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매시장에서 마트까지, ‘비싸진’ 사과 유통 추적기

안동·문경 글 이오성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2026. 1. 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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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값이 비싸지는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농산물 유통 현장은 충분히 합리적일까. 경북 안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서 마트까지, 비싸진 사과의 유통경로를 쫓아가보았다.
2025년 12월10일 오전 안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공판장에서 사과 경매가 열리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농산물값을 둘러싼 이야기는 참으로 의아하다. 농민은 생산원가도 안 나와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치고, 소비자는 너무 비싸서 못 먹겠다고 손사래를 친다. 농산물값이 비싸지는 가장 큰 원인은 기후위기로 인한 생산량 감소에 있지만, 복잡한 유통 단계와 유통비용 역시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2023~2024년 ‘금사과’ ‘금대파’ 논란으로 상징되는 농산물값 상승 때 유통 문제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의 경매제도, 중간 단계 상인의 과도한 마진 챙기기 등이 문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5년 9월 국무회의에서 “도매시장의 특권화와 독점구조가 농산물값 불안정과 유통비용 상승의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영세 농가가 문제’라는 주장도 나온다. 유럽이나 미국 등 농업 선진국의 대규모 농가와 달리 작고 영세한 국내 농가에서 농산물을 수확-포장-운반하려면 그 과정에서 유통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려면 국내 농업구조를 규모화·기업화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슈카월드’ 등 유력 경제 유튜브 채널에서 이런 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

농산물값이 비싸지는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농산물 유통 현장은 충분히 합리적일까. 이런 고민 아래 〈시사IN〉 〈주간경향〉 〈한겨레21〉 주간지 3사 기자들이 뜻을 모았다. 사과, 감귤, 딸기 등 겨울에 많이 유통되는 대표적 과일·과채(딸기는 과일이 아니라 과채로 분류한다)를 하나씩 맡아 그 유통경로를 쫓아가보기로 했다. 〈시사IN〉은 사과, 〈주간경향〉과 〈한겨레21〉은 각각 딸기와 감귤의 경로를 추적했다(〈주간경향〉 제1660호 ‘성심당 케이크에 들어가는 딸기는 어디서 올까…‘크리스마스’에 딸기 농가들이 사는 법’, 〈한겨레21〉 제1594호 ‘못 믿을 농협··· 참다 참다 각자도생 나선 감귤 농민들’ 기사 참조).

2025년 12월9일 오후, 경북 예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박종태 농민이 트럭에 노란 사과 상자를 실었다. 약 한 달 전 수확해 저온저장고에 보관한 미얀마 부사 품종이다. 달콤새콤하면서 과육이 단단해 요즘 인기를 끄는 사과 품종이다. 종태씨의 행선지는 경북 안동시 풍산읍의 안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이하 안동시장). 사과 농가가 많은 경북에서 안동시장은 국내 최대 규모의 사과 도매시장이다. 농협, 안동청과, 경북청과 3개 도매시장 법인이 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6번으로 가세요.”

오후 3시40분 박종태 농민의 트럭이 안동시장 내 농협 공판장에 도착하자 직원이 익숙한 듯 번호를 불러준다. ‘6번 선별장’으로 가라는 뜻이다. 선별장은 사과를 특, 상, 보(보통) 등으로 분류하는 곳이다. 특, 상, 보 등급은 각각 특2, 특3, 특4 식으로 다시 나뉜다. 사과가 컨베이어 벨트에 부려지면 1차로 선별기계가 무게에 따라 자동으로 사과를 분류하고 동시에 직원이 상품성 떨어지는 사과를 2차로 제외하는 작업을 벌인다. 이렇게 걸러진 사과들이 공판장의 20kg짜리 초록색 상자에 담긴다. 종태씨의 사과는 특(3, 4, 5, 6) 8상자, 상 13상자, 보 3상자 등으로 선별됐다.

2025년 12월9일 오후 안동농수산물 도매시장 공판장에서 직원들이 사과 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농민들이 경매시장 택하는 이유

경매는 이튿날인 12월10일 오전 8시30분부터 시작됐다. 농민들이 출하한 20kg 사과 상자 1만여 개가 넓은 공판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하필이면 종태씨의 사과가 가장 마지막 경매 순서였다. 경매시장의 낙찰가는 당일 물량과 품질에 좌우되지만 경매 순서에도 영향을 받는다. 경매 초기에 물량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치열해 낙찰가가 올랐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울룰룰룰루~” 알아듣기 힘든 ‘호창(경매사가 흥을 돋우기 위해 내는 소리)’과 함께 경매가 시작됐다. 전광판에 사과 품종, 생산자 이름, 등급, 수량이 뜬 지 2~3초 만에 낙찰가가 정해졌다. 한 중도매인(경매에 부쳐진 사과를 사들이는 이)에게 어떻게 이렇게 빨리 낙찰가가 결정될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생산자 이름만 보면 안다”라고 말했다. 어느 농민이 사과 농사를 잘 짓는지 중도매인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은 거꾸로 중도매인이 모르는 신규 생산자는 좋은 상품을 출하하고도 제대로 된 값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다.

