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국회의원, 개인 일탈 아닌 제도의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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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좌진에 대한 갑질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는 특정 국회의원의 인성 문제를 넘어 걸러내지 못한 제도의 실패라는 점이다.
갑질 국회의원을 개인의 일탈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제도가 방치해 온 결과로 직시해야 한다.
갑질 국회의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제도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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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은 선출직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사후 검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가 후보자의 성격과 조직 운영 방식, 권한 행사 태도까지 모두 파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국회 내부에는 권력을 가진 의원을 상시적으로 평가하고 통제하는 장치가 거의 없다. 권한은 집중돼 있으나 견제는 부재한 구조가 오랫동안 방치돼 왔다. 이로 인해 문제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의 반복으로 나타난다.
보좌진은 단순한 개인 비서가 아니다. 입법·예산·국정감사를 실무적으로 수행하는 공적 노동자이며 국회의 기능을 실제로 작동시키는 핵심 인력이다. 이들을 향한 모욕적 언행, 사적 업무 지시, 부당한 야간·휴일 근무 강요, 보복성 인사는 조직 내부의 사소한 갈등이 아니다. 이는 공적 권한의 남용이며 국민에 대한 책임 위반이다. 이러한 행태가 누적될수록 국회의 전문성과 정책의 연속성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럼에도 국회는 그동안 이를 내부 인사 문제로 축소해 왔다. 윤리위원회의 징계는 경고나 유감 표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이는 잘못된 신호를 반복적으로 보내왔다. 실질적 제재가 없다면 제도는 작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이 합리적 선택이 되는 왜곡된 조직 문화만 강화될 뿐이다.
해외 선진 의회들은 이 문제를 개인의 도덕성에 맡기지 않는다. 미국과 영국 의회는 의원 행동강령을 엄격히 적용하고 보좌진에 대한 부당 행위를 명확한 징계 사유로 규정한다. 외부 독립기구를 통한 조사와 실질적 제재를 병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북유럽 국가들 역시 정치인의 조직 운영을 공적 책임의 영역으로 보고 평가와 제재를 제도화해 왔다. 공통점은 분명하다. 권력자는 반드시 점검받아야 한다는 원칙이다.
이제 우리도 접근을 바꿔야 한다. 해법은 분명하다. 보좌진을 평가하는 제도가 아니라 보좌진을 통해 의원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재직 보좌진의 완전 익명 다면평가, 퇴직 보좌진의 사후 평가, 평균 근속 기간과 이탈률 같은 정량 지표를 결합하면 의원실 운영의 구조적 문제는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는 특정 인물을 겨냥한 장치가 아니라 국회 전체의 건강성을 점검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이런 평가는 공개나 낙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개선 권고, 외부 컨설팅, 윤리위 자동 회부로 이어지는 단계적 조치 체계가 작동하면 된다. 특히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갑질에 대해서는 재량 없는 제재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제도는 신뢰를 얻고 예방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아울러 이러한 평가는 정당의 공천 과정에서도 활용돼야 한다. 인권과 노동을 존중하지 못한 사람에게 입법권을 맡길 수는 없다. 이는 정치적 성향이나 진영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기본 윤리에 관한 문제다.
민주주의는 선거로만 완성되지 않는다. 권력을 위임한 이후에도 그 권력이 어떻게 행사되는지를 점검하고 잘못 사용될 경우 제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제대로 작동한다. 갑질 국회의원을 개인의 일탈로 소비할 것이 아니라 제도가 방치해 온 결과로 직시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노가 아니라 제도의 설계다. 갑질 국회의원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제도의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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