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폐점 앞둔 홈플러스에 손님·직원 한숨만 [르포]

변덕호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ddoku120@mk.co.kr) 2026. 1.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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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폐점 앞둔 시흥점 가보니
상품 없어 발길 돌리는 손님부터
재고용·처우 우려섞인 직원까지
홈플러스 PB ‘심플러스’ 음료가 가득한 매대. [변덕호 기자]
“물건 다 빼면 삭막할 거 같애. 뭐 넣어야 할지 고민이네.”

14일 오후 방문한 서울 금천구의 홈플러스 시흥점. 매대 앞에서 진열 상태를 살피던 직원들은 물품 배치 문제를 두고 한숨 섞인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폐점을 앞두고 납품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진열대 배치에 애를 먹는 분위기였다. 협력업체 상품이 들어서야 할 매대는 비어 있었고, 그나마 공간을 채운 것은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제품들이었다.

“뭘로 채우지”…PB로 가득찬 텅 빈 매대
14일 오후 방문한 홈플러스 시흥점. [변덕호 기자]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지난달 28일 가양점과 일산점 등 5개 점포가 영업을 종료한 데 이어, 시흥점을 포함한 5곳이 오는 31일을 끝으로 문을 닫는다. 폐점을 앞두면서 물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탓에 매장 전반에서는 상품 공백이 눈에 띄게 늘어난 모습이다.

기자가 직접 둘러본 홈플러스 시흥점 매장 대부분은 휑한 모습이었다. 한때 의류·잡화로 가득 찼던 1층에는 80~90% 정리세일을 알리는 현수막 아래 임시매장이 들어섰고, 이미 공간을 비운 입점사(테넌트)들도 적지 않았다.

폐점 분위기로 지하 1층 식품 매장까지 영업을 중단한 것으로 오해하는 방문객을 막기 위해, 매장 측은 ‘식품 매장은 정상 영업합니다’라는 안내 문구를 곳곳에 부착했다.

식품 매장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 문구. [변덕호 기자]
저녁 장을 보러 올 시간임에도 식품 매장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은 드물었다. 카트를 끌고 매대 곳곳을 둘러보는 손님만 간혹 있을 뿐이었다.

그나마 찾아온 손님들도 원하는 상품이 없어 구매하지 못한 채 발걸음을 돌리기 일쑤였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 손님은 “자주 들르던 대형마트라 폐점 소식은 이미 들어 알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이렇게까지 제품이 빠진 줄은 몰랐다. PB상품만 남아 있어 살 게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라면·과자 등 주요 매대에는 납품업체 상품보다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제품이 주류를 이뤘다. 과자·밀가루·음료 등 품목을 가리지 않고 심플러스 제품이 진열돼 있었다. 폐점 세일 대상 역시 대부분 PB 상품에 그치는 등 ‘폐점 세일’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였다.

납품 차질은 시흥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홈플러스는 주요 협력사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일부 브랜드를 중심으로 상품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삼양식품은 납품을 중단했거나 공급 물량을 축소한 상태다.

경영 불확실성 ‘계속’…직원들 불안감 증폭
홈플러스 시흥점을 방문한 손님들. [변덕호 기자]
이 같은 상황은 홈플러스를 둘러싼 전반적인 경영 위기 국면과도 맞물려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9일 서울회생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에서 기업형슈퍼마켓(SSM)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분리 매각과 함께 향후 6년간 최대 41개 부실 점포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금 미납액은 약 700억원에 달하며, 지난해 11월 진행된 공개 매각 본입찰에는 인수 희망 업체가 한 곳도 나타나지 않았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등 이른바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된 경영진이 구속을 면하면서 당장의 위기는 넘겼지만, 자금 조달과 채권단 설득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자금난이 이어지면서 공과금 미납과 직원 급여 지급 지연 등 추가적인 문제도 잇따르고 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도 향후 고용과 처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회사 측은 폐점 이후 전환 배치와 고용 승계를 통해 종사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점포의 폐점이 잇따르면서 모든 직원이 실제로 배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현장에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매장 한편 직원 휴게 공간 인근에서는 향후 근무지와 처우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오갔다. 한 직원은 “집에서 가까워서 다니던 분들도 있었는데, 이제는 인근 다른 점포로 이동해야 할 상황”이라며 “이동이 부담돼 퇴사를 고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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