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서울-평양-북경 고속철 연결하자”…관건은 북한[이규화의 지리각각]

이규화 2026. 1. 16.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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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제안한 걸로 알려져
시 주석 “좋은 제안…인내심 필요” 긍정적 반응
동북아 물류와 지정학적 일대 변화 가져올 사건
기존 철로 이용·신규 고속철 건설, 두 방안 가능
관건은 북한의 참여, 실현되면 통일의 길 닦아


서울-평양-베이징 간 철도 최단 거리는 1265㎞ 정도 된다. 네이버 지도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도 연결’을 제안한 사실이 알려지며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미래 구상을 둘러싼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내 언론에 알려진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5일 베이징 한중 정상회담에서 남북 및 역내 협력을 위한 4대 구상을 제시하며 중국의 협력과 중재 역할을 요청했고, 이 가운데 하나가 서울에서 평양을 거쳐 베이징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 건설 구상이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좋은 제안”이라며 원칙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동시에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아시아와 중동, 유럽을 육·해상으로 연결하는 ‘일대일로’ 전략을 국가 핵심 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반도를 관통하는 철도 연결은 중국 입장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서울-베이징 철도는 동북아를 하나의 물류·교통 축으로 묶는 상징성이 크며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시 주석이 ‘인내심’을 강조한 배경에는 이 사업의 성패를 쥔 결정적 변수가 북한이라는 현실 인식이 깔려 있다. 서울과 베이징을 철도로 잇기 위해서는 중간에 위치한 북한의 참여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만 보면 이 구상은 난도가 높지 않다. 한국과 북한, 중국은 모두 국제 표준궤인 1435㎜ 철로를 사용하고 있어 궤간 차이로 인한 기술적 장벽은 없다.

실제로 현재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접경 도시인 단동까지는 고속철도가 운행되고 있으며, 단동에서 압록강을 건너 평양까지도 기존 철도 노선이 연결돼 있다. 베이징에서 출발한 고속열차는 베이징-하얼빈 고속철을 따라 선양으로 이동한 뒤 선양-단동 고속철을 이용해 단동까지 내려온다. 북한 철도의 노후화 문제는 개량과 투자가 필요한 과제지만, 물리적으로 선로를 잇는 데 결정적 장애는 되지 않는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이 제안한 ‘고속철’ 수준의 연결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대규모 건설이 불가피하다. 평양에서 단동까지 철도 최단거리는 약 225㎞, 단동에서 베이징까지 최단거리는 약 840㎞,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약 200㎞다. 서울-평양-단동-베이징을 고속철로 직결하려면 약 1265㎞의 신규 고속철 건설이 필요하며,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기존 중국 고속철망을 최대한 활용할 경우 서울에서 단동까지 약 425㎞만 새로 건설하면 된다. 그러나 이 경우 선양을 경유하는 우회 노선이어서 이동 시간은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이 노선이 현실화될 경우 경제적 파급효과는 막대하다. 대륙으로부터 철도가 고립돼 있는 남한이 북한과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나아가 유럽 대륙과 직접 연결되는 길이 열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미 ‘중유럽 화물열차’를 통해 베이징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잇는 거대한 물류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서울-베이징 철도 연결은 이 네트워크에 한반도를 접속시키는 의미를 갖는다.

정치적 효과 역시 경제적 효과를 훨씬 뛰어넘는다. 남북 간 물리적 연결은 한반도 평화 정착과 남북 동질성 회복의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효과가 북한 정권의 전략적 이해와 맞아떨어질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한편으로는 우려도 존재한다. 철도 연결로 한중 교류가 급증할 경우 한국의 대중 경제 의존도가 심화되고 문화적 고유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중국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문화적 통제를 강화해온 중국 입장에서는 K-컬처가 철도를 타고 더욱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을 경계할 수 있다. 결국 이 구상은 한중 양국 모두에게 기회이자 부담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지닌다.

사실 한중 철도 연결 구상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에도 북한 변수를 고려해 다양한 대안이 논의돼 왔다. 한중 해저터널 방식과 철도페리 방식이 대표적이다. 2007년 대선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후보는 대륙횡단철도와 한·중 열차페리를 제안하며, 북한을 거치지 않고도 서해를 통해 중국 철도망과 연결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2012년에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중국횡단철도(TCR), 한반도종단철도(TKR)를 잇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 구상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2008년 경기도의 한중 해저철도 제안, 2017년 충남도의 서해안-산둥성 연결 구상 등 다양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서울-평양-베이징 고속철 제안은 이러한 오랜 논의를 다시 한반도 평화와 직결된 의제로 환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중국이 전략적으로 반대할 이유가 적다는 점은 북한을 설득할 수만 있다면 의외의 돌파구가 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한다. 이번 제안은 고립 일변도로 치닫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고, 장기적으로 분단으로 인한 단절을 극복해 통일의 길을 닦겠다는 정치적 상상력의 소산으로 평가된다.

이규화 기자 david@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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