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카페 전전 학생들 다시 학교로…공교육 대안 ‘주목’
성신고·문현고, 정부 공모 선정 운영
전문 코디네이터가 학습 설계 조력
참여 학생들 “내 속도로 공부” 만족
사교육 시장에 뺏긴 ‘공부 주권’ 회복
울산형 자기주도학습센터 확대 필요성

최근 울산지역 고등학교 두 곳에 마련된 자기주도학습센터가 사교육 맹신에 빠진 교육 현장에 신선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학생들이 사설 스터디카페나 학원을 전전하는 대신, 학교라는 안정적인 울타리 안에서 스스로 공부의 주도권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다.
# "내 속도대로 공부" 참여율 높아…공교육 신뢰 회복
그동안 학생들은 학교 자습실이 폐쇄되거나 낙후된 탓에 한 달에 수십만원을 지불하며 사설 스터디카페로 내몰려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조성된 학교 내 센터가 사교육의 실질적 대안으로 부상했다.
성신고 한 학생은 "되돌아보면 학원 진도를 따라가느라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도 모른 채 앉아만 있던 시간들이 아깝게 느껴진다"라며 "이곳에선 내 속도대로 공부하며 비로소 공부의 참맛을 알게 됐다. 사설시설보다 학교가 더 집중이 잘되고 마음도 편하다"라고 말했다.
성신고는 센터 운영이 학생들의 상실된 '자기주도성'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신고 관계자는 "학원 강사나 부모에 의해 끌려가는 공부는 아이들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라며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실패도 해보며 겪는 시행착오는 대학 이후의 고등 사고력을 키우는 '공부의 근육'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문현고등학교의 센터는 사교육 경감이라는 공교육의 역할에 더 집중하고 있다. 30명 규모로 시작한 문현고 센터는 사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들을 우선 선발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다.
개소 한 달여 만에 교사들 사이에서는 "학생들이 센터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스스로 공부하는 분위기가 잡혔다"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현고 1학년 한 학생은 최근 게시판에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시간이 늘었고, 학습 계획을 조언받을 수 있어 좋다"라며 감사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문현고는 2월께 15명을 추가 모집해 1개 반을 증설할 계획이다.
여기에 전교생이 이용 가능한 90석 규모의 정독실을 별도로 운영하며 '공부하고 싶은 학생'을 위한 배려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자기주도학습센터 운영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공부할 권리'를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설 스터디카페는 비용 부담이 크고, 엄격한 관리가 이뤄지는 '관리형 독서실'은 스터디카페보다 2배 가까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성신고 120석 중 방학에도 절반 이상이 차고, 문현고가 한 달 만에 증설을 검토하는 현상은 학생들의 '자기학습시간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깊었는지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센터의 확산이 단순히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는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산 교육계 한 관계자는 "자기주도학습센터는 학생들이 '공부의 주인'이 되는 법을 연습하는 공간"이라며 "더 많은 학교에 이러한 인프라와 전문 인력이 배치된다면 사교육비 절감은 물론 울산 공교육의 신뢰 회복에도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울산에 마련된 자기주도학습센터는 지난해 교육부 공모사업으로 성신고와 문현고 2곳이 선정돼 운영되고 있다. 중고등학생들이 사교육 없이도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공간과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두 학교 모두 각 학교 학생들만 참여하는 내부형 센터로 공모해 선정, 운영되고 있다.
강은정 기자 (kej@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