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법 개정안은 혁신 제동? 안전 빗장?

권은혜 기자 2026. 1. 15.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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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 직전에 멈춰 섰다.

그래서 '심판(처방권자인 의사, 조제권자인 약사)'이 '선수(약품 도매업자)'로 뛸 수 없도록 현행 약사법에 규정해놓은 것이다.

김윤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의 핵심은, 의사와 약사 이외에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도 도매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의료노조 등 보건의료계는 플랫폼의 약품 도매업 금지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법제화를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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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닥터나우 금지법’이라 불리는 약사법 개정안이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본회의 상정에 제동이 걸렸다. 법안은 과연 혁신을 제동하는 악법일까, 국민 안전을 지키는 빗장일까?
무상의료운동본부가 2025년 12월16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닥터나우 방지법’ 본회의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무상의료운동본부

의사 출신인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상정 직전에 멈춰 섰다. 상임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한 법안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여야 의원들과 대통령실까지 가세해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벌어진 이례적 사건이다.

발의된 개정안의 내용은 간단하다. 현행 약사법에서 의료기관 및 약국은 약품 도매업을 운영할 수 없다. 만약 의사가 도매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다면, 의사는 환자의 상태와 관련 없이 자신의 물류창고에 재고가 많거나 마진이 높은 약품을 먼저 처방하게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심판(처방권자인 의사, 조제권자인 약사)’이 ‘선수(약품 도매업자)’로 뛸 수 없도록 현행 약사법에 규정해놓은 것이다.

김윤 의원이 발의한 약사법 개정안(이하 개정안)의 핵심은, 의사와 약사 이외에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도 도매업을 영위할 수 없도록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일부 의원들이 ‘스타트업의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고 반발했고, 결국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은 보류되었다.

이 법안의 발의 배경에는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인 ‘닥터나우’가 있다. 닥터나우는 의사도 약사도 아니다. 그냥 앱 개발사다. 환자가 앱에 접속해서 증상을 입력하면 앱에 등록된 의사와 전화로 연결해준다. 이 통화에서 의사는 전자처방전을 ‘환자가 지정하거나 앱이 추천한’ 약국국으로 전송한다. 환자는 진료비와 약값을 앱으로 결제하고 약품은 해당 약국에 가서 받을 수 있다.

이런 플랫폼의 수익은 어디서 나올까? 다른 종류의 플랫폼들은 중개 수수료가 주 수익원이다. 그러나 ‘진료 중개 플랫폼’은 그럴 수 없다. 의료법에 따르면, 의사에게 환자를 소개하거나 알선하고 수수료를 받는 행위는 금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앱에 등록한 병원이나 약국을 상단에 띄워 광고비를 받거나 비의약품인 영양제나 건강식품 등을 판매하는 것이 닥터나우의 주된 수익원이었다. 그러다 최근 약품 도매업에 뛰어들어 새로운 수익 창출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기존 병원·약국 업계가 거세게 반발했고, ‘플랫폼의 약품 도매업 금지’ 법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처방전이 약국으로 가는 길목에

‘NOW 재고 확실’ 표기가 된 약국의 목록이 닥터나우 앱에 올라가 있다.

닥터나우는 2024년 비진약품이라는 약품 도매 자회사를 설립했다. 비진약품은 약국들에 ‘100만원 상당의 전문약 패키지’를 납품했다. 이 전문약들은 주로 탈모약, 다이어트약, 사후피임약 등 환자들의 비대면 진료 처방 선호도가 높은 약품이다. 이 약품들이 약국에 상시 구비되어 있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래서 닥터나우는 이런 약품들의 패키지를 약국에 납품한 뒤, 그 약국들에게 ‘NOW 조제 확실’이란 배지를 붙여 앱 상단에 노출한다. 환자 회원들에겐 ‘이 약국에 가면 약을 확실히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렇게, 닥터나우는 처방전이 약국으로 가는 길목에 자리를 잡은 셈이다. 자칫하면 비진약품으로부터 약품을 구입하는 약국에만 처방전(손님)을 몰아줄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을 가졌다.

