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에 학교짓는’ 전남교육청…“학생들, 무허가건물서 수업받을라”
수용판단 잘못으로 과다 규모 학급공사…텅텅 빈 교실로 방치 우려도 낳아
전남교육청 “조합의 토지사용승락 받아…아파트 신축·분양시 문제 해소”
(시사저널=유홍철 호남본부 기자)
전남도교육청이 추진 중인 광양 황금초·중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신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사실상 남의 땅인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 내 조합 토지 위에 학교를 짓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수용 판단 잘못으로 인해 과다한 규모로 학교를 건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자칫 학생들이 상당기간 무허가 건물 속에서 수업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 많은 교실이 텅텅 빈 채 공실로 남게 될 우려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남도교육청, 황금초·중 신설 '모순 투성이' 논란
14일 전남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전남교육청은 광양시 황금동에 사업비 647억 원을 들여 2만㎡(6000평)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4층의 연면적 1만8391㎡(5573평) 규모의 초·중통합학교를 세우고 있다. 땅 소유주는 황금동 황금지구 토지구획정리조합이다.
지난 2024년 7월 착공한 황금초·중학교는 오는 2027년 2월 개교할 예정이다. 유치원 3학급과 특수 2개 학급 포함, 모두 47개 교실을 건축 중이다.
그러나 먼저 공실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다. 토지구획정리 부지 내 아파트 분양 예정 7개 불럭의 4781세대 중에 현재 분양 완료는 3개 블록(포스코더샵·푸르지오·한라비발디) 2064세대에 그쳐 당초 분양 계획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어서다.
한 개 블록(676세대)의 경우 아파트 건축승인이 났지만 최근 아파트 분양 시장의 동향을 감안하면 언제 착공할지 불투명하다. 나머지 3개 블록 2041세대 또한 분양여부가 오리무중인 상태다.
이에 따라 황금초중학교가 당초 계획대로 개교할 경우 47개 교실 가운데 절반 이하 교실이 텅텅 빌 공산이 커졌다. 더구나 나머지 2700여 세대 아파트의 분양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빈 교실 방치가 상당기간 지속될 우려도 안고 있다.
이는 전남교육청이 한 치의 앞도 가늠하지 못한 채 탁상행정을 편 탓에 교육 예산을 낭비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각 "입주민 민원 떠밀려 일단 짓고 보자는 탁상행정의 부작용" 비판
여기에 더해 학교 부지 확보 여부도 불안정 상태에 빠져있다. 전남교육청이 통합학교 부지 확보를 하지 않은 채 조합 소유 택지를 조합 측으로부터 '토지 사용승락'을 받아 학교를 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황금토지구획정리조합 측은 당초 택지 준공 날짜를 이런저런 이유로 8차례나 연기한 끝에 최종 준공일을 오는 2월 말로 잠정 정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이 택지 준공일도 조합 측이 하수도 원인자부담금(고지액) 72억 원 중 35억 원을 납부하지 못할 경우 광양시로부터 준공검사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남교육청은 황금지구 택지 준공 이후에나 학교부지 등기와 건축승인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학생들이 불법 건축물에서 수업을 받거나 개교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조합 측은 전남교육청으로부터 받게 될 학교부지 매각대금 110억으로 하수도 원인자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남교육청은 택지 준공이 안 된 상태에서 토지대금을 지불했다가 혹시 모를 다른 문제를 야기할지 모른다는 불신 때문에 토지대금 지불을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면서 택지 준공이 계속 순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대규모 택지개발 지구에 학교를 지을 때는 부지 사용승락을 받아서 신축 공사를 하는 것이 통상적 관례"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빈 교실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축 규모가 과다하는 것은 아파트 분양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빚어진 일이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나머지 아파트 분양이 되면 빈 교실 문제는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양 시민 김 아무개(62·건축사)씨는 "대규모 택지개발 주체가 지자체 산하 개발공사나 토지공사 등 공공기관일 경우 토지사용승락을 토대로 건축행위를 할 수도 있다"며 "하지만 민간이나 조합의 경우 개발행위 자체가 유동성이 많고 안정성과 신뢰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토지사용 승낙'이라는 관례를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무리이고 무책임한 행정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한 학부모는 "황금초중이 설립되기까지 수많은 민원이 있었는데 이제 와서 교육청이 황금택지 주민의 민원에 치중하려다가 행정 편의적 발상으로 안이하게 대처하다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는 형국이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현재 광양시 황금 택지개발지구 아파트에 입주한 일부 학생들은 임시로 인근 골약초등학교에 통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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