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미역국'에 눈이 번쩍…K셰프, 美食의 한계를 넘다

2026. 1. 15.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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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 미식 경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럭셔리업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있다.

차별화된 몰입감으로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발보스테는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의 VIP 다이닝 경험을 설계하고 미식 관련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컨설팅한다.

팝업 메뉴 중 발보스테의 통합적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 건 한국인 듀오 디자이너 스튜디오 노케와 함께 재해석한 미역국이었다.

발보스테 스튜디오에 설치된 이 작품을 여 셰프는 '정화'로 연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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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발보스테' 이끄는
여성준 총괄셰프
먹는 행위를 넘어
요리에 서사 담아내
한식인 미역국에
파인다이닝 '터치'
물의 형상 보여주며
정화의 이미지 연출
(1) 발보스테가 기획한 사우디아라비아 항공사 리야드에어의 신규 유니폼 론칭 디너 현장. /ⓒLeo (2) 여성준 발보스테 총괄 셰프© /ⓒStudio Matussiere


파리에서 미식 경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글로벌 럭셔리업계의 주목을 받는 곳이 있다. 2017년 설립된 크리에이티브 컬리너리 스튜디오 발보스테(Balbosté)다. 푸드 스타일링을 뛰어넘은 ‘미식 경험 디자인’이라는 새 장르를 개척한 이들은 음식에 브랜드 스토리와 메시지를 담아 예술 작품과 같은 형태로 구현한다. 차별화된 몰입감으로 미식 트렌드를 이끄는 발보스테는 샤넬, 루이비통, 디올 등 럭셔리 브랜드의 VIP 다이닝 경험을 설계하고 미식 관련 글로벌 가이드라인을 컨설팅한다. 디즈니, HBO 등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과도 협업했다.

발보스테는 인하우스 시스템을 고수한다. 셰프와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가 한 공간에 상주한다. 그 중심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샬럿 싯봉 대표와 주방을 총괄하는 한국인 여성준 셰프가 있다.

(3) 한국인 듀오 디자이너 스튜디오 노케와 여성준 셰프가 미역국을 재해석한 ‘물의 형상’ /ⓒMarcelo_Saracino (4) 프랑스 연말연시 행운의 상징인 겨우살이를 구현한 ‘뷔슈 드 노엘’ /파크하얏트 파리 방돔 제공


이들은 전통적 미식의 틀에서 벗어나 요리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형태와 질감을 창조한다. 브랜드 테마에 맞춰 메뉴 개발부터 식기 디자인, 공간 연출까지 맞춤 설계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현하는 것이 핵심. 발보스테의 혁신 뒤에는 광고업계 출신인 싯봉 대표의 명확한 철학이 있다. 그녀는 음식을 그저 ‘요리’가 아니라 럭셔리 브랜드의 감성적 가치와 스토리를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시각 언어로 활용한다. 수많은 럭셔리 하우스가 발보스테를 파트너로 선택하는 핵심 이유다. 싯봉 대표는 “미식 경험은 모든 산업의 메시지를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며 영역 확장의 무한한 잠재력을 제시한다.

책갈피를 뽑아내듯 먹는 말린 과일 칩. /발보스테 제공

발보스테는 고객이 먹는 행위를 넘어 브랜드의 세계관 속으로 완전히 몰입하도록 유도한다. 시각적 정교함은 기본이며, 각 요리에는 서사가 담겨있다. 이들은 요리사와 디자이너의 협업을 통해 먹을 수 있는 스케이트보드나 색다른 재료 조합 등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넘나드는 형태를 창조하며 럭셔리업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차별화된 호스피탈리티(hospitality) 가치를 제공한다.

지난해 11월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한 발보스테의 자체 팝업 ‘첫 만찬(Le Premier Diner)’에선 이들의 철학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장이 펼쳐졌다. 팝업 메뉴 중 발보스테의 통합적 접근 방식을 잘 보여준 건 한국인 듀오 디자이너 스튜디오 노케와 함께 재해석한 미역국이었다. 물과 빛이 만나 투명하게 일렁이는 ‘물의 형상’은 이탈리아 밀라노의 로사나 오를란디 갤러리 소속인 스튜디오 노케의 대표작이다. 발보스테 스튜디오에 설치된 이 작품을 여 셰프는 ‘정화’로 연결했다.

“한국 17세기 고조리서에 나오는 고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어요. 고래가 새끼를 낳기 전에 해안가로 올라와 미역을 먹더래요. 미역이 청결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투명함과 정화를 상징하죠.”(여 셰프)

정화의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 프렌치 테크닉에 칵테일 제조 기법을 결합했다. 할머니가 보내준 한국산 디포리를 베이스로 브르타뉴산 미역 3종을 더해 육수를 우려냈다. 스튜디오 노케는 식사 과정에서 ‘물의 형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병에 광원을 더해 집기를 만들었다. 서문섭 디자이너는 “평소 사용하는 키링 플래시 라이트를 분해해 집기에 설치했고, 미역국을 따를 때 빛이 투명한 유리와 미역국을 투과해 테이블에 빛이 일렁이는 모습을 경험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발보스테’는 동유럽 유대인 언어인 이디시어로 ‘유능한 안주인’을 뜻한다. 이들은 지금 한국 시장의 역동성과 장인 정신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글로벌 비전의 한 축은 여 셰프가 추구하는 ‘진짜 한식’과 맞닿아 있다. “진짜 한식이 뭔지 프랑스 사람들이 제대로 경험할 기회를 만들고 싶어요.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통해 한식의 깊이와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파리=김인애 럭셔리&컬쳐 칼럼니스트·아르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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