공판장에서는 도시에서 귀한 사과가 수없이 바닥에 굴러다녔다. 중도매인 수십 명이 맛을 보기 위해 한입 베어물고 버린 사과들이었다. 먹지 않고도 당도를 측정하는 비파괴 검사 기기가 보급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직접 맛을 보려는 중도매인이 대다수였다. 박종태씨는 “농민 입장에서는 아까운 게 사실이지만 그 정도는 눈감고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등급에 따라 경매가가 비례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날 안동시장 경매 최고가는 미얀마 부사 ‘특3’ 20kg 한 상자에 38만3000원이었다. 등급이 더 높은 ‘특2’ 최고가 34만원보다 4만3000원이나 비싼 가격이었다. 박종태씨가 받은 최고가는 15만5000원(특3)이었다. 그 밖에 상1 등급이 8만5900원, 보1 등급이 4만500원 등이었다. 중량이 다소 모자라 ‘미달’로 분류된 한 상자는 겨우 1만3100원에 낙찰됐다(〈그림1〉 참조).

같은 날 출하한 상품이지만 이렇듯 낙찰가 차이는 매우 컸다. 같은 생산자가 비슷한 크기 사과를 출하해도 낙찰가는 날마다 바뀐다. 경매 특성상 그날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널뛰기 때문이다. 농민들 사이에서는 경매제가 ‘로또’라는 말이 나온다.

이날 종태씨의 낙찰가는 총 215만9400원이었는데, 이 중 16만7064원을 공제하고 199만2336원을 손에 쥐었다(〈그림1〉 참조). 낙찰가의 6%인 공판장 수수료가 12만9564원, 여기에 하역비 7500원과 기타 공제 3만원이 더 차감됐다. 기타 공제에는 선별비용과 공판장의 초록 상자 대여료도 포함돼 있다. 트럭에서 사과를 내리는 하역은 물론 선별과 상자 이용에도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농민들은 낙찰가의 8%가량을 ‘도매시장 이용료’로 지불하고 있었다.

경북 예천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박종태 농민이 안동시장에 사과를 출하한 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적잖은 수수료 부담과 불안정한 경매가에도 농민들이 도매시장에 사과를 보내는 이유는 고령화와 농촌 일손 부족 때문이다. ‘판로’만 확보하면 온·오프라인 ‘직거래’가 더 이득이지만 주문을 받고 이를 포장해서 택배로 부칠 일손이 모자란다. 외국인 계절노동자의 인건비는 물론 포장용 종이상자(10kg짜리 1매에 2000원선) 등 부자재 비용도 날마다 오른다. 결국 농민들은 ‘어쩔 수 없이’ 별도의 작업이 필요치 않은 도매시장을 택한다. 경매 이튿날 곧바로 돈이 입금되는 것도 도매시장의 장점이다.

2025년 12월10일 하루 동안 안동시장에서 거래된 사과는 총 714t. 금액으로는 27억5300만원이었다. 하역비와 기타 공제 등을 빼도 이날 하루 안동시장 도매법인들이 수수료(6%)로 번 돈은 1억6500만원이다. 매년 수수료 수익이 수백억 원인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는 높은 경매가가 농민은 물론 도매시장에도 이득이 된다. 낙찰가가 높을수록 수수료 수익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상기온으로 사과 생산량이 급감한 2023년 이후 경매가는 꾸준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2025년 가을에는 안동청과에서 20kg 한 상자에 51만원짜리 낙찰가를 기록해 화제가 됐다. 사과 경매 사상 최고가였다. 이 사과 상자에는 사과 약 50알이 들었다. 도매시장 경매 가격으로도 사과 한 알에 1만원이 넘은 셈이었다.

