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m는 내려가야"…'시계기술의 정점' 기계식 다이버 워치의 세계 [김창규의 명품시계 이야기]

김창규 2026. 1. 15.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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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치 메이커 기술력 입증하는 척도
롤렉스·블랑팡·오메가 "내가 최고"
① 일오차 획기적으로 줄인 롤렉스
② '수심 300m' 방수능력 블랑팡
③ 고자기장에도 고장 無 오메가
롤렉스 서브마리너. 사진=롤렉스 제공


배터리로 구동하는 쿼츠 무브먼트로 다이버 워치를 만드는 건 기계식 무브먼트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다. 쿼츠 무브먼트는 두께가 얇으면서도 충격에 강하다. 케이스를 두껍게 설계해도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기계식 시계는 다르다. 무브먼트가 큼직할수록 내구성과 정밀도를 높이기 용이하지만 케이스까지 함께 키웠다가는 너무 크고 무거워지게 된다. 이런 점 때문에 기계식 다이버 워치는 워치메이커의 기술력을 입증하는 척도가 된다. 거기서 파생하는 흥미로운 역사와 높은 인기로 관심을 끌고 있다.

다이버 워치의 역사

프로페셔널 다이버가 시계를 착용한 상태로 일반인이 접근 불가한 영역에서 잠수 활동을 했을 때, 정상 작동을 보증하는 시계가 다이버 워치다. 꽤 오래전부터 방수 기능을 갖춘 여러 시계가 다이버나 군인, 수영선수들에게 채워져 성능을 검증받곤 했다. 진정한 의미의 현대식 다이버 워치는 1953년 롤렉스와 블랑팡의 시계로부터 시작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세계 최초의 현대식 다이버 워치로 기록된 롤렉스 '서브마리너'와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는 공통된 사양이 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수심 90m 이상의 방수 능력, 잠수 시간을 실수로 늘리지 않게 해주는 단방향 회전 베젤, 어둠 속에서 시간 확인을 쉽게 만들어주는 야광 인덱스와 핸즈, 견고한 밀폐 케이스와 개스킷, 오토매틱 무브먼트 등이다.

써머 블루 컬러의 오메가 씨마스터 컬렉션. 사진=오메가 홈페이지


이 시계는 처음엔 탐험 등 특수한 목적을 위해 개발됐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라 다양한 레포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참전했던 많은 병력 덕분에 다양한 분야에서 개발된 높은 내구성의 보급품들이 일반에 유통됐다.

군사 목적으로 개발됐던 고성능 기어들은 극단적인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스포츠 활동을 즐길 수 있게 도움을 줬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고성능의 다양한 상품들이 대중의 인기를 끈 것처럼 다이버 워치도 그랬다.

돈이 되는 사업이었던 것만큼 다이버 워치들은 금세 사장되지 않고 발전을 거듭했다. 현재 프로페셔널을 위한 다이버 워치는 300m 이상의 방수, 스크류 방식의 밀폐형 케이스와 크라운, 단방향 회전 베젤, 야광 인덱스와 핸즈, 헬륨가스 배출 밸브(다이버가 본격적인 잠수를 하기 전 가압 탱크에서 적응하는 시간 동안 시계에 극도로 미세한 헬륨 분자가 개스킷을 뚫고 들어오곤 한다. 이 게 다이빙 후 감압하는 동안 기압변화로 팽창해 시계를 파손시킬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물은 침투할 수 없도록 하고, 헬륨만 방출할 수 있도록 만든 특수한 장치가 헬륨가스 배출 밸브다), 별도의 도구 없이 시계 버클의 길이를 20mm가량 늘이는 게 가능한 다이빙 익스텐션(다이빙 수트 착용 시 필요한 기능), 부식에 강한 소재 등의 조건을 만족시켜야 인정받고 있다.

최대 300m 방수되는 모델도

지금의 롤렉스 서브마리너(1554만원)는 2020년부터 41㎜로 케이스 지름이 커진 최신형 서브마리너다. 겉모습만 보면 크기를 제외하고 전작과 동일해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오토매틱 인하우스 칼리버 3230을 탑재해 일오차를 -2~+2초의 획기적인 수치로 줄였다. '작은 오차를 지닌 고정밀 시계의 기준'이 되는 크로노미터 인증이 -4~+6초인 것을 감안하면 3230 무브먼트의 성능은 놀랍다.

2600만원대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도 있다. 피프티 패덤즈라는 이름은 1953년 탄생한 최초 버전의 방수 스펙 50 패덤즈(약 91.5m)에서 유래했다. 지금은 300m 방수를 기본으로 한다. 하이엔드 메이커인 블랑팡인지라 이 시계를 착용하고 다이빙하는 프로 다이버가 있을까 싶은 가격으로 선보이지만, 여전히 탁월한 방수 기능을 제공한다. 케이스 지름이 42.3㎜로 큰 편인데도 티타늄 소재로 가볍다. 탑재된 오토매틱 인하우스 칼리버 1315는 18K 레드골드 소재 로터가 달려 있다. 120시간이라는 긴 파워리저브를 제공한다.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오토매틱’. 사진=블랑팡 홈페이지


오메가는 세계 최초의 다이버 워치를 1932년에 선보인 브랜드다. '마린'이라는 이름의 해당 시계는 현대식 다이버 워치처럼 야광 안료나, 눈금이 새겨진 베젤 등이 적용되진 않았다. 다만 17m 잠수에 성공하며 성능을 입증한 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 영국군을 위한 방수 시계를 만들었던 오메가는 종전 후 1948년부터 '씨마스터'라는 컬렉션으로 판매했다. 1957년에 이르러선 300m 방수가 가능한 현대식 다이버 워치인 '씨마스터 300'을 발표했다. 윗 사진의 모델은 1957년의 씨마스터 300을 최대한 오리지널 버전에 가깝게 리바이벌한 최신형 씨마스터 300이다.

시계를 전면에서 보면 빈티지한 느낌이 들지만,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로 무브먼트를 노출한 케이스백을 보면 오메가의 최신 기술력을 볼 수 있는 오토매틱 인하우스 칼리버 8912를 발견할 수 있다. 매우 높은 수준의 자기장에도 고장을 일으키지 않는 특수한 소재를 사용했다. 크로노미터 사양으로 정밀도 역시 높다.

김창규 시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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