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브랜드도 손 놓고 당하는 '가짜'…이마저도 찾아내는 데이터 [번개장터 명품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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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가짜'가 '진짜'보다 정교한 시대는 없었다.
정교해진 가품의 위협은 더 이상 고가 한정판 컬렉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소재를 정·가품 데이터와 대조해 각 소재의 성분, 수치, 그리고 고유 패턴의 일치 여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연도별 가품에 어떤 재료가 반복적으로 쓰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정품의 특징을 흉내 내고 있는지를 패턴화해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함으로써 검수를 한층 고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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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부품으로 조합한 가품으로 확인
15년 경력도 정교한 수준 현장서 절감
가품의 패턴 DB로 정리해 정밀 분석
전문가 노하우와 '과학' 문제해결 열쇠

요즘처럼 '가짜'가 '진짜'보다 정교한 시대는 없었다. 가품이라 하면 어딘가 어설픈 마감과 값싼 재료가 눈에 띄는 모조품을 떠올리기 마련이었다.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최신 위조품은 정품의 생산 공정을 그대로 흉내 내는 수준을 넘어, 일부는 정품 부품까지 교묘하게 조합해 제작된다. 그 정교함은 제조사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적 명품 시계 브랜드 오메가다. 불과 몇 해 전 세계 3대 경매사로 꼽히는 필립스 옥션에서 오메가가 박물관 전시용으로 1958년형 '스피드마스터'를 낙찰받은 적이 있다. 이게 사실 정품 부품으로 조합된 가품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업계를 충격에 빠트렸다. 오메가 브랜드 자체도 속을 만큼 가격도, 외형도, 연식도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정교해진 가품의 위협은 더 이상 고가 한정판 컬렉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국내에 유통되는 다양한 명품들 역시 광범위하게 그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외형은 물론, 부품과 인증 수단까지 정밀하게 조작된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단순 복제를 넘어 고도로 연출된 가품들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필자 역시 15년 넘게 활동해온 명품 감정사로서 과거보다 훨씬 정교해진 가품의 수준을 현장에서 절감하고 있다. 샤넬의 경우 정품 인증을 위해 가방 내부에 일련번호가 적힌 홀로그램 씰을 부착한다. 한 번 부착하면 깔끔하게 떼어낼 수 없도록 설계된 파괴방지 장치로 떼는 순간 홀로그램이 손상돼 재사용이나 이식이 사실상 어렵다.
감정에 들어온 한 샤넬 가방에는 외관상 전혀 훼손되지 않은 정품 홀로그램 씰이 온전히 붙어 있었다. 의심스러운 부분은 UV 라이트 반응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밀 감정 결과, 씰 자체는 정품이었으나 약품 처리를 통해 탈착한 뒤 가품에 이식한 흔적이 드러났다. 인증 수단 자체가 오히려 함정이 된 셈이다.
이같이 정교해진 가품 앞에서 아무리 숙련된 전문가라 해도 모든 제품을 완벽히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하루에 많게는 수백건 이상이 쏟아지는 검수 현장에서 검수사의 주관적 판단에만 의존하는 인적 검수방식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러한 공백을 채우고 있는 것이 바로 데이터와 과학 기술 기반의 검수 시스템이다. 맨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소재를 정·가품 데이터와 대조해 각 소재의 성분, 수치, 그리고 고유 패턴의 일치 여부까지 정밀하게 분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방식의 강점은 검수를 거듭할수록 시스템이 더 똑똑하게 진화한다는 데 있다. 정·가품에 대한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알고리즘은 더 빠르고 정확하게 진위를 판별한다. 연도별 가품에 어떤 재료가 반복적으로 쓰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정품의 특징을 흉내 내고 있는지를 패턴화해 데이터베이스로 정리함으로써 검수를 한층 고도화한다.

실제 적용 사례도 다양하다. 명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PVC나 자가드 소재는 물론, 소가죽, 악어가죽 등 가죽의 종류를 기준 데이터에 따라 정확히 식별할 수 있다. 시계처럼 정밀한 금속 소재가 사용된 제품은 차이가 훨씬 미세하다. 정품에는 변색 방지와 강도를 높이기 위한 특수 합금이 포함되는데, 과학 검수를 통해 이 성분이 정품 기준과 얼마나 일치하는지 정량적으로 분석해 가품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
데이터는 경험을 넘어선 정밀함을 만들어낸다. 눈으로는 놓치기에 십상인 미세한 차이를 수치로 드러내고, 수천 건의 사례 속에서 진짜의 규칙을 찾아낸다. 앞으로의 검수는 더 이상 사람만의 몫이 아니다. 정교해진 위조에 맞서기 위해, 검수는 사람의 노하우에 과학의 정확도를 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진짜를 지켜내는 힘은 이제, 그 둘의 공존에서 나온다.
김재군 번개장터 검수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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