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의 럭셔리, 주메이라 왕국
아랍 에미리트의 아부다비가 중동의 안정과 축적을 선택했다면, 두바이는 가속을 선택했다. 국토 면적과 자원 면에서는 아부다비에 비교할 바가 아니지만, 엄청난 속도의 발전으로 현재는 사실상 중동의 허브 도시로 성장했다. 원유 매장량이 제한적인 대신, 금융, 물류, 관광을 축으로 스스로 재설계해 온 것이다. 이토록 빠른 도시의 성장세 덕분에 두바이의 럭셔리는 일종의 선언에 가깝다. 세계 최고, 최대, 최초의 타이틀이 일상적인 거리의 풍경이고, 과시가 곧 신뢰의 방식이 되는 도시. 두바이의 럭셔리를 찾아 주메이라 왕국으로 향했다.

주메이라의 궁전,
주메이라 알 카스르
Jumeirah Al Qasr
이따금 우리의 가슴을 떨리게 만드는 황홀한 낭만은 무엇인가. 주메이라 알 카스르는 고혹적인 장식으로 회답한다. 천연색 대리석, 반복되는 둥근 곡선, 세밀한 문양이 새겨진 오브제, 천장의 반짝이는 샹들리에. 현실보다 진하게 채워진 세계에서 황홀한 낭만이 비롯된다고. 빈틈없이 진하게, 진하게 채웠다.
주메이라 알 카스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마디낫 주메이라(Madinat Jumeirah)'부터 시작해야 한다. 마디낫 주메이라는 두바이 최대 규모의 럭셔리 리조트 단지로, 전통 아라비안 타운(마디낫, Madinat)을 콘셉트로 조성했다. 이곳에는 총 4개의 주메이라 호텔이 속해 있다. 항구를 콘셉트로 한 '미나 아살람(Mina A'Salam)', 여름 주택을 테마로 한 '다 알 마스야프(Dar Al Masyaf)', 컨템포러리 비치 리조트를 표방하는 '알 나심(Al Naseem)'. 마지막으로 왕의 여름 별장을 콘셉트로 한 '알 카스르(Al Qasr, 궁전)'. 이곳은 이미 이름에서부터 황홀한 낭만을 은유하고 있는 리조트다.

이제껏 '팰리스(Palace, 궁전)'란 이름에 충분히 속아 왔다. 바닥에 대리석만 조금 깔려 있어도 그곳이 궁전인 줄 알았으니, 모방은 이렇게나 무책임한 법이다. 주메이라가 설계한 황제의 궁전, 알 카스르의 로비는 갖은 보석이 가득 들어 있는 만화경을 매 순간 돌려 보는 것처럼 반짝인다. 호텔 진입로에는 금박을 더한 18개의 말 조각상과 대추야자 나무가 늘어서 있다. 로비로 들어서면 브라질산 바히아(Azul Bahia) 대리석이 펼쳐지고, 무수히 빛을 반사하는 5톤 규모의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 샹들리에가 시야를 가득 채운다.

높은 아치 끝의 천장이나 구석진 모서리까지 조각으로 허투루 남겨 둔 곳이 없다. 집요하리만큼 정성스럽게 장식하고, 그 위를 덮어 또다시 장식했다. 이제껏 내가 궁전이란 이름에 기대했던 것은 이토록 집념 넘치는 화려함이었나 보다. 웰컴 티로 제공되는 '팰리스 티(Palace Tea)'에는 마디낫 주메이라 단지에서 재배한 대추야자 시럽을 가미했다.

객실이라고 다르지 않다. 총 294개에 달하는 객실 또한 온갖 곳을 아라베스크 문양으로 뒤덮었다. 5각, 8각의 별 모양을 중심으로 반복되는 선과 면을 따라 연속되는 덩굴을 기하학적으로 엮은 패턴. 단순한 무늬들은 반복되는 과정에서 밀도를 얻고, 그 밀도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공간을 분리하는 목적으로 객실에 세워진 쿠스프(Cusp) 아치는 개중에서도 사치스런 감각을 대표하는 장식 요소다. 아치의 내부 윤곽을 따라 작은 아치가 반복된다. 동시에 별도의 선과 음각을 넣고, 지지대에는 꼬임을 넣어 완성했다. 벨벳 텍스처를 가미한 라운지 체어, 물방울 모양의 테이블 랜턴 등등, 만화경이 쉼 없이 반짝반짝 돌아간다.

