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안방서 유튜브 보고 300만원짜리 패딩을 10만원에…짝퉁 실제 구매기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①]
카카오톡 일대일 은밀한 접근, 11조1천억 유통… 경제 좀먹어
판매 채널 차단 등 대응책 시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4년 7월 ‘불법 무역과 한국 경제’ 보고서를 통해 공개한, 위조 제품이 대한민국 실물 경제에 끼친 악영향이다.
이른바 ‘짝퉁’이라 불리는 위조 상품들. 이런 가운데 최근 짝퉁 판매 업자들이 유튜브 플랫폼에서 ‘라이브 방송’을 무대로 영업 무대를 넓히고 있다. 이제는 알음알음 찾아가는 ‘블랙 마켓’이 아닌, 휴대폰에서 실시간으로 짝퉁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α팀은 밀수, 개인정보 도용, 대포 통장 활용 등 여러 불법 행위가 개인에게 바로 연결되는 ‘내 손 안의 짝퉁 시장’에 직접 들어가 물품을 구매하고 실제 종사했던 판매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면면을 파헤쳐봤다. 그리고 이들을 쫓는 기관과 시민들의 이야기, 스마트폰 곳곳으로 퍼져버린 짝퉁 바이러스를 막을 대안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사람들의 유튜브 시청률이 가장 높은 오후 8시께 시작된 한 라이브 방송. 허술한 배경의 의류 매장을 배경으로 등장한 판매자는 정품가 200만원 상당의 명품 브랜드 M사 패딩을 10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또 다른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는 300만원대 G사 브랜드 가방을 10만원대에 홍보하고 있었다. 이 시간대 짝퉁을 판매하고 있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채널은 20여개에 달했다.
시청자들은 ‘단독 입고’와 ‘한정 수량’ 등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멘트에 현혹, 채팅창에 제품을 지목하며 구매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경기α팀은 A채널에서 M사 패딩을, B채널에서 G사 가방을 주문했다. 구매 방식은 두 곳 모두 동일했다. 유튜브 방송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제품 영상을 캡처한 뒤 판매자가 개설한 카카오톡 1대1 채팅방으로 사진을 보내면 물건 값을 지불할 계좌번호를 받는 방식이다.
이들은 추적이 가능한 신용카드 결제 대신, 무통장 입금을 요구했다. 한국인에게 한국어로 제품을 홍보했지만, 판매자들이 제시한 수취 계좌 예금주는 중국인 명의였다.
M사 패딩은 주문 나흘 후에, G사 가방은 2주 후에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제품을 살펴보니, 정상적인 배송 단계를 거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A채널에서 보낸 M사 패딩은 민간 택배 회사를 통해 배송된 것으로 보였지만, 정작 송장에는 발송인의 이름과 주소, 연락처 등이 모두 적혀있지 않았다. 어디에서 제품을 보냈는지 알 수 없도록 한 것이다.
B채널에서 구매한 G사 가방은 우체국 택배를 통해 배송됐으며, 송장에는 보낸 이의 주소가 적혀있었다. 제품을 보낸 주소는 배송지 인근의 다가구 주택으로, 취재 결과 평범한 대학생의 자취방으로 확인됐다. 해당 자취방의 관리자는 물론 거주하고 있는 학생조차 해당 주소가 짝퉁 판매자들에게 도용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였다.
구입한 제품들을 ‘명품 감정 프로그램’을 통해 감정 의뢰를 해봤다. 그 결과 두 제품 모두 ‘정품 가능성이 높다’는 감정 결과를 받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SNS를 통해 짝퉁 판매 시장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며 “이는 기업 활동과 소비를 동시에 위축시키는 만큼 판매 채널 차단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 ‘진품 가능성 매우 높음’…감정업체도 속는 짝퉁

경기α팀은 명품 감정 업체에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구매한 M사 패딩과 G사 가방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두 제품 모두 ‘정품 가능성이 높다’는 판정이 나왔다. 두 제품 모두 10만원대로 진품 대비 20분의 1, 30분의 1 수준의 가격에 구매한 ‘짝퉁’이지만 감정 업체들도 진품이라고 속아 넘어간 것이다.
G사 가방의 경우 “제품 하드웨어와 캔버스 로고 페인트, 마감이 정품 규격과 대체로 합치한다”는 분석과 함께, 특히 위조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스냅 버튼의 각인 깊이와 비율까지 정품 데이터와 동일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M사 패딩 역시 지퍼 풀러와 내부 라벨, 케어 태그 등 주요 식별 포인트가 정품의 기준을 충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감정 전문가 데이터베이스가 담긴 프로그램마저 속이는 고도화된 제조 기술이 짝퉁시장에 적용되고 있는 것이다.
■ 발송인 ‘Z*ENG QIRUI’…찾아가 보니 평범한 대학생 원룸
특히 이들 짝퉁 판매 업자는 단순한 가품 판매를 넘어, 해외 배송 과정에서 타인의 주소를 도용하는 대범함까지 보였다.
경기α팀이 구매한 G사 가방의 택배 송장에는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Z*ENG QIRUI’이 보내는 이 이름으로 적혀 있었지만 주소는 ‘충청남도 천안시 동남구’에 위치한 다세대주택으로 기재돼 있었다. 해당 주소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 결과, 해당 건물은 짝퉁 유통 조직의 은신처나 물류 창고가 아닌 대학가 인근의 평범한 다세대주택이었다.
더욱이 택배 발송지에 적힌 호실에는 판매자와 전혀 무관한, 일반 대학생이 거주하고 있었다.

해당 빌라 관리인은 “이곳은 인접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물품 판매 업자가 거주하지는 않고 있으며 특히 짝퉁 판매와는 무관하다”며 “학생의 방, 건물 전체가 범죄에 도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α팀이 함께 구매한 M사 패딩의 경우 아예 송장 내 발송처를 ‘인천세관’으로만 표기, 주소란은 빈칸으로 뒀다. 관세청 전자통관시스템 유니패스(UNI-PASS) 조회를 통하지 않고는 발송 주체를 전혀 특정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관세청은 이 같은 행위가 수사 기관의 추적을 따돌리고, 반품 요구나 반송 등 제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엉뚱한 제삼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빠져나가기 위한 전형적 ‘주소 세탁’ 수법이라고 지목한다.
관세청 인천본부세관 관계자는 “발송지가 허위인 사실이 밝혀지면 정밀 심사 및 수사를 거쳐 검찰 송치 등 제재를 실시한다”며 “또 발송인 정보가 한 주소에 몰려있는 상태로 다양한 수하인에게 보내지는 등 화물의 우범성이 인정되면 자체 선별, 검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기α팀
●관련기사 : 이태원 ‘로스분’서 유튜브 ‘SA급’까지…괴물이 된 40년 ‘욕망의 복제’ [내 손 안의 짝퉁시장①]
https://kyeonggi.com/article/20260114580495
이호준 기자 hojun@kyeonggi.com
황호영 기자 hozero@kyeonggi.com
윤준호 기자 delo410@kyeonggi.com
빈이경 기자 beekyy@kyeonggi.com
민경찬 PD kyungchan63@kyeonggi.com
이상현 인턴PD leepd1103@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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