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 수급 비상…시민 헌혈 참여가 환자의 희망”
- 올해 초 취임… 공급 대책 마련 고심
- 헌혈버스·4050 참여 확대 등 매진
이기훈 대한적십자사 부산혈액원장은 부산을 ‘영남권 혈액 수급을 책임지는 최전선’이라고 표현했다. 부산 울산 경남은 물론 대구 경북까지 아우르는 권역 책임혈액원장으로 새해 부임한 그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이자 시민의식이 성숙한 부산에서 근무하게 돼 큰 영광이며 동시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원장이 부임 직후 마주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현재 부산지역 혈액 보유량은 보건복지부 권장 기준인 5일분을 크게 밑도는 2~3일 수준이다. 이 원장은 “매년 동절기에는 혈액 수급이 어려웠지만 올해는 특히 상황이 엄중하다”며 “의정 갈등이 마무리되며 미뤄졌던 수술과 치료가 한꺼번에 늘어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혈액원은 현재 권역 내 대형병원과 긴밀히 협조해 선별적 제한 공급을 시행하며 하루하루 비상수급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 원장은 혈액 수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시민 참여 확대’를 가장 먼저 꼽았다. “헌혈은 공공정책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없으면 단 하루도 버틸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부산혈액원은 문자 발송, 언론 홍보, 각종 캠페인을 병행하며 시민에게 헌혈의 필요성을 알리고 있다. 이 원장은 “헌혈은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직접적인 행동”이라며 “가까운 헌혈의 집이나 헌혈차량을 찾아 한 번만 용기를 내 달라”고 호소했다.
헌혈 인프라 확충도 주요 과제다. 이 원장은 헌혈자가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시대가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헌혈자를 찾아나서는 혈액원이 되기 위한 일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부산혈액원은 지난해 명지 헌혈센터를 개소해 중장년층과 지역 주민의 접근성을 높였고 아파트 단지와 직장으로 직접 찾아가는 단체 헌혈버스 운영도 확대하고 있다. 다만 인력과 근무체계 조정이 필요한 만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임 울산혈액원장 시절 지역 프로축구단과 협업해 헌혈 참여를 끌어올린 경험도 부산에서 이어갈 계획이다. 이 원장은 “지역 인기 스포츠 구단은 시민과 가장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는 접점”이라며 “헌혈과 기업의 사회공헌을 결합해 시민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야구를 비롯해 스포츠 자산이 풍부한 부산의 특성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고령화로 인한 헌혈 인구 감소도 피할 수 없는 주요 현안이다. 고령화와 출산율 하락으로 헌혈의 주축인 10, 20대 인구는 줄어들고 수혈이 필요한 고령 인구는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기존 학생과 군인 중심의 헌혈 구조를 벗어나 중장년층 참여 확대를 꾀하고 있다. 가족 중심 캠페인, 공직자 헌혈의 날, 지역화폐와 연계한 인센티브 등 지역 맞춤형 방안을 통해 헌혈의 저변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혈액원의 중장기 미래를 좌우할 혈액원 이전 사업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하는 것도 당면한 중요 과제다. 50년 가까운 전포동 시대를 마무리하고 사상구 학장동으로 이전하는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총사업비 500억 원이 넘는 이 사업은 올해 설계를 마무리하고 내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노후화된 시설과 좁은 공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혈액 수급과 혈액 품질관리사업도 안정화될 전망이다.
“진부한 이야기 같지만 헌혈은 이웃의 생명을 살리는 가장 고귀한 활동입니다. AI 시대를 살면서도 아직 인간의 혈액을 대체할 물질을 만들지 못했고 상용화는 더더욱 먼 이야기입니다. 시민 여러분의 헌혈, 혈액만이 병원에서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그 가족의 희망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이 원장은 진부하지 않은, 진심을 담은 마지막 호소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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