밤이라도 되면 낭만은 치사량이 된다. 리조트를 감싸 안은 운하 덕분이다. 마디낫 주메이라에 위치한 모든 호텔은 거대한 운하로 연결된다. 과거 두바이의 생활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콘셉트다. 사막 도시라도 해안가 근처에는 자연적으로 운하가 형성되는데, 두바이는 특히 '두바이 크릭(Creek)'이라는 염수 운하가 대표적이다. 두바이 크릭 주변으로 생활과 상점가(수크, Souk)가 형성되고, 이동선인 아브라(Abra)가 그 운하 위를 떠다니며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날랐다. 마디낫은 운하, 수크, 아브라 문화를 모두 가져와, 리조트 단지 안에 재현해 넣었다. 투숙객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아브라에 올라 단지 이곳저곳을 탐험할 수 있다. 운하를 따라 늘어선 수크에 빼곡이 들어선 레스토랑, 야외 테이블과 불빛을 사이에 두고 오고 가는 미소들, 물길 위 그렇게 번지는 빛방울까지. 아름다운 밤을 즐기기 위해 나선 사람들의 근사한 차림새마저도 관능적이다.
황홀한 낭만이라 하면, 그것은 장식의 밀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틀림없다. 주메이라 알 카스르는 스케일로 기분을 고양시키고, 디테일로 마음을 연다. 장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어느새 자연스럽다.
아랍의 탑,
주메이라 버즈 알 아랍
Jumeirah Burj Al Arab
어디든 근사한 마천루는 있다. 다만 그것이 국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경우는 드물다. 곰곰 생각해 보니 두바이라는 도시를 제대로 알기도 전에, 버즈 알 아랍을 알고 있었다. 두바이의 푸른 바다 위, 출항하듯 활짝 펼쳐진 돛 모양의 그 건물. 은유라고는 시도할 생각도 없었던 것처럼, 돛 그 자체를 모방한 건물. 이토록 무시무시한 크기의 건물을 곧게 세운 땅이, 모래를 퍼다 메운 인공섬이라는 사실 역시 충격이다.

버즈 알 아랍은 노골적인 전략하에 탄생했다. 1990년대 석유 중심에서 관광과 서비스로 산업 기반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두바이를 전세계에 인식시킬 수 있는 랜드마크가 필요했고, 그것이 버즈 알 아랍이었다. 1999년 오픈한 버즈 알 아랍은 매우 직관적이고 명징한 형태로 전통과 미래의 두바이를 동시에 각인시켰다. 아라비아 배에서 가져온 돛 형태는 전통이었고, 인공섬 위에 지은 초고층 건물은 당시 두바이의 기술적, 물적 자원을 증명했다. 여기에 대리석과 금 그리고 크리스털까지, 극한의 호화로움으로 치장해 두바이의 빛나는 미래를 표현했다. 하나하나의 요소가 더없이 자극적이기에, 지구 반대편에서도 황금으로 치장한 바다 위 호텔이 있다며, 이곳을 두고 7성급 호텔의 등장이라 표현했다.

두바이의 전략은 제대로 통했다. 페르시아만의 그저 그런 항구 마을이었던 두바이는 21세기에 들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의 마천루와 럭셔리 호텔 단지로 그야말로 빼곡해졌다. 온갖 비즈니스와 자본이 이곳에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버즈 알 아랍은 두바이 전체의 관광 인프라 개발과 브랜딩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공고해졌다. 그 모양처럼 아랍 에미리트의 돛이 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 낸 20세기의 유산이 된 것이다. 그래서 두바이에 수많은 신상 호텔이 쏟아지는 가운데서도, 올해로 27주년을 맞이하는 버즈 알 아랍에 투숙한다는 것은 단연코 특별한 일이다.

