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학붐' '4050 라이더' 기획 … 새로운 사회 현상 잘 짚어내
◆ 매경 독자위원회 ◆

매일경제 독자위원회 정례회의가 지난달 말 개최됐다. 이번 회의에선 지난해 11~12월 매일경제신문과 매경이코노미, 매경 럭스멘의 보도를 평가했다. 강희원 고려대 재학생, 김익중 우리금융지주 홍보실장, 양희동 한국경영학회 회장·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이미경 환경재단 대표, 이승진 무신사 S&C 본부장, 조성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위원장) 등 7명의 독자위원은 서면으로 대체한 이번 회의에서 의제 선정, 기사 완성도, 지면 편집 등과 관련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다.

조성진 위원
정부의 인공지능(AI) 만능론과 에너지 정책 사이의 불일치에 관한 보도가 시의적절했다. 다만 정부가 나서 'AI 챔피언'을 밀어줬을 때 기대되는 낙수 효과는 얼마인지 등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AI가 소수 대기업의 특혜로만 돌아가지 않도록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매경의 역할이 중요하다. 또 최근 국내 AI 관련 기업에 대해 정부가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 중인데, 동향과 우려되는 점에 대해서도 날카로운 분석이 필요하다. 플랫폼 기업의 기업 결합 기준 등 디지털·AI 시대에 맞는 경쟁 정책에 관해서도 기사로 다뤄달라.
한편 연말 달러당 원화값이 1480원대로 하락한 가운데 '1400원대 뉴노멀 환율'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 분석이 부족했다. 한국 경제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인 환율 변동성의 원인 진단 없이는 해법 찾기도 불가능하다.

이미경 위원
AI 기사는 전반적으로 유익했으나, 에너지 문제를 다룰 때 '원자력 발전'으로 귀결되는 면이 안타깝다. 기후변화의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가 부상하고 있는 국면인데도 매경은 원전과 LNG만 언급하는 경향이 있다. 앞선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도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회원국 간 협력이 강조됐는데, 매경 지면에서는 노출이 적었다. 또 APEC 당시 참석한 수많은 세계적 석학을 심층 인터뷰로 다뤘다면 좋았을 것이다.
서울 종묘 앞 개발과 관련해선 좀 더 중립적인 보도가 필요했다. 서울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문화, 경제, 산업, 정치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매경이 이런 문제에 있어서 한목소리만 대변하기보다 냉정하고 입체적인 공론장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황철주 위원장
상법·세법 개편과 관련해서는 정책 내용과 정치적 맥락, 기업의 우려를 다각도로 보도했다. 다만 정치적 대립이 부각돼 예산안 등이 실제 경기 흐름에 미칠 실질적 효과는 알기 어려웠다. 독자가 뉴스를 일회성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도록 후속 분석이 필요하다. 이 밖에 대장동 1심 판결과 검찰의 항소 포기 논란,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등 사회적 이슈에서도 의혹 제기에서 더 나아가 개선 방안 등 미래지향적·분석적 내용을 함께 다뤄주기를 바란다.
기획 기사 중 'K유학 붐'(11월 24일자 A1·3면 등) '배달 내몰리는 4050'(11월 28일자 A1·5면) 등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현상을 이해시키고, 정부·정책 관계자의 경각심도 일깨운 좋은 기사였다.

이승진 위원
경주 APEC 정상회의 때 'APEC 슈퍼위크' 특집면을 1면부터 2~3면으로 끊김 없이 볼 수 있게 한 지면 구성이 좋았다. 당시 화제가 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깐부 회동' 사진이 A6면 톱에 실렸는데, 화제성을 고려해 앞면에 전진 배치했다면 유쾌하게 젊은 독자층의 관심을 끌었을 것이다.
상법 개정안 보도는 정치 쟁점화된 관점에서 다뤄졌다. 실질적으로 기업에 미칠 영향 분석과 법 개정의 명암 등을 객관적으로 보도해 독자가 판단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연말을 맞아 물가, 고용, 수출 등 경제전망에 관한 기사도 경제종합 면에서 자주 다뤄졌으나, 중요도를 높여 다뤘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경이코노미의 '2026 대예측, 재조정의 시간'(2334호)은 내년 방향성을 키워드, 그래픽과 함께 제시해 인상적이었다.