안동청과 홈페이지에서 2021년과 2022년 12월 초중순의 사과 경매 최고가를 살펴보니 대략 10만~15만원 선이었다. 지금보다 절반 이상 낮았다. 최근 가격이 오른 결과 도매시장 법인 중 사과 매출액 전국 1위인 안동청과의 거래금액은 2021년 1725억원, 2022년 1860억원이었지만 2023년 3022억원, 2024년 357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유통업자 대 농민의 물량 전쟁

사과는 대표적인 ‘저장 과일’이다. 생장조정제 처리를 하면 저장고에서 1년 내내 신선하게 보관이 가능하다. 지난해 가을에 수확한 사과를 올여름에도 먹을 수 있다. 그리고 이 특성이 사괏값을 좌우하는 요인이 됐다. 일부 중도매인 등 대형 저장고를 가진 유통업자들이 사과 유통을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감소할 것 같으면(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저장고 문을 닫고 시장에 내놓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경매제도는 여기에 불을 지른다. 수급에 따라 낙찰가 변동이 큰 만큼 ‘물량 전쟁’을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농민들 역시 유통인들에 맞서 소형 저장고를 짓고 출하 시기를 조절하며 ‘눈치 싸움’을 벌인다. 이 또한 경매제도의 폐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 높은 사괏값의 출발점에는 결국 도매시장 경매가가 있다. 경매가 자체가 높으니 최종 소비자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뿐만 아니다. 도매시장의 경매가는 대형마트 또는 쿠팡 같은 유통업계 ‘큰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이들 업체가 농민 또는 산지 유통업자로부터 직거래로 사과를 사들일 때도 경매가가 ‘기준가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뜻밖에 사과 농민들은 요즘처럼 높은 낙찰가가 계속되는 게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가뜩이나 비싼 사괏값에 대한 도시 소비자의 불만이 높은 가운데 사과 소비 자체를 외면하게 되거나 일부에서 주장하는 외국산 사과 수입이 현실화될까 염려해서다.

“물가상승의 주범, 사과 농부입니다.”

경북 문경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임성무씨(해가빛농원)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높은 사괏값은 그에게도 고민거리다. 그는 “4~5년 전만 해도 상 등급 한 상자에 3만~4만원을 받을 때도 있었다. 이제야 겨우 인건비를 건진다고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임성무 전국사과생산자협회 사무총장이 과수원에 설치된 냉해 방지 시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임성무 사무총장은 사괏값이 비싸진 것은 사실이지만, 일부 ‘착시’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 상자 51만원’짜리는 극히 일부일 뿐인데, 사과 농가 전체가 큰 이익을 얻는 것처럼 과장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백화점 선물용으로 주로 유통되는 특2, 특3과 달리 다수 농민이 많이 생산하는 ‘상’ ‘보’ 등급의 경우 경매가가 그렇게까지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특 등급과 달리 미얀마 부사 ‘상’ 등급의 1상자 평균단가는 8만원대였다. ‘보’는 3만원대에 불과했다. ‘비싼 사괏값’이라는 프레임에는 이처럼 양극화된 사과 시장의 현실이 숨어 있었다.

문경시 고요리에 있는 그의 사과밭에는 독특한 시설이 있다. 밑에서 열풍기로 뜨거운 바람을 불어넣으면 바람개비가 달린 원통형 기구가 주변 나무에 온기를 퍼뜨리는 시설이다. 매년 봄 냉해로 사과 꽃이 죽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2023년 봄 이른 더위로 꽃이 일찍 피었다가 급작스러운 추위로 냉해 피해가 만연했던 것이 사괏값 상승의 시작이었다.

기후변화로 재해가 반복되면서 이처럼 과거에는 필요치 않았던 시설비가 더해지고 있다. 열풍기 한 대 가격은 750만원, 그의 과수원에서는 8대를 가동하고 있다. 이 밖에 방제 차량, 저온저장고, 트랙터, 풀 깎는 기계, 과수원용 고소작업차 등을 합치면 시설 및 장비 가격만 족히 수억 원대다. 모두 그의 자산이자 빚이다.

사과생산자협회는 앞으로 소비자단체와 함께 생산원가 등을 반영한 ‘공정가격’을 추산해볼 계획이다. 품종, 출하 방식 등에 따라 조건이 달라서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사괏값 폭등’ 시대에 농민과 소비자 간에 신뢰를 쌓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한숨을 쉬듯 말했다. “머리가 지끈지끈합니다. 도대체 소비자들은 얼마에 사드셔야 적당하다고 생각할까요?”

다시 박종태씨 이야기로 돌아가자. 종태씨는 원래 이날(2025년 12월10일) 사과를 출하할 계획이 없었다. 12월 초중순은 대체로 사과 가격이 그다지 좋지 않아 연말에 급전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과를 내놓지 않는다. 이듬해 다가올 설을 앞두고 사과를 출하하는 것이 경험상 훨씬 가격이 높았다. 그가 이날 사과를 출하한 것은 〈시사IN〉 취재진의 유통경로 추적을 돕기 위해서였다.

