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여있는 배터리·휘발유… 화약고가 된 폐차장
대형 화재 위험… 각별 주의 요구
최근 포천 가산리서 300여대 전소
인근 야산·민가에서도 피해 발생
업체 영세… 미처 분리 못해 사고
소방당국 “이격거리 확보” 등 당부

“불이 날 뻔한 적이 있어요.”
수원시 영통구의 한 폐차장에서 일하는 A씨는 폐차장이 화재 위험을 안고 있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최근에 차량에 휘발유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의도치 않게 스파크가 발생해 불이 난 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한 달에 1천 대가 넘는 차량이 들어오다 보니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있다”며 “폐차장은 적재된 물량이 많아 불이 한 번 나면 빠르게 확산되고 진화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불이 시작될 경우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큰 폐차장 화재가 잇따르면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5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지난 10일 오전 4시40분께 포천시 가산면 가산리의 한 폐차장에서 불이 나 야적장에 있던 차량 600대 중 절반에 달하는 300여 대가 전소됐다.
소방당국은 소방관 등 인력 74명과 장비 33대를 투입해 약 2시간 만에 불을 모두 껐지만, 인근 야산과 일부 민가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당국은 차량 엔진룸에 있던 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폐차장 화재는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폐차장 등 자동차 관련 시설에서 총 25건의 화재가 발생해 1명이 다쳤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32건, 2022년 39건, 2023년 41건, 2024년 31건으로 매년 30건 안팎의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이로 인해 최근 5년간 총 9명이 다쳤고, 재산 피해는 51억2천여만원에 달했다. 특히 폐차장은 다수의 차량이 밀집돼 있어 작은 불씨도 순식간에 확산될 우려가 크다.
원칙적으로 폐차장은 차량 입고 현황과 분리된 배터리 개수 등 물품 내역을 한국자동차해체재활용업협회 통합관리시스템에 전산 입력해야 한다. 이에 따라 당일 입고된 차량은 작업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내부 부품이 제거된 뒤 야적된다는 것이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차량 부품을 모아 수출하는 재활용업체 관계자 B씨는 “업체가 영세하거나 한국어에 서툰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는 경우, 배터리를 미처 제거하지 못한 채 작업하다가 배터리가 파손되면서 스파크가 발생해 화재로 이어지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소방당국은 차량 입고 전 배터리 분리 등 철저한 안전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소방 관계자는 “폐차장은 차량이 밀집돼 있어 작은 불씨나 전기적 이상도 대형 화재로 확산될 위험이 크다”며 “차량 입고 단계부터 배터리와 연료 등 화재 위험 요소를 제거하고 충분한 이격거리를 확보하는 등 예방 조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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