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이버 범죄만 31만건…중수청 전방위 수사 포석
9대 범죄 중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33만 건
2만~3만건 수준으로 설계한 중수청 감당 불가
선거·마약, 전국 조직 아닌 중수청 수사 '부적합'
사이버 범죄 어디까지 범죄인지 개념도 불확실
시행령 꼼수로 수사 범위 무한대로 확장할 여지
"관할 범위 망라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 넣은 것"
"검찰, 임의적 이첩권으로 선별수사하려는 것"

연간 처리 사건 수를 2만~3만 건으로 설계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 범위를 '9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마약·내란외환·사이버)로 포괄 정의한 가운데, 9대 범죄에 포함된 선거·마약·사이버 범죄만 연간 33만 건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수청이 감당하기도 어려운 9대 범죄를 법안에 넣은 것을 두고 선별 수사를 제도화하려는 시도라는 지적과 함께, 개념이 모호한 사이버 범죄을 통해 전방위 수사를 하도록 뒷문을 열어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입수한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선거·마약·사이버 범죄 건수는 32만 9310건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공직선거법위반 1595건 ▲마약류관리법위반 1만 3196건 ▲정보통신망 이용·침해·불법콘텐츠 범죄 31만 4519건 등이다. 다만 33만 건에 달하는 사건은 경찰청과 같은 전국 조직이 아닌 중수청에서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관련 긴급 토론회 발제문에서 중수청법 정부안에 선거범죄가 포함된 데 대해 "전국적 조직으로 설계되지 않은 중수청에서 수행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며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대형 선거범죄를 선별해 수사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구조적으로 '표적 수사'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중수청 자체가 전국적으로 사건을 담당할 수 없는 만큼, 정치적으로 개입하고 싶은 선거 사건만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사건 건수가 많은 사이버 범죄의 경우 법률 정의가 없고 개념도 불명확한데다가, 법에서 세부 범위를 정하지 않고 있어 악용될 여지가 크다. 범죄 통계 자료를 관리하는 국가데이터처는 사이버 범죄의 개념에 대해 "정보통신망에서 일어나는 범죄"라고 정의하며, 크게 ▲정보통신망 침해범죄 ▲정보통신망 이용범죄 ▲불법콘텐츠 범죄 등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개념이 모호하다.
결국, 모호한 사이버 범죄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통령령 등 시행령을 통해 수사 범위를 규정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규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수사 범위가 무한대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의 직접 수사개시 범위를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축소시켰지만, 윤석열 정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꼼수' 시행령 개정을 통해 수사 범위에 '등'이란 단어를 넣어 검사의 재량권을 과거 수준으로 되돌렸다.
중수청은 조직 자체가 사이버 범죄 같은 일반 수사를 담당할 수준도 아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검찰의 직접수사 건수는 ▲2022년 2만 5403건 ▲2023년 2만 6997건 ▲2024년 2만 7890건으로 나타났다. 연간 2만 5000~2만 7000건 수준이다. 정부는 중수청의 처리 사건 규모를 2~3만 건으로 잡는데, 약 8000명 규모의 검찰 조직을 분리해서 만드는 중수청이 실제 설계대로 작동할지도 의문이다. 정부안대로면 중수청이 우선수사권 규정 등을 통해 임의적으로 원하는 수사만 할 가능성이 크다.
경찰 출신인 강동필 변호사(법무법인 바른)는 민들레와 통화에서 "중수청은 관할 범위를 망라 포섭하기 위해 사이버 범죄를 개념으로 넣은 것"이라며 "일반 민생 사이버 사기(중고나라, 당근 등 물품 사기)를 취급하자는 의도가 전혀 아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임의적 이첩권, 이첩요청권, 거부권 등을 활용해 중수청의 구미에 맞는 핵심적인 사건만을 선별해 수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정부안의 배경을 분석했다.

한편 중수청법 정부안에 나온 9대 범죄는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 추진단(추진단)이 전문가의 자문·검토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김성진·김필성·장범식 변호사,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추진단 자문위원 6명은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자문위원들은 특별수사기관의 성격상 선택과 집중의 수사가 될 수 있도록 수사대상을 4대 범죄(부패·경제·내란·외환)로 좁혀서 수사를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면서 "그러나 법안은 오히려 9대 범죄로 확대됐고, 거기에다 논의조차 되지 않은 사이버 범죄까지 명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자문위원 6명은 정부가 자문위 의견도 무시하고 검찰개혁 취지에 역행하는 법안을 일방적으로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반발해 전날 사퇴했다. 자문위원들은 "추진단이 자문위를 들러리 세워 국민들을 속이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며 "공소청 검사가 수사 개시 단계부터 중수청의 수사를 전방위로 통제하고 지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