취재진은 종태씨의 사과를 낙찰받은 중도매인에게 연락을 취했다. 이 물건이 어디로 판매·유통되는지 알고 싶다고 말했다. 중도매인은 펄쩍 뛰었다. ‘거래처’가 자신의 밥벌이 수단인데 그걸 누가 알려주느냐며 손사래를 쳤다. “기자 양반, 여기 어느 중도매인에게 물어봐도 그건 안 가르쳐줄 겁니다.”

2025년 12월10일 오전 안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공판장의 사과상자에 낙찰받은 중도매인들의 번호표가 붙어있다. ⓒ시사IN 조남진

안동시장 경매장에서 중도매인이 아닌데 사과 상자를 유심히 살펴보는 이가 있었다. 경매는 허가를 얻은 중도매인만 참여할 수 있고, 중도매인들은 각자 ‘23’ ‘31’ 번호가 적힌 조끼를 입고 있어서 쉽게 구별 가능하다. 조끼를 입지 않은 그는 한 상자의 사과를 한입 베어 물더니 “싱겁긴 한데··· 이거 사야겠어”라고 말했다.

그는 종이에 자신이 사고 싶은 사과의 목록을 적은 후 낙찰을 받은 중도매인에게 전달했다. 경매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대리 구매’인 셈이다. 그가 고른 상자는 ‘상’ 등급 4만5000원짜리였다. 경매장에서는 저가 상품이지만 동네 마트에서 팔면 값어치가 나갈 만한 크기였다. 대개 상 등급의 경우 20kg 한 상자에 100개 정도는 들어간다. 그는 이처럼 저렴한 사과만 골라 15상자를 사들였다.

그는 서울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한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정기적으로 안동시장을 찾아 사과를 사들인 후 자신의 가게에서도 팔고 인근 마트에도 납품한다고 했다. 얼마 정도 마진을 남기느냐는 질문에 그는 “밑지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유통비용률’이라는 개념이 있다. 소비자 구입비용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뜻한다. 소비자가 채소를 1000원에 구매했을 때 농가에 간 돈이 700원이고 유통과정에서 300원이 들었다면 유통비용률은 30%다. 유통비용은 직접비(포장비·하역비·운송비·상장수수료 등), 간접비(임대료·제세공과금 등), 이윤으로 나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유통 실태조사(표본조사)에 따르면, 2023년 농산물 유통비용률은 49.2%였다. 사과의 유통비용률은 52.3%로 다소 높았다. 사과 유통비용률 52.3%는 직접비(포장·하역·운송·수수료 등) 18.6%, 간접비(임대료 등) 6.3%, 이윤 27.4%로 이루어져 있다(〈그림2〉 참조).

주목할 건 사과의 ‘단계별’ 유통비용 조사다. 출하(농민→공판장) 11.3%, 도매(경매장→중도매인) 26.7%, 소매(최종소비지) 14.3%로 나타났다. 도매 단계가 26.7%로 가장 높다. 농산물 전체 도매 단계 유통비용률(14.5%)보다 10%포인트 이상 높다. 여기에는 2023년 사과 경매가 상승으로 인한 수수료 상승과 중도매인의 이윤이 큰 영향을 끼쳤다.

중소 마트는 어디에서 과일을 구매할까

이 조사에서는 파악되지 않지만 일부 안동시장 중도매인이 서울 가락시장 유통인으로 등록해 안동에서 낙찰받은 사과를 재출하하는 관행도 문제가 되고 있다. 중도매인이 사과를 보관하고 있다가 가격이 오를 것 같으면 가락시장 경매에 내놓는 것이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이 과정에서 유통마진이 생겨나면서 소비자가격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한국은행은 2024년 6월 발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국내 식료품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농가의 낮은 생산성과 함께 도매시장 경유에 따른 유통비용 상승을 꼽았다.

도매시장이 챙기는 수수료와 중도매인의 이윤 규모가 폭리라거나, 농산물값 폭등의 주범이라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 1인 가구 시대 소포장 유통이 확대되면서 앞으로는 소매 단계 유통비용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의문은 남는다. 쿠팡 등 온라인상거래 업체가 급성장하는 유통구조에서 경매제로 운영하는 도매시장이 농민과 소비자에게 도움이 될 것인가.

