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엄마처럼 정든 어르신… “네가 나를 살린다” 한마디에 뿌듯[사랑합니다]

휴우… 폭풍처럼 그 일이 지나고 일주일 입원한 후 돌아오신 어르신이 며칠이나 지났을까, 밤에 다시 컨디션이 좋지 않으셔서 이복동생을 불러 119 차를 타고 입원을 하셨단다. 다시 입원하셨다 해서 놀랐지만 잘 치료받고 오시라 당부드렸다. 뒷날 팀원들과 회의 후 잠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는데 어르신 번호로 전화가 와 받았더니 낯선 목소리의 남자다. 딸 전화라며 번호를 주셨단다. 어르신 돌보는 생활지원사라 했더니, 모 아파트 경비원이라고 한다. 택시가 와서 내려 주고 갔는데 낯선 할머니가 보따리 하나를 안고 여기저기 살펴서 기척이 이상해 어찌 오셨나 물었더니 당신 집이라 내렸는데 이상하다 하시더란다. 요지는 우리 지역과 병원이 있는 지역에 같은 이름의 아파트가 있어 아파트 이름만 대면 집 간다 싶었던 어르신을 그곳에 내려두고 간 거였다.
어르신을 그곳에 좀 모시고 계셔주시라 하고 전화를 들고 뛰는데, 경비원 아저씨는 무슨 우연인지 어르신과 같은 아파트 다른 층에 거주하고 계신단다. 차마 이런 어른을 택시 태워서는 못 보내시겠다며 직접 모셔다 준단다. 감사하고 감사했다. 아파트에 미리 와서 어르신을 기다리는데 작은 천 보자기 들고 틀니를 뺀 모습이 어찌 그리 작아 보이시던지… 나를 울렸다. 그런 나를 보니 안심이 되시는지 “야야, 내가 집도 잃어버릴 뻔했다”며 작게 웃으셨다. 감사하다고 재차 인사하는 나에게 경비원 아저씨께서 “참 좋은 일 하시네요” 하신다.
보호자 없이 어떻게 퇴원하셨냐는 물음에 할머니는 “병원에 나는 못 있겠더라. 밥도 안 주고 쫄쫄 굶기더라. 이래 있다가는 죽겠다 싶어 간다 카고 왔지.” 늘 밥맛이 없다 내치시던 밥, 정작 드시지 않으시니 힘드셨던가 보다. 이 상황을 모르고 있던 자식들은 소식을 접하고 기겁을 했다. 아드님은 엄마 안 보고 산다며 성토하고 따님들은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어르신은 어르신대로 자식들을 한동안 서운해하셨다.
나의 걱정은 그날 이후 산처럼 높아만 갔다. 혹여 밤사이 또 아프실까? 식사는 어떻게 하실까? 엉뚱한 곳에 내려준 택시 덕에 헤맨 이야기를 수년 전 기억들과 합해 꺼내 놓으시는 어르신 건강은 이미 경도인지 장애를 건너뛰고 계셔서 걱정이었다. 방문하는 날이면 늘 차려졌던 밥상도 더는 마주할 수 없었다.
때가 되었다 직감한 나는 어르신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해 보자 말씀 드렸더랬다. “내 괜찮다. 너만 오면 된다. 등급 받으면 너는 이제 못 보잖아. 안 한다, 아예 하지 마라”며 말을 자르시는 어르신. “등급 나와도 내가 내 집 엄마 보러 안 오겠어요, 우리 엄마 집인데 옵니다”라며 수차례 설득을 이어간 끝에 생활지원사인 내가 보호자로 가능하다길래 보호자에게는 허락을 구한 후 각종 서류 등을 갖추고 장기요양등급 신청절차를 밟아 4등급을 인정받으셨다.
이별 아닌 이별이었다. 한동안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 멍했다. 월요일, 금요일이면 나도 몰래 어르신 댁 아파트 주차장으로 가기도 했다. 댁에 오시는 요양보호사님이 불편하실까 봐 생각처럼 어르신 댁을 드나들기는 조심스러워 그리운 내색조차 힘들었다. 요양보호사님이 오셔서 청소·밥·빨래 등을 보살펴주는 또 다른 돌봄 장기요양보험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다행히 우리 어르신은 건강을 회복하셨고, 잘 지내고 계신다.
가끔 집으로 찾아갈 때면 잘 드시던 녹두죽을 사들고 가는데 “네가 나를 살린다. 우리 아이들보다 낫다” 하시며 따듯한 말씀을 하시고는 한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에서 건강보험공단 장기요양등급으로 안전하게 건네 드리고 잘 지내시는 어르신을 떠올리면 생활지원사인 나는 참 뿌듯해진다. 웃음이 가난하던 나는 생활지원사 일을 하면서 따듯한 어르신들과 얼마나 많이 웃으며 보내는지 웃음부자가 되었다. 돌봄하고 돌봄 받는 나는 참 기쁜 일을 하는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생활지원사다.
박문희(생활지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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