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청산가리' 성분이 지구 생명체 탄생에 기여했을 수도"

'청산(靑酸)'으로 불리는 맹독성 화합물인 시안화수소(HCN)가 지구 생명체 탄생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온에서도 반응성이 높은 시안화수소 결정이 생명체 구성에 필요한 유기물을 만드는 연쇄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됐기 때문이다.
마르틴 람 스웨덴 찰머스공대 화학및화학공학과 교수팀은 저온에서 형성된 시안화수소 결정체가 생명체의 구성 요소를 만드는 도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슈퍼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확인하고 연구결과를 14일 국제학술지 '미국화학회(ACS) 센트럴 사이언스'에 공개했다.
시안화수소는 지구뿐 아니라 다양한 혜성과 행성 대기 등에 풍부한 물질이다.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태양계 내 천체인 토성의 위성 타이탄에도 존재한다. 시안화수소는 물과 결합하면 고분자나 아미노산, 핵염기 등 생명체의 기본 단위가 되는 물질을 형성할 수 있다. 아미노산은 단백질, 핵염기는 유전물질인 디옥시리보핵산(DNA) 가닥의 구성요소다.
연구팀은 안정된 시안화수소 결정체를 450나노미터(nm, 1nm는 10억분의 1m) 길이의 원통형 모양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밑면은 둥글고 상단은 다면체로 깎인 모양이다.
시뮬레이션에서 결정들은 극저온 환경에서 일반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화학 반응을 촉발할 수 있는 잠재력이 확인됐다. 조건에 따라 수분~수일 내에 시안화수소가 반응성이 더 높은 이소시안화수소로 전환될 수 있는 두 가지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연구팀은 물 등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시안화수소 결정체를 분쇄해 노출된 결정 표면이 극저온에서 실제로 복잡한 분자 생성을 촉진할 수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람 교수는 "생명이 정확히 어떻게 시작됐는지는 알 수 없을지 모르지만 생명을 구성하는 요소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하는 것은 가능하다"라며 "추운 곳에서도 빠르게 반응할 수 있는 시안화수소가 생명체의 화학적 복잡성의 원천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21/acscentsci.5c01497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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