2025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 등 전자상거래 업체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지난해 온라인 농축수산식품 거래액이 47조원이라고 밝혔다. 2017년(약 10조원)과 비교해 4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쿠팡이 5조8646억원으로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는데, 쿠팡이 농축수산물 입점 업체로부터 징수하는 판매수수료가 10.6%에 달했다. 같은 플랫폼 내 금 거래 수수료(4%)보다 두 배 이상 높았고, 네이버(3%)와 비교해도 세 배 이상 비쌌다. 대금 정산 주기도 늦었다. 판매금액의 70%는 15일 뒤, 30%는 두 달 뒤에야 지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높은 쿠팡의 판매수수료와 늦은 정산 주기는 결국 농산물값을 올리는 요인이 된다.

수소문 끝에 쿠팡에서 사과를 판매하는 한 업체 대표 A씨와 연락이 닿았다. 이 업체는 매출 실적이 좋아 쿠팡으로부터 ‘파워 판매자’ 배지를 발급받은 곳이다. A씨 역시 지역 농수산물 시장 중도매인으로부터 사과를 구입하고 있는데, 주로 ‘등급 외’ ‘미달’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사과를 싸게 사서 이를 ‘못난이 사과’라는 이름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A씨는 “쿠팡의 수수료가 높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쿠팡에서 팔리는 양이 워낙 많아 어쩔 수가 없다. 어쨌든 이득은 남는다”라고 말했다.

김성민 전 한국마트협회 회장은 “가격 안정성은 농민뿐 아니라 유통업체에게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시사IN 조남진

도매시장 취재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와 김성민 전 한국마트협회 회장을 만났다. 한국마트협회는 중소 마트 대표가 모여 만든 사단법인이다. 김 전 회장 역시 서울 은평구에서 푸르네마트를 운영하는 유통인이다. “대형마트와 온라인업체의 틈새에서 중소 마트의 생존 기반은 농산물”이라고 말하는 김 전 회장은 ‘시장도매인’ 제도 지지자다.

시장도매인은 산지에서 농산물을 수집해 경매를 거치지 않고 직접 동네 마트 등 소매상에 판매하는 이를 말한다. 경매제에 비해 유통단계가 줄어드는 것이 특징이다. 이미 2004년부터 서울 강서 농수산물도매시장(강서시장)에서 시행 중인 제도다. 가락시장, 안동시장 위주 유통 구조에서 아직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매년 거래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김 전 회장의 마트 역시 과일의 80% 이상을 강서시장 시장도매인으로부터 구입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시장도매인 제도의 강점은 가격 안정성이다. 그날그날 경매에 쏟아지는 물건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도매인이 직접 산지 작황 등을 살피며 생산자와 계약을 맺는 만큼 전반적인 가격 예측이 가능하다. 유통업체에게도 가격 안정성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2021년 서울농수산식품공사 자료(‘도매시장 거래제도 다양화에 따른 사회적 편익 분석’)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제 도입으로 인한 비용 절감액(물류비용, 중도매인 이윤 등)이 242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혜숙 성신여대 소비자산업학과 겸임교수는 “경매제 일변도 구조에서는 가격이 왜곡되고 농가의 선택지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농산물값 안정을 위해서는 계약재배, 산지–소비지 직거래, 공공급식 연계 공급 등 다양한 유통경로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전국에 퍼져 있는 농협 조직이 이런 구실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영세한 국내 농가의 특성이 유통 비용 상승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농민들은 말을 아꼈다. 큰 트럭에 많은 물량을 싣고, 종이상자도 대규모로 구매하고, 넓은 농지에서 기계화 농사를 지어야 각종 비용이 절감되리라는 데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오랫동안 주어진 조건 속에 묵묵히 땅을 일군 농민들에게 이런 문제 제기는 당혹스럽다. 규모화는 결국 농민 숫자를 줄여야 한다는 말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주장을 펼칠 수는 있지만 당사자인 농민의 의견이 빠진 채 의의 있는 토론이 이어질 수 있을까.

문경의 임성무 농민이 사과꼭지를 제거하는 시범을 보이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스스로를 “물가상승의 주범”이라고 표현했던 문경의 임성무 농민은 다만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사과 꼭지 안 따기’ 캠페인을 벌이자는 것이다. 사과 꼭지를 그대로 두어야 오랫동안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지만, 유통 과정에서 다른 사과에 흠집을 낼 수 있고 소비자들이 불편해한다는 이유로 농가에서 사과 꼭지를 떼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꼭지를 안 떼면 연간 650억원의 생산비를 감축할 수 있다는 게 농업계의 추산이다. 이런 비용이라도 아껴야 결국 사괏값이 안정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산업의 관점으로 규모화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사소한 이야기라고 치부할지 모르지만, 이렇게 당장 실행 가능한 유통 개혁 아이디어도 현장에선 적지 않게 논의되고 있다.

안동·문경 글 이오성 기자/사진 조남진 기자 dodash@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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