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 맛을 제대로 느끼는 방법,숙성의 중요성…

박성윤 기자 2026. 1. 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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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맛은 굽기 전 결정된다. 완벽한 스테이크 위한 설계도…
스테이크 조리를 마친 장면(스테이크 전문점 'GOOK SU' 제공)

스테이크는 이제 특별한 날의 음식이 아닌, 집에서 직접 구워 즐기는 일상 속 메뉴가 되었다.

하지만 완벽한 한 점을 만들기 위해선 고기 선택부터 두께, 조리법까지 고려할 것이 많은데 숙성은 조리 전에 스테이크의 맛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고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맛있는 고깃집을 추천받았을 때 '그 집 고기 숙성 잘 하나?'며 한번쯤 건네는 질문이다. 요즘처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를 접한 소비자들이 반 전문가가 된 상황에서 숙성 기간과 방법은 판매자에게는 특별한 기술로, 소비자에게는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가 됐다. 자주 먹던 스테이크가 어떤 날은 부드럽게 느껴지지만, 어떤 날은 씹는 것 외에는 별다른 맛이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기 때문이다.
고기가 숙성되어 가고 있는 모습(스테이크 전문점 'GOOK SU' 제공)

▲숙성이 필요한 이유

고기 숙성은 오랜 시간 동안 육류의 풍미와 질감을 극대화하는 과정으로, 고기의 맛을 훨씬 향상시키는 중요한 기술이다. 정해진 기간 동안 적절한 환경에서 관리되며, 육류 내부의 효소가 단백질과 지방을 분해해 고유의 감칠맛을 발산하게 된다.

사실 갓 도축한 고기는 생각보다 질기고 풍미도 부족하다. 특히 날고기로 먹는 메뉴가 아닌, 두툼한 두께의 스테이크로 즐긴다면 숙성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숙성은 어떻게 진행될까? 숙성은 고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들을 '먹기 좋은 방향'으로 정렬하는 과정이다. 불이 고기의 즉각적인 변화를 만든다면, 숙성은 누적된 변화를 만든다. 불은 표면을 바꾸고 향을 만들지만, 숙성은 고기 안쪽의 식감과 향, 감칠맛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것으로 숙성을 제대로 이해하면, 맛있는 스테이크를 만들어낼 수 있다.

17년 동안 스테이크 집을 운영하며 모 방송사의 패널로도 출연해 인기를 얻고 있는 스테이크 전문가 구자덕 셰프는 "도축 직후에는 고기가 단단해 먹기 어렵지만, 숙성 과정에서 결이 서서히 풀린다.도축 직후의 고기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근육은 생체에서 분리되는 순간 긴장과 경직이 발생한다"며 "이 상태의 고기는 아무리 좋은 마블링을 가졌더라도 씹을 때 버티는 느낌이 남게 된다. 많은 사람이 숙성이 덜 된 스테이크를 먹기 어렵게 느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본적인 맛보다 씹는 데 힘이 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숙성은 고기를 무르게 만들기 위한 작업이 아니며 탄력을 유지한 채 씹는 피로감을 줄여 '부드럽다'보다는 '식감이 좋다'고 느껴져야 한다.

구자덕 셰프는 "숙성의 진짜 흥미로운 점은 풍미에 있다. 단백질은 숙성 과정에서 감칠맛의 기반이 되는 성분들이 늘어난다. 지방 역시 향미를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변해 숙성이 잘 된 고기는 굽기 전부터 냄새가 다르다"고 설명한 뒤 "또 하나의 핵심은 '농축'이다.농축은 단순히 짠맛이나 진함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씹는 순간 맛이 흩어지지 않고 중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테이크에서 중요한 것은 육즙의 양이 아니라, 한 입의 맛이 끝까지 유지되느냐이다. 숙성은 바로 이 지속력을 만들어 준다"고 주장했다.
'습식 숙성' 방식으로 고기를 숙성하고 있다(스테이크 전문점 'GOOK SU' 제공)

▲숙성의 방법-건식 숙성(드라이 에이징)과 습식 숙성(웻 에이징)의 차이점

요리사들의 전반적인 의견을 종합해 보면 숙성의 방법은 드라이 에이징과 웻 에이징으로 나눠진다.