이는 환자들이 약품을 찾아 ‘뺑뺑이’ 돌지 않아도 되는 편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면 혁신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약계 입장에선 ‘우리를 통해 환자를 받고 싶으면 우리 유통망의 약을 처방하고(의사), 구입해서 팔아라(약사)’는 플랫폼의 요구에 대항력을 가질 수 없게 된다. 논란이 일자 100만원 상당을 채워야 하는 ‘의약품 패키지 구매 조건’은 폐지되었다. 그러나 닥터나우는 여전히 비진약품에서 의약품을 구매한 약국들에게 ‘NOW 재고 확실’ 배지를 붙여 앱 상단에 노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의료노조 등 보건의료계는 플랫폼의 약품 도매업 금지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의 조속한 법제화를 주장한다. 대한약사회는 2025년 12월1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 법은 ‘(제2의) 타다 금지법’이 아니라 기존 제도권 밖에서 이뤄질 수 있는 불법적 유통 관여와 약국 종속을 예방하기 위한 ‘불법영업 제한 법안’이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 역시 2025년 12월4일 “의약품 도매상이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의 우위를 악용하여, 자사의 의약품 납품을 유도하는 시장 질서 유린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이라며 법을 조속히 본회의에 상정하고 가결할 것을 요청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닥터나우 측은 “기우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한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는 〈시사IN〉에 이런 입장을 밝혔다. “일어나지도 않은 상황을 전제로 이미 합법적으로 2년여간 해오고 있는 사업(도매상 운영)을 원천 금지한다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 꼭 입법이 아니어도 이미 존재하는 의료법·약사법·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규제할 수 있으며, 닥터나우 역시 해당 법률을 준수하고 있다.”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시사IN〉과의 통화에서 약사법 개정안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국회 복지위(보건복지위원회)가 중소벤처기업부나 스타트업 단체 등의 의견을 듣지 않은 채 국회 본회의로 넘겼다. 국민 건강에 대한 위험이 현실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수익모델을 전면 금지하는 것만이 옳을까. 국민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구체적 개별 행위를 특정해 금지하는 쪽이 옳다.”

그러나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는 쪽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소속인 송해진 약사는 “어떤 약국을 추천할지 결정하는 플랫폼이 도매상까지 운영한다면, 결국 자사가 도매하는 약의 처방과 조제를 유도하게 되리라는 것이 분명하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카카오택시, 배달의 민족, 쿠팡의 사례에서 이미 플랫폼이 어떻게 시장을 장악하고 독점으로 치닫는지 목격한 바 있다. 닥터나우를 시작으로 삼성생명 같은 거대 보험사들이 플랫폼 시장에 진입할 수도 있다. 보험사가 플랫폼을 차려서 병원과 약국을 네트워크에 편입시키고 도매업까지 장악하게 되면 환자와 병원, 약국이 아니라 데이터와 유통을 장악한 보험사가 의료의 주인이 될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 최복준 정책실장은 위험이 현실화한 사례로 미국을 든다. 현재 미국은 약가·급여를 관리하는 플랫폼(PBM)과 보험사, 약국이 분리되지 않고 수직계열화되어 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조사관들은 2024년 7월, ‘플랫폼이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산하에 있는 전문 약국을 이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약값이 오르고 환자의 선택권이 침해되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닥터나우 측은 도매상 사업의 목적을 환자들의 ‘약국 뺑뺑이’를 막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한다. 임경호 닥터나우 부대표는 “환자들이 계속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을 찾아다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닥터나우가 도매상을 만든 이유는 의약품을 빠르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도매업에서는 마진도 거의 남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플랫폼 기업에 도매업 부문의 ‘노마진’은 큰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시장지배력이며 이를 확보하면 수익성은 따라오게 되어 있다. 2025년 12월16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노조 박민숙 부위원장은 “닥터나우의 기존 사업 방법은 자사 의약품 납품업체에 종속된 약국을 늘린다는 영리적 이익을 위해 비대면 진료 중계 플랫폼을 악용한 사례다”라고 지적했다.

“약은 배달 음식이 아니다”

2025년 11월10일 ‘2025 원격의료산업협의회 기자간담회’에서 정진웅 닥터나우 대표(왼쪽 세 번째)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복지부도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2025년 11월26일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개정안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사업 자체를 금지하는 게 아니라 플랫폼 사업자가 약품 도매상을 겸업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이다. 현재 의료기관이나 약국 개설자도 동일하게 도매상 겸직을 금지당하고 있다”라며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플랫폼 사업자는 의사나 약국보다 훨씬 영향력이 크다. 제휴 약국이나 의료기관을 통해서 특정 약품을 처방하거나 조제하도록 만들 수 있다. 이미 관련 사례가 발생했다. 플랫폼 사업자가 약품 도매상을 겸업하면서 제휴 약국에 도매상을 통해 약을 공급받게 유인하는 행위가 있었다.”

보건의료계는 플랫폼의 도매업 겸업 금지를 넘어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 최복준 보건의료노조 정책실장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등 공공시스템이 보유한 데이터와 인프라를 표준화해 개방하면, 네이버·카카오 지도 같은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서비스에서도 약품 재고 확인이 가능해진다. 특정 플랫폼이 유통 이익을 위해 ‘자사 약 밀어주기’ 의혹을 만들 여지도 원천적으로 줄어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심평원은 이전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를 통해 일부 의약품에 대해 도매 재고 현황을 공개한 사례가 있다.

모든 중개 플랫폼을 정부가 직접 운영해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민간에 맡겨 시장에서 경쟁토록 하는 것이 소비자 편익 증진을 위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의료’는 조금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차는 안 타도 되고 음식은 굳이 배달시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처방받은 약은 (낫기 위해서라면) 구매할 수밖에 없다. 국민 생명과 직결된 공공재인 의약품을 다른 부문과 동일하게 볼 순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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