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이 남긴 교훈

이수빈 기자 2026. 1. 14.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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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빈 경제부 기자

경기도 용인시에 조성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논란이 새해 화두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360조와 600조, 총 100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 전진기지로 여겨지며 국가 전략 산업 단지로 육성하고 있다. 현재 SK하이닉스 공장 건물이 세워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는 공사를 시작하기 위해 토지 보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전북 새만금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정치계 요구가 나오며 수도권과 지방 간 논쟁이 격화됐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전기를 억지로 수도권으로 끌고 가는 대신 전기가 넘쳐흐르는 곳에 기업이 내려오게 해야 한다"며 새만금을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할 적정지로 제시했다.

이러한 논란이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는 반도체 공장에 사용되는 막대한 양의 전기를 지역 내에서 조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원자력발전소 15기와 맞먹는 15기가와트(GW)로 추산된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전력량의 약 20%에 달한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전기를 마련한다 해도 상당량의 전기는 다른 지역에서 가져와야 한다. 생산은 지방에서 하고 소비는 수도권에서 하는 일이 발생한다. '에너지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지역에서 생산된 에너지는 해당 지역 단위에서 소비)에도 위배된다.

또 전기를 옮기기 위한 송전선로 설치도 경기도보다는 타 지역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제기된다. 송전선로는 대표적인 기피 시설 중 하나로 건설 과정에서 환경 파괴와 주민 생활 피해가 동반된다.

이에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기를 공급하기 위한 송전선로가 지나는 전북, 충청, 강원 지역사회에서는 "균형발전과 에너지 분산정책에 역행하는 초고압 송전선로 계획을 백지화"할 것을 촉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초고압 송전탑 건설 반대 전국행동'이라는 전국 단위 조직까지 출범했다.

용수 부족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반도체 공장에는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하지만 용수 확보가능성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

물론 이미 공사 중이거나 추진이 확정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반도체 산업 활성화는 한 기업이 아닌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한시가 급한 사안이다. 자칫 무리한 결정으로 세계 최대 'K-반도체 벨트' 구축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이번 반도체 클러스터 논란에 대해 "터무니 없는 요구"라며 따가운 시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겨냥한 이슈 만들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도 거세다. 청와대는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기업 이전은 기업이 판단해야 할 몫"이라며 논란 확산 차단에 나선 모양새다.

그러나 이러한 요구가 시사하는 바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지역은 철저히 배제된 수도권 위주의 개발은 지역을 더욱 소멸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고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이라는 이유로 입지가 결정되고 전기·물 공급은 타 지역의 희생을 강요한다. 또한 산업에 필요한 모든 자원과 인력, 자금을 수도권이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논란에도 경남에서 "반도체 클러스터를 이전해오자", "우리도 반도체 산업을 유치하자"고 외치는 목소리가 안 들린다. 전국 반도체 생산량 중 경남이 차지하는 비율은 제로나 마찬가지다. 수도권과 충청권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극심한 불균형에 빠져있다.

경남은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기에 최적의 입지를 갖추고 있다. 김해와 창원 일대는 낙동강에서 용수를 끌어올 수 있으며 원전과도 가까워 전기 공급에도 우위를 갖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개항하면 물류 환경도 수도권에 뒤처지지 않는다.

더불어 인구 700만의 부울경에서 고급 인력을 충분히 양성하고 수급할 수 있으며 관련 교육기관 구축 등 산학 협력 기반 마련도 기대된다. 경남이 역점 추진 중인 제조, 피지컬AI와의 연계를 통해 지역산업 성장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앞으로 확충될 팹과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등 반도체 산업 시설은 지역에 터를 잡아야 한다. 송전 문제와 국토 균형발전 역행 등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로 드러난 부작용을 해결할 대안은 이뿐이다.

대만 TSMC도 기능별로 전국에 분산해 공장을 지으며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경남도 '강 건너 불구경' 할 때가 아니라 지금부터 정부의 '남부권 반도체 혁신벨트' 포함 등 반도체 산업 유치를 위한 계획 마련에 다각도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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