드라이 에이징은 고기를 공기가 잘 통하는 환경에 걸어두거나 선반에 올려놓고, 일정한 온도와 습도, 바람을 유지하며 숙성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고기의 수분이 서서히 날아가고, 효소 작용으로 근섬유가 부드러워지며 풍미가 농축된다. 수분 손실과 함께 먹을 수 없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웻 에이징에 비해 손실이 크다는 점이 단점이다.

웻 에이징은 공기를 차단한 진공 포장 상태에서 숙성하며 수분 손실을 줄여 부드러운 식감과 선명한 육향을 만든다.

웻 에이징은 훨씬 간편하고 대중적인 방식이다. 고기를 진공 포장해 냉장 보관하면서 숙성시키는 방법으로, 공기를 차단한 상태에서 고기 자체의 수분과 효소 작용으로 숙성이 진행된다.

유통과 저장이 용이한 것이 장점으로 보통 7~21일 정도 숙성하며, 고기는 자연스럽게 부드러워지고 잡내도 줄어든다. 다만 드라이 에이징처럼 농축된 풍미보다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특징이다. 우리가 구매하는 냉장 소고기의 대부분은 웻 에이징을 거친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요리 전문가들은 "숙성은 냉장고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그 고기가 그릴 위에 올라가는 순간에도 숙성의 영향은 이어진다. 숙성된 고기는 표면 반응이 더 또렷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크러스트가 얇고 균일하게 형성되고, 속의 익힘도 안정적으로 잡힌다"며 "흔히 말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는 표현은 단순히 화력의 문제가 아니라, 숙성 방식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구자덕 셰프가 숙성된 고기를 요리하고 있다(스테이크 전문점 'GOOK SU' 제공)

▲숙성의 타임라인

고기 숙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단백질 분해는 아미노산으로의 변환을 촉진한다. 이로 인해 육질은 부드러워지고 감칠맛이 증가한다. 특히, 건식숙성은 풍미를 더 농축시키는 효과가 있어 미식가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데 일반적으로 21일 이상 숙성해야 비로소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반면에 습식숙성된 고기는 고기 본연의 육즙과 신선함을 유지하지만, 풍미는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즉, 신선한 고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느낌을 주며, 많은 이들이 일반 요리에 선호하는 방식이다.

숙성의 타임라인에서 건식 숙성 소고기는 숙성 시간에 따라 뚜렷한 변화를 겪는다.

요리 전문가들은 "14일이 지나면 고기의 80% 정도가 연해진다.15~28일이 지나면 맛이 진해지기 시작한다.효소가 본격적으로 조직을 분해하며 단맛과 고소한 맛이 나타난다"며 "29~42일이 지나면 부드러움과 풍미가 최고조에 이른다"고 건식 숙성 시간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은 통상적으로 "소고기는 21일 이상, 돼지고기는 15일 이상을 숙성기간으로 권장한다"고 밝혔다.

우리가 한 점의 스테이크를 맛보며 '정말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 뒤에는 이 숙성의 시간이 존재했다.

고기의 숙성은 단순히 오래 두는 일이 아니라 기다림 속에서 완성되는 풍미의 예술이며 드라이 에이징이든 웻 에이징이든, 각각의 방식에는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 있다.

고기 숙성은 그 자체로 미식의 즐거움을 감미하는 과정이다. 각 숙성 방법의 장단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입맛에 맞는 고기를 선택하면, 더욱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특별한 날에는 건식숙성을 통해 고급스러운 식사를 즐길 수 있으며, 일상에서는 습식숙성을 활용해 간편하게 요리할 수 있다.

박성윤 기자 pkj@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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