버즈 알 아랍은 풍부한 여백으로 그 위용을 과시한다. 공간의 효율과 생산성이라고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중앙부를 시원하게 비워 낸 아트리움 타워 형태를 예로 들 수 있겠다. 중앙의 여백은 높이 뻗은 듯, 두바이의 기세를 강조할 뿐이며, 방문자의 고개를 쳐들게 하여 압도당하게끔 한다. 바다 방향으로 난 하얀 곡면에서 흘러든 자연광이 벌집 구조로 반복되는 객실을 부드러이 비춘다. 이 곡면은 돛의 질감을 연상시키도록 설계했는데, 실제로는 유리섬유를 직조해 코팅한 건축용 고강도 섬유막이다. 두께가 단 1mm에 불과하다고 한다. 엔트리 객실이 스위트룸부터 시작한다는 사실과 모든 객실을 복층 구조로 설계한 것 역시 사치스러운 공간 활용을 증명한다.
객실의 1층은 리빙룸 등 라운지로, 반 나선형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2층에는 베드룸으로 분리했다. 완곡한 곡선을 이루는 한쪽 면은 모두 통창으로 이뤄져 두바이 시내와 바다를 향하고 있다. 총 198개의 모든 객실에는 자쿠지를 갖추고 있고, 아이더(Eider) 오리털로 만든 아이더다운(Eiderdown) 이불, 9종의 독일 뮤흘도르퍼(Mühldorfer) 베개와 같은 최고급 베딩, 에르메스 어메니티 등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이토록 과감하고 과시적인 디자인을 두고, 혹자는 투박하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공을 어떻게 했건 그것이 황금이라면 귀한 것이지 않던가. 이곳에서는 그저 호화로움에 몸을 내던지면 된다. 호텔 입구에서부터 침대까지, 시선이 닿는 모든 곳에 두바이스러운 호화로움이 있다. 벽걸이 시계로 걸린 거대한 롤렉스, 상어가 헤엄치는 레스토랑의 수족관, 황금색으로 번쩍이는 엘리베이터, 통 크게 내어주는 에르메스 어메니티, 천국으로 안내하는 포근한 아이더다운 이불. 명백히 세속적이어서 심장이 뛰고, 특별히 사치스러워서 더욱 자랑하고 싶다. 실제로는 존재하지도 않는 '7성급'이라는 타이틀이, 2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곳에 붙는 이유다.
두바이 럭셔리의 현재,
주메이라 마르사 알 아랍
Jumeirah Marsa Al Arab
두바이에서 '주메이라'라는 브랜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버즈 알 아랍이 이미 그 증명을 마쳤기 때문이다. 상징은 27년 전 이미 완성됐고, 이미지도 충분히 각인됐다. 이제 주메이라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방향을 선택하는 일뿐. 마르사 알 아랍은 주메이라가 두바이에서 새롭게 제시하는 그 방향이다. 항구(Marsa, 마르사)에 정박한 '슈퍼 요트'를 형상화한 이 호텔은 더 높이 쌓아 올리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항해를 택했다. 이곳은 주메이라가 앞으로 선보일 럭셔리 호스피탈리티에 대한 선언에 가깝다.

2025년 4월에 오픈한 마르사 알 아랍은 오픈과 동시에 월드 베스트 호텔 50(The World's 50 Best Hotels 2025)에서 20위에 오르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이제껏 주메이라가 두바이에서 축적해 온 호스피탈리티의 가장 최신판이자, 자본력의 집약체인 셈이다. 이곳은 주메이라가 두바이에서 완성한 '항해 3부작'의 마지막 장이다. 파도를 형상화한 주메이라 비치 호텔, 돛을 닮은 버즈 알 아랍, 그리고 요트를 닮은 마르사 알 아랍까지. 아랍어 캘리그라피로 외벽을 가득 채워 유명해진 '두바이 미래 박물관'을 설계한 '숀 킬라(Shaun Killa)'가 설계했다. 끊임없이 흐르는 곡선을 통해 고정되지 않은 미래를 표현한 '미래 박물관'과 유사한 결로, 마르사 알 아랍 역시 부드러운 곡선 위에 둥근 포물선을 덮어 요트의 모습을 연출했다. 수직으로 강직한 느낌의 버즈 알 아랍과는 달리 유연하고 풍만한 느낌이 매력적이다.

