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낡은 공장을 깨우다]② 박용순 중기부 중소기업정책실장 “中企 AX는 생존권 문제, 지방 소멸 막을 최후 보루”

박용선 기자 2026.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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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도입률 1%서 10%로… 공장 멈추면 지역 경제 통째로 무너져”
중기부,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추진
“기술 전환 못한 고령 기업 폐업 위기… M&A로 ‘기업 승계’ 물꼬 터야”

대한민국 경제를 지탱해 온 ‘제조업 패러다임’이 근간부터 흔들리고 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우리 제조업은 중국의 매서운 추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산업의 모세혈관이자 공급망의 뿌리인 중소 제조 현장은 인력난과 원가 상승, 생산성 정체라는 ‘3중고’에 신음하며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생존을 위한 유일한 돌파구는 ‘AX(AI 대전환)’뿐이다. 인공지능(AI)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낡은 공장에 새 생명을 불어넣고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다시 돌릴 최후의 보루다. 조선비즈는 절벽 끝에 선 중소 제조기업들이 왜 AX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지, 그리고 대한민국 제조업이 나아가야 할 ‘신(新)성장 지도’를 집중 조망한다. [편집자주]

“이제 인공지능(AI)을 ‘왜’ 도입해야 하느냐고 묻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도입하지 않으면 죽느냐 사느냐를 따져야 하는 ‘생존의 시대’가 왔을 뿐입니다.”

지난 7일 만난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기술고시 출신으로 25년간 현장을 누빈 정책 전문가인 그는 한국 제조업이 직면한 위기를 ‘구조적 침몰’로 규정했다. 특히 전국 61만 개 중소 제조기업의 87%가 지방에 포진한 현실에서, 이들의 AX(AI 대전환) 성패가 곧 지역 경제의 존립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진단이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은 지난 7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중소 제조기업의 AI 전환(AX)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지역 경제를 유지하고 재생하기 위한 핵심 전략”이라고 말했다. /조선비즈 DB

박 실장이 AX를 강조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수도권이 금융과 서비스업으로 버틴다면, 지방은 제조업이라는 단일 기둥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 경제의 핵심 축은 제조업”이라며 “중소 공장들이 AI 전환에 뒤처져 문을 닫기 시작하면, 그 지역의 일자리와 부가가치는 하룻밤 사이에 증발한다. AX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지역 경제의 심폐소생술”이라고 강조했다.

중기부가 내놓은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은 이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현재 1%에 불과한 중소기업 AI 도입률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골자다. 박 실장은 “과거 1.0·2.0이 공장에 PC와 인터넷을 까는 수준이었다면, 3.0은 공장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는 ‘지능화’가 핵심”이라며 “단순 지원을 넘어 AI 전문 공급기업 500개를 육성해 생태계 자체를 체질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실장은 기술과 정책을 두루 경험한 중소기업 정책 전문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전기공학 석사 과정을 마쳤다. 기술고시 34회로 2000년 공직에 입문한 후, 중기부에서 벤처·창업·기술 분야 등 중소기업 실물경제 정책 전반을 담당했다. 다음은 박 실장과의 일문일답.

―중소 제조기업의 AX가 왜 중요한가.

“세계 각국의 제조기업들이 AI를 공정 전반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가격, 품질, 납기 경쟁에서 AI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은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이제 AX는 경쟁력 강화를 넘어 생존의 문제로 봐야 한다. 특히 제조업은 AI 도입 효과가 생산성과 품질로 직접 연결되는 분야다.

한국 경제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조 경쟁력 약화는 국가 경제 전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중소 제조기업은 관세, 글로벌 공급망 불안, 중국 제조업의 공세, 인건비와 에너지 비용 상승 등 대내외 환경 변화에 가장 취약한 위치에 있다. 여기에 인력 부족 문제까지 겹쳐 있다. 이런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이 AX라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중기부의 역할은.

“AI 강국을 구성하는 요소를 보면 인프라, 데이터, 이를 활용해 모델을 개발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인프라와 데이터 구축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부 등이 맡고 있고, 중기부의 역할은 개발한 AI 기술이 실제로 중소 제조업 현장에서 활용되도록 만드는 데 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범부처 합동으로 ‘제조 AI 2030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중소 제조기업의 AX가 지역 경제와 직결된다고 강조한다.

