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은 창원지역서점인증제] (하) 나아갈 방향

장유진 2026. 1. 14.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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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문화적 역할 인정하고 품어야

김해·울산·광주 등 영업시간 제한 없어
경기도 ‘주 30시간 이상’ 운영이면 가능
대부분 지역 도서 판매가 주업이면 인정

높은 기준, 지역 서점 역할 축소 우려
시 도서관사업소 “기준 변경 안건 준비
변화하는 서점 문화 공감대 형성 추진”

김해 0시간, 울산 0시간, 광주 0시간, 충북 0시간. 그런데 창원은 50시간이다. 지자체의 지원을 받는 ‘동네책방’이나 ‘지역서점’으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주간 최소 영업시간이다.

창원시가 시행 중인 ‘창원지역서점인증제’와 같은 동네책방·지역서점 인증 제도를 가진 김해시와 울산시, 광주시, 청주시는 최소 영업시간 제한 자체를 규정하고 있지 않다. 창원시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역서점 인증제도를 운영하면서 최소 영업시간 제한을 둔 경기도조차 주에 30시간 이상만 가게 문을 열어 놓으면 된다는 조건이다.

1인 책방 운영자들을 한숨짓게 하는 주 50시간 이상 운영 조건의 장벽과 더불어, 소규모 서점들의 발목을 또 한 번 잡는 ‘겸업 금지’ 조항 역시 창원시 같은 경우를 찾아보기 드물다.

창원 성산구 사파동에 있는 ‘주책방’.

경기도는 규정상 서점업이 주된 업종이기만 하면 되고, 김해시는 서적을 90% 이상 취급하면 인증 신청이 가능하다. 울산시와 충청북도는 사업자등록증상 서점도매업으로 등록돼 있으며 도서 판매를 주종으로 하는 업장이면 지역 서점으로 인정한다. 광주시의 경우 겸업 금지 조항을 내걸고 있으나 겸업의 경우에도 전체 매출액의 50% 이상이 도서 판매로 이뤄지는 매장은 허용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와 달리 창원에서는 문구류를 제외한 겸업을 할 경우 여타 조건 없이 심사 단계에서 즉시 탈락할 수 있다. 창원지역인증서점 신청 공고에는 ‘문구류 판매 외 다른 업종과 겸업(인쇄업 등)을 하는 서점(심사 후 결정)’이라는 제외 대상 조건이 존재한다. 실제로 창원시 성산구의 서점 ‘어느날, 산책’은 사업자등록증상 업종이 서점도매업으로 등록돼 있고, 책 판매 수익이 전체 수입의 90%를 차지하지만, 책을 읽는 손님들에게 1000원대로 차를 파는 휴게음식점 공간도 내부에 존재한다는 사유로 심사 탈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창원 성산구에 있는 ‘텍스트힙’

창원시 도서관사업소 관계자는 “겸업을 하면 안 된다. 순수 서점만 된다”며 다시 한번 기준을 명확히 설명했다. 또 이러한 기준을 정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는 “20명 내외의 인원으로 구성되는 창원시 시립도서관운영위원회에서 의결로 결정되는 사안이다. 운영위원회에서 지역인증서점에 신규로 신청하는 가게들도 심사하고 있는데, 지역 서점 활성의 취지를 고려해서 반영한 결과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높은 기준을 유지하면 외려 지역 서점의 문화적 역할이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울산시 도서관사업소 한 관계자는 “울산의 경우 최소 영업시간의 제한을 두지도 않고, 도서 판매를 주종으로 하는 곳이면 지역 서점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책방이 인근 지역사회에 미치는 문화적 영향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요즘은 혼자 책방을 운영하는 소규모의 가게들이 다수고, 또 순수 책 판매와 더불어 독서 모임과 저자 초청 행사 등 문화 프로그램을 하며 문화 공간으로 역할 하는 곳이 많기에 기준을 너무 높이면 그런 곳들은 지원할 수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실제 창원시의회에서도 이 같은 점을 우려해 지난 2021년 ‘창원시 지역서점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2021년 발의 당시 가결돼 시행 중인 해당 조례에서는 제1조에 ‘이 조례는 창원시에 소재하는 지역서점의 영업 활동을 촉진하고 지역문화공간으로서의 성장을 도모하여 균형 있는 지역경제와 지역서점의 경영 안정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해 뒀다.

창원 의창구에 위치한 ‘어느날, 산책’./전강용 기자·경남신문DB/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던 정순욱 창원시의회 문화환경도시위원장은 “2021년 조례를 발의하기 전 교과서만 파는 판매형 서점들도 지역 서점으로 인정돼 시에서 지원을 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사파동이나 가로수길 쪽에서 문화 프로그램까지 운영하는 동네 책방들은 지원받지 못하고 있는 걸 보고 이런 문화 공간이 지역 내에 늘어나야 한다는 생각에 조례를 만들게 된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문화 쪽은 범주가 넓고 복잡하다 보니 현재까지 신경 쓰지 못하고 놓치고 있던 부분이다. 잊고 있던 지역 서점에 대한 부분들을 확인하고 관심 기울일 수 있게 하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창원시 도서관사업소 관계자는 지역인증서점 기준 변경 가능성에 대해 “올 상반기 운영위원회를 개최할 때 안건을 올리려고 준비 중”이라며 “지역 서점이 문화적으로 변화하는 추세에 맞춰 위원들이 공감대를 가지고 심사할 수 있도록 건의해 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장유진 기자 ureal@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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