호텔 입구에는 커다란 아치를 내어 드롭오프 존을 만들었는데, 이 아치를 통해 양면으로 부르즈 할리파(Burj Khalifa)와 버즈 알 아랍을 각기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다. 마르사 알 아랍이 두바이를 상징하는 두 랜드마크를 하나로 연결하는 통로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염원을 담았다.

호텔의 모든 공간은 아라비아의 정체성을 은유하지 않은 곳이 없다. 로비의 물결치듯 곡선으로 시원하게 뻗은 홀은 거대한 모래 언덕의 날렵함을 닮았다. 로비 공간을 구성하는 여러 개의 작은 홀은 '마슈라비야(Mashrabiya)'라고 불리는 전통 격자창으로 분리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두바이에서는 바람이 잘 통하면서도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격자창을 예로부터 활용해 왔다. 로비 라운지에서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주문할 수 있는 것도, 두바이 전통 라운지 문화를 적극 반영한 것이다. 바다를 형상화한 푸른 세라믹 벽, 사막을 의미하는 모래색 우드 벽, 주변의 빛을 흡수해 발광하는 유리 조형물까지. 이전의 주메이라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모든 문화적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혹은 미래적으로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가히 '혁신적'이라 불릴 만한 시도도 서슴지 않는다.

레스토랑 '더 포어(The Fore)'가 그렇다. 아시안 레스토랑인 마담 리(Madame Li), 일식 레스토랑인 우미 케이(Umi Kei), 인디안 레스토랑인 더 봄베이 클럽(The Bombay Club), 프렌치 레스토랑인 미라벨(Mirabelle) 까지. 총 4곳의 레스토랑이 저녁에는 별도의 패널로 분리되어 운영되다가, 이른 아침이면 하나의 공간으로 통합한다. 사실 이는 단순히 공간을 합치는 개념이 아니다. 천장 조명의 위치부터 벽면 구성까지, 사실상 재조립이란 표현이 정확하다. 놀랍게도 각 레스토랑의 특징을 살린 메뉴는 그대로다. 아무리 유명한 호텔을 많이 다녀 본 여행자일지라도, 이곳의 조식 스케일을 보고는 가히 놀랄 수밖에 없다.

객실과 스위트는 총 386개, 서비스드 레지던스는 82개, 또 문화적으로 익숙하진 않지만 82척의 슈퍼 요트를 정박할 수 있는 마리나를 보유했다. 호텔 옆에 자리한 전용 마리나인 'D 마린 마르사 알 아랍 마리나(D Marin Marsa Al Arab Marina)'에는 본 적 없는 크기의 슈퍼 요트가 빼곡하다. 두바이에서도 요트를 소유하는 것은 부를 증명하는 것이기에, 마르사는 의도적으로 슈퍼 럭셔리를 끌어안으며 두바이 럭셔리 호텔 시장을 압도했다. 총 5개의 수영장, 11개의 다이닝, 4곳의 데스티네이션 바는 전부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손길을 거쳐 완성했다. 로비에서는 세계적인 파티셰, '피에르 에르메(Pierre Hermé)'가 선보이는 페이스트리도 만나 볼 수 있다. 두바이에서 가장 큰 규모인 '탈리스 스파(Talise Spa)'는 총 3개의 층에 걸쳐 여성 전용 공간과 13개의 트리트먼트 스위트를 갖췄다. 모든 객실과 레지던스에서는 두바이 시내의 스카이라인, 주메이라 버즈 알 아랍(Burj Al Arab), 그리고 반짝이는 아라비아만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물론 최신판은 언제든 갱신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모든 서사에는 차마 뛰어넘을 수 없는 지점이 존재한다. 요트를 닮은 주메이라 마르사 알 아랍은 바로 그 지점에 정확히 닻을 내린, 아라비안 럭셔리의 오늘이다.

글·사진 강화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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