“전국 중소 제조기업 61만 개 가운데 서울을 제외하면 87%가 지방에 분포해 있다. 서울은 금융, 문화, 관광 등 다양한 산업 기반이 있지만, 지역은 제조업이 사실상 유일한 경제 축이다. 지역 제조업이 무너지면 지역 경제도 함께 무너질 수밖에 없다.”

―최근 ‘AI 기반 스마트제조혁신 3.0 전략’을 발표했다.

“핵심은 생태계 조성이다. AI 설루션을 개발하는 기술 공급기업, 이를 활용하는 중소 제조기업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인력과 자금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중기부가 이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그동안 공장을 보유한 전국 중소 제조기업 약 16만개 가운데 20%에 해당하는 3만5000건의 스마트공장 도입을 지원했다. 앞으로 2030년까지 AI 중심의 스마트공장 1만2000건을 추가로 지원하고, 성공 사례를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재 1% 수준의 중소 제조기업의 AI 도입률을 2030년까지 10%로 끌어올릴 것이다. 동시에 산업재해 20% 감소를 목표로 중소 제조업 일자리 질 개선에도 나설 계획이다.”

박용순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조선비즈 DB

―AI 인재 양성도 중요한 과제다.

“AI 기반 스마트공장은 결국 사람이 운영해야 한다. 대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인력 활용,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연수원을 통한 CEO·재직자 교육, AI 공급기업의 컨설팅 등 여러 축으로 접근하고 있다. 인력 문제는 기술 도입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다.”

―한국의 스마트공장 기술을 베트남에 전수하는 ‘스마트제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을 추진 중이다.

“올해부터 베트남에서 스마트제조 분야 ODA 사업을 시작한다. 베트남은 제조업이 국가 성장의 핵심 산업이지만 스마트공장 관련 기술과 경험은 아직 부족하다. 올해 베트남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컨설팅을 진행하고, 데모 공장 구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사업은 베트남 제조업의 스마트화를 지원하는 동시에, 국내 기술 공급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전략이다. 한국의 스마트제조 기술을 전수하면서 국내 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윈윈 전략’이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제조업 AX에 나서고 있다.

“제조업 전체 흐름 속에서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공급망 회복과 첨단 제조 혁신을 목표로 보조금 정책을 통해 로봇·AI 기반 스마트팩토리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이후 국가 주도 방식으로 제조업을 양적 확대에서 질적 고도화 단계로 전환하고 있다. 일본은 고령화 문제를 배경으로 스마트제조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공장과 제조 분야만 놓고 보면 한국은 제조업 AX에서 결코 뒤처진 국가가 아니다. AI와 제조업을 결합해 생태계를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가장 잘 갖춘 나라가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정책 성과는 어떻게 측정하나.

“전체적으로는 AI 기반 스마트공장 비율을 높이는 것이 목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는 생산성, 품질, 원가, 납기 개선 지표를 통해 경영 성과를 평가할 계획이다. 또 하나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안전과 환경이다. AI 기반 스마트공장을 통해 산업재해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고, 산업재해 감소율을 주요 지표로 관리할 예정이다. 향후 연구용역을 통해 AI 도입 성과를 보다 정교하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도 추가로 발굴할 계획이다.”

박 실장은 제조 중소기업의 AX를 고령화·기업승계 문제와 분리해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의 고령 제조기업이 승계되지 못하면 문을 닫게 되고, 지역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AX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기업을 이어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 제조기업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중소 제조기업 대표자의 고령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2014년 60세 이상 경영자 비중이 17.1%였는데, 2023년에는 36.8%까지 높아졌다. 10년 사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기술 전환이 이뤄지지 않은 기업은 인수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폐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AI 전환과 함께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 승계 활성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기부는 최근 M&A 중개 지원부터 승계 이후 경영 안착까지 포함한 ‘기업승계 활성화 기반 조성 방안’을 발표했다. 중소 제조기업의 연속성을 높이고, 지역 제조업과 지역 경제를 지속시키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중소기업 정책 방향은.

“지난해 위기 극복과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면, 앞으로는 중소기업 정책의 중심을 성장 촉진으로 전환할 것이다. 특히 성장을 지역 기반으로 추진하겠다. AI 전환, 연구개발(R&D) 지원, 지역 벤처 투자 모두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다. 아울러 기업을 유형별로 세분화해 어떤 기업에 지원했을 때 성장 효과와 정책 성과가 가장 큰지를 기준으로 지원 체계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지역 중소기업이 성장해야 한국 경제도 지속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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