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유증 가처분]④ 선관주의·충실의무 두고도 '줄다리기'

허지영 기자 2026. 1. 15.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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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이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를 위한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상법상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가 지켜졌는지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충분한 숙의없이 결정된 유증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풍·MBK 측은 이번 유증이 고려아연의 이사회에서 깊고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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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사건파일

/ 그래픽=박진화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이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이를 위한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상법상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가 지켜졌는지를 두고도 줄다리기가 벌어졌다.

최대주주인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충분한 숙의없이 결정된 유증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고려아연의 크루서블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한 제3자 배정 유증과 관련, 영풍·MBK가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15일 유증 계획을 공개했다. 미국 정부와 함께 미국 테네시주에 10조원 규모의 통합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한다고 발표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현지 합작법인 크루서블JV에 약 2조851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증를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이로써 크루서블 JV는 고려아연 지분 약 10%를 확보하게 됐다.

영풍·MBK "이사회 논의 충분치 않았다"

영풍·MBK 측은 이번 유증이 고려아연의 이사회에서 깊고 충분하게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정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이사들이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을 위반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유증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지원하기 위한 조치로,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상법 제382조 제2항과 민법 제681조에 따르면 주식회사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로서 일반인보다 높은 수준의 주의와 책임을 가지고 회사의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른바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다.

아울러 상법 제382조의3에 따라 이사는 충실의무도 부담한다. 지난해 7월 개정 상법은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했다. 이에 따라 이사는 직무 수행 시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
상법 제382조의3 (이사의 충실의무 등)

재판부 "이사의 의무 위반 단정 어려워"

하지만 재판부는 이번 유증이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 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도 없다고 판단했다.

우선 재판부는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증 결정이 법령과 정관의 요건에 부합한 이사회의 경영판단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자금조달의 필요성의 판단, 수단의 선택, 시기 및 규모의 결정 등은 모두 이사회의 경영판단에 속한다"며 "그 방식이 법령과 정관이 정한 요건에 부합하는 한 가급적 존중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개정 상법 제382조의3에 관련해 이사는 '주주 전체'의 정당한 이익을 보호하면 되는 것이지, 모든 개별 주주의 요청에 따라 업무를 수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번 유증이 특정 주주만을 위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그 근거로 이번 유증이 당시 고려아연에게는 경영상의 필요가 존재했다는 점과 신주발행이 다른 방안에 비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아울러 재판부는 유증에 관한 논의가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봤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이 지난달 13~14일 사외이사들을 상대로 간담회를 진행해 유증에 관해 충분한 설명을 제공한 것으로 보이는 점 △같은 달 15일 개최된 고려아연 이사회가 약 7시간 동안 장시간에 걸쳐 진행된 점 △유증에 반대하는 이사들의 의견까지 모두 고려한 후 결의한 것으로 보이는 점 △이사들에게 유증의 배경 등을 설명하는 상세한 자료가 제공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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