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옥이었던 동네 1년 후…고성방가, 노상방뇨 사라지고 평온 되찾은 한남동 [세상&]

정주원 2026. 1. 16.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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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로 마비됐던 관저 일대, 1년 만에 정상화
‘특수 상권’ 기억하는 상인 vs 고통 기억하는 주민
상인·주민들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느낌”
14일 한남초교앞보도육교에서 바라본 한남제1고가차도 방향으로 바라본 한남대로 일대의 모습. 정주원 기자
“그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어요. 차가 아예 못 들어왔거든요.”

서울 용산구 한남대로 S 주유소 관계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관저에서 공수처와 경찰 체포팀에 체포된 지 꼭 1년이 됐다. 지난 1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만난 한 주유소 직원은 1년 전을 이렇게 떠올렸다. 도로가 시위 참여자들로 가득 차 주유소로 차량이 들어올 수 없었다. 그는 “매출이 나올 수가 없으니 출근하는 게 의미 없을 정도였다”며 “체포 국면이 끝난 뒤부터는 다시 정상화됐고 지금은 매출도 이전 수준으로 돌아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체포영장 유효기간 만료일이었던 지난해 1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2025년 1월 이 일대는 ‘마비 상태’였다. 윤 전 대통령 체포를 둘러싼 찬반 집회가 매일 밤낮 이어지며 왕복 10차선의 한남대로는 늘 혼잡했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과 상인, 직장인들은 “동네가 지옥이 됐다”고 호소했다. 버스는 제시간에 오지 않았고 시민들은 도로 한복판까지 나가서 위태롭게 버스를 타야 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한남동 풍경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남대교 진입로는 막힘없이 차량이 오갔고 버스정류장도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시내버스 파업 여파까지 겹치며 교통량은 오히려 줄어든 모습이었다. 지난해 집회 인파와 통제선으로 가득했던 한남동 골목은 평온했다.

“시위가 곧 손님”…잠시 ‘특수 상권’이었다
14일 오전 한남초등학교 인근 골목 상권의 모습. 정주원 기자

상권의 분위기도 크게 달라졌다. 한 잡화점 상인은 “체포 이후 1년 동안 큰 문제 없이 이어져 왔다”며 “그때는 영업 자체를 못 했으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일부 상인들은 당시를 ‘특수’로 기억하기도 했다. 한 식당 직원은 “시위 인원이 아예 이곳에서 살다시피 했고 마땅히 밥 먹을 곳이 없으니 식당 입장에서는 장사는 잘됐다. 동네 상권이다 보니 음식점도 많지 않아 간단히 먹고 가는 손님들이 많았다”며 “하지만 그건 잠깐이었다. 원래 한남동은 이렇게 조용한 동네”라고 덧붙였다.

편의점·마트도 마찬가지였다. 한남초등학교에서 가까운 편의점 직원은 “시위가 진행되는 시간에는 대로변에 있다가 끝나고 나면 골목길에 들어와 이것저것 사 가는 사람이 많아서 바빴다”고 회상했다.

“장사는 됐지만, 동네는 버티는 시간이었다.”

상권보다 더 큰 피해를 호소한 쪽은 주민과 직장인들이다. 밤새 확성기와 대형 스피커에서 온갖 구호가 쏟아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은 함부로 쓰레기를 버렸고 노상방뇨하기 일쑤였다. 삼삼오오 몰려서 술 먹고 떠드는 이들도 있었다.

인근 회계법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김모(33) 씨는 “사람들이 회사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소리를 질러 업무가 어려웠다”며 “입구를 막아놓지 않으면 회사 건물 화장실을 무단으로 쓰는 일도 많았다”고 했다.

당시 한남대로가 집회·시위로 사실상 마비된 탓에 출퇴근도 어려웠다던 김씨는 “한강진역이 가장 다니기 편한 역이었는데 시위 여파로 버티고개역으로 우회해서 출퇴근했었다”라며 “이제 그런 수고로움이 사라져서 다행”이라고 했다.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가 있던 도로의 모습. 현재는 횡단보도가 설치됐다. 정주원 기자

이 과정에서 안전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해 탄핵 정국 때 인파가 몰리자 흔들린다는 민원이 제기됐던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사저 앞 ‘북한남삼거리 보도육교’는 철거됐다. 현재는 건널목이 설치된 상태다.

한남동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그때는 사람이 한꺼번에 몰리면 다리가 흔들리는 느낌이 들어 무서웠다”며 “지금은 횡단보도가 생기면서 훨씬 안정적이고 동네가 다시 평온해졌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당시 집회 현장에서 불과 500m 떨어진 한남초도 곤욕을 치렀다.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도로에 스크럼을 짜고 드러눕고 집회가 격해지는 양상을 보이자 아이들 안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학교 바로 아래에 있는 상권은 경찰과 시위 인파로 1년 전엔 아예 출입이 통제됐었으나 이제는 인근 주민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었다. 골목에 있는 한 카페에서는 “1년 전 이맘때에는 가게 문을 열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며 “이제야 인근 주민들이 오셔서 편하게 이용하신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초등학교 정문의 모습. 정주원 기자

한남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대통령 관저 이전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체포 다음 날부터 동네는 급격히 조용해졌다”며 “작년처럼 교통이 막히거나 주민들이 힘들어할 일은 없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이맘때 이곳에 전셋집을 보러 오는 사람마다 ‘시위 소음이 어떠냐’고 물었는데 요즘은 그런 질문이 거의 없다”고 했다.

상인들 역시 “지금은 그냥 조용한 동네로 돌아온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정치 이슈보다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더 체감된다”는 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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