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朝鮮칼럼] 베네수엘라·이란 사태, 한반도와 얽혀 있다
反서방 연대를 흔들고
美에 유리하게 기울어
동아시아 정세에 영향
동맹국인 중국·북한도
무모한 군사도발 어려워

새해 벽두부터 신냉전 체제로 양분된 국제 질서의 한쪽 진영에 심각한 혼돈이 초래되고 있다. 세계의 반미·반서방 진영을 이끄는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들어 국내 경제 상황과 국민 여론 악화로 정치적 불안정을 겪는 가운데, 이들의 중남미 지역 최대 교두보인 베네수엘라와 중동 최대의 반미·반서방 세력 거점인 이란이 동시에 체제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은 각각 세계 1위와 3위의 막대한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국가적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국내외 정책과 부패한 독재 정치 체제로 몰락의 길을 자초해 왔다.
베네수엘라의 좌파 정권은 차베스 전 대통령 이래 27년간 과도한 포퓰리즘 정책과 중남미 좌파 국제 연대 구축에 국고를 탕진했고, 그에 따른 국민 경제 붕괴와 민주화 세력의 저항으로 체제 붕괴의 위기가 고조돼 왔다. 마두로 대통령은 차베스의 후계자로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한 후 2024년 3선 도전에서 참패가 예상되었으나, 노골적 부정선거로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해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아 왔다. 그는 또한 중남미 마약 카르텔에 깊이 관여함으로써, 미국 내 마약 반입 급증의 원흉으로 지목받아 왔다. 미국은 2020년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마두로를 마약 테러 혐의로 기소하고 지난해 5000만달러 현상금까지 걸더니, 새해 벽두에 군사작전으로 그를 체포·압송해 미국 법정에 세웠다.
한편, 1979년 회교 혁명으로 집권한 이래 47년간 절대 권력을 휘둘러 온 이란의 신정 체제는 리비아·이라크·시리아 등 전통적 반미·친러시아 세력 맹주들이 차례로 몰락한 중동 지역에 홀로 남아 레바논·시리아·이라크·가자지구의 호전적 무장 세력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이스라엘의 멸망을 국가적 목표로 삼아, 반이스라엘 전선의 선두에 서서 핵무장도 집요하게 추구했다. 그에 따른 재정 파탄과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로 국민 생활은 황폐해졌고, 그 여파로 하메네이의 36년 철권통치와 부패에 항거하는 시위가 전국적으로 확산 중이다. 보안군의 발포로 시위대 1만여 명이 사망했다는 관측에도 불구하고 시위는 더욱 확대되고 있고, ‘팔레비 왕가의 귀환’ 주장까지 공공연히 거론되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운동 당시부터 미국의 해외 군사 개입 축소를 강력히 표방해 왔으나, 지난해 이란 핵시설에 대한 전략 폭격을 단행하고 주권국 국가원수인 마두로 대통령 체포를 위한 군사행동에 나서는 등 어느 행정부보다 단호하고 모험적으로 대외 군사 개입을 하고 있다. 이러한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 정책 행태를 볼 때, 현재 미국은 동맹국을 위한 대규모 군사 개입은 최소화하되 미국의 핵심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사안별 군사 개입은 더욱 적극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적 진화를 이뤄가는 양상이다. 러시아가 과거 구소련 시대 이래로 취해 온 대외 군사정책과 유사하고 오늘날 중국이 추구하는 군사적 팽창 정책과도 맞닿아 있는 강대국의 적나라한 자국 우선주의 표출로 해석된다.
이처럼 중국과 러시아의 맹방이자 최대 지역 거점인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벌어지는 체제상의 위기는 범세계적 반서방 연대의 균열을 야기해 신냉전 체제의 세력 균형에 심각한 불균형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그들의 후원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자신들의 국내외적 현안에 압도돼 군사 지원 등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들은 유엔 안보리에서 미국의 ‘침략 행위’를 규탄함으로써 의리를 과시할 수 있을 것이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남중국해 무력 강탈과 티베트·베트남 침공 전력 등 다양한 침략의 역사를 지닌 그들의 비난이 얼마나 설득력을 발휘할지는 의문이다.
베네수엘라와 이란에서 전개되는 격동적 상황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정세에도 적지 않은 함의를 갖는다. 무엇보다 신냉전의 전반적 세력 균형이 미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기울어 가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대만과 유럽에서 미국과 서방에 대한 새로운 군사적 도전을 감행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만일 베네수엘라와 이란의 체제 붕괴가 현실화해 친서방 정권이 들어선다면, 대미 패권 경쟁의 전략적 교두보 상실과 저렴한 석유 공급망 붕괴로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고립은 한층 가중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는 그 동맹국인 북한도 한국이나 미국에 대해 무모한 군사 도발을 벌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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