 협박했다.

피해자의 집에서 피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게 입단속을 시키고, 피해자 본가의 재산 상황까지 캐물으며 피해 상황을 숨기고 더 뜯어낼 궁리만 했다.

결국 준사기와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에서 구속됐다.

그는 "피해자가 술장사하자고 제안하며 돈을 건넸다"라거나 "카드 사용명세는 피해자가 쓴 것이거나 피해자의 허락에 따라 사용한 뒤 대금을 갚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모두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A씨와 피해자가 쓴 의료관광 사업 투자계약서가 매우 비정상적인 점과 녹취록 등을 근거로 A씨가 피해자의 사리분별력 부족 또는 심신장애를 이용해 범행한 사실을 인정했다.

1심은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초래했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의 가족이 피해자의 금전 사용을 들여다보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피해자 가족 재산도 알아보는 등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또한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이 문제를 인식하고 변제를 요구하기 시작하자 허위 증거를 만들기 위한 시도까지 하고도 범행을 부인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을 하면서 피해회복을 하지 않고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판결에 불복한 A씨는 항소심에서 뒤늦게 죄를 모두 인정하며 형을 낮춰달라고 했으나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마음을 뒤집은 경위와 범행 내용 등을 고려할 때 형을 변경할 정도의 사정변경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기각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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