양희동 위원
AI 대전환 시대인 만큼 관련 주제로 상당히 많은 양의 기사가 게재됐다. '거품론'까지 포함해 다양한 관점으로 균형을 맞추긴 했지만, 국가 전략을 조명하고 시대를 앞서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기사도 더 많아져야 한다. 양자컴퓨팅 같은 전략 산업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펼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미래를 향한 기사도 많이 나올 거라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는 그나마 '액티브 시니어'를 다룬 시니어 경제 기획 정도가 눈에 띄었다.
종묘 앞 개발 계획에 대해 찬성 입장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등 경제 이슈에 있어선 전반적으로 보도의 중립성에서 탈피해 성장 위주의 관점을 제시했다. 반면 '12·3 내란 1년' 등 정치 이슈에서는 사실 전달에 국한한 신중한 관점을 유지한 것으로 평가한다.

강희원 위원
'엔비디아 해부'(11월 7·8일자 A4면), '중국 샤오펑 AI데이'(11월 10일자 A1·8면) 등의 기사가 글로벌 AI 산업 구도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국내 AI 동향 보도와 관련해선 특정 기업에 우호적인 보도가 반복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국내 기업 중심의 주가 상승, 실적 호조만 나열하기보다 AI 산업과 연계된 구조적·거시적 시사점이 충분히 다뤄졌으면 한다. 또 AI 기술의 긍정적 효과를 부각한 보도는 많은 반면 윤리 논쟁, 디지털 취약계층 소외 등 사회 문제를 다룬 비판적 기사는 충분하지 않았다. '피지컬 AI' 등 새로운 개념에 대한 설명도 부족했다.
최근 '월가월부' 코너의 분석 깊이가 눈에 띄게 개선됐다. 또 '구직 손 놓는 2030'(11월 13일자 A10면), '성장률 불안한 변동'(12월 4일자 A2면) 등 통계 이면의 현실 사례와 분석을 곁들인 기사가 돋보였다. 종묘 앞 개발 이슈에 있어선 일본·영국 사례(11월 7일자 A3면)를 소개해 '도시와 유산 공존의 길' 기획(12월 16일자 A1·3면 등) 등 구체적 팩트에 기반해 서울 도심 재개발의 필요성을 세련되게 피력했다. 다만 정치권의 거친 말싸움, 일방적 주장에 대해 비판적 분석, 문제 제기 없이 발언 그대로 지면에 옮겨 보도하는 것은 지양해달라.

김익중 위원
정치·사회 분야에서는 12·3 계엄 1년과 대장동 판결 등 민감한 현안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다뤘으며, 쿠팡 개인정보 유출과 종묘 앞 개발 논란 등을 통해 기업의 책임과 사회적 갈등을 날카롭게 지적했다. 아울러 '액티브 시니어' 기획과 노동 정년 연장 이슈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의적절한 의제 설정이었다. 다만 AI 전력 수급 엇박자 정책이나 종묘 앞 등 도시개발처럼 찬반이 첨예한 사안에 있어선 단순한 갈등 중계를 넘어 매경만의 구체적인 해법과 대안 제시가 더욱 강화됐으면 한다.
경제 분야에서도 '코스피 5000시대'의 기대감에 가려진 자산 시장의 변동성, 실물경제 침체 등의 현실을 냉철하게 분석한 균형 감각이 돋보였다. 세법·상법 개정 이슈도 심도 있게 파헤쳐 투자자와 기업에 실질적인 나침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정주원 기자 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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