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귀신고래’ 침몰…세계최대 울산 먼바다 해상풍력 조성사업 ‘철수’

조혜정 기자 2026. 1. 14. 19:5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내 1호 부유식 발전사업자’
‘바다에너지’, 사업 청산 절차
정권마다 바뀌는 에너지 기조
사업성 악화 등 복합적 작용
기투자 1000억 전액 매몰 처리
부유식 해상풍력 이미지
울산 먼바다에 12조원을 투자해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하려던 바다에너지가 끝내 사업 '청산' 절차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최소 1,000억원을 투자했지만 전액 매몰비용 처리한 채 사업에서 완전히 손 뗀다는 측면에서 국내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의 불확실성을 둘러싼 충격파가 제법 크다.

# 부유식 해상풍력 전반 투자 리스크 현실화

14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바다에너지는 작년 연말께 울산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추진해 온 '귀신고래 프로젝트'를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매도하는 게 아니라, 정부에 '발전사업자' 허가를 아예 반납하는 수순을 밟는 내용이다.

귀신고래 프로젝트는 울산항 동쪽 60㎞ 해상에 약 12조원을 투자해 1.5GW 규모의 부유식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애초 사업 목표는 2030년 상업운전 개시였지만, 이젠 귀신고래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설립된 특목적법인(SPC) 바다에너지를 청산하는 게 목표가 됐다. SPC 청산에 소요되는 복잡 다단한 절차를 감안할 때 발전사업자 허가 반납시기는 올해 하반기로 전망된다. 현재 바다에너지에는 △해상풍력발전 전문 글로벌 기업 '코리오 제네레이션'(42.5%) △프랑스계 글로벌 에너지기업 '토탈'(42.5%) △SK그룹 계열의 친환경·신재생에너지기업 'SK에코플랜트'(15%)가 주주로 참여 중이다.

특히 바다에너지는 지난 2021년 7월,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로부터 발전사업자 인가받으며 '국내 1호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사업자'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당시만해도 울산 먼바다에 추진 중이던 △반딧불이(750㎿) △해울이(1.5GW) △한국부유식풍력(1.125㎿) △문무바람(1.26GW)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 등 6개 프로젝트 중 추진 속도가 가장 빨랐다.

현재 바다에너지는 부유식인 '귀신고래' 프로젝트 말고도, 고정식인 전남 '맹골도'(600㎿)·'거문도'(500㎿) 프로젝트도 함께 추진 중이다. 맹골도 프로젝트는 청산이 아닌 매각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거문도 프로젝트는 풍황계측계(라이더) 설치를 제외하곤 진척된 게 없어 따로 청산 또는 매각절차 없이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바다에너지가 귀신고래 프로젝트를 청산하기로 결정한 건 불확실성에 따른 사업성 부족 문제가 가장 컸다. 프로젝트 수익률이 어림잡아 7~8%는 되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경제성을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성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사업 초기 약 9조원으로 계획했던 귀신고래 투자 규모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면전을 잇따라 겪는 동안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되면서 최소 12조원으로 불어났다.

#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모델 전체 '중대 기로'

부유식 해상풍력은 문재인 정권 때만해도 '탄소 없는 바다 위 유전(油田)'이라 극찬받았지만, 윤석열 정부들어선 원전에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인·허가에 속도가 붙지않았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론 '비싼 전력'으로 치부되고 있다. 즉, 정권 교체 때마다 국가 에너지정책 기조도 매번 바뀌는 통에 사업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앞서 노르웨이 국영 에너지기업 에퀴노르가 울산항 남동쪽 58㎞ 해상에 1조7,000억원을 투자해 추진 중이던 '반딧불이'(750㎿) 프로젝트가 최종 불발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에퀴노르는 '부유식 해상풍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20년간 고정가격에 판매'(REC)하는 계약의 최종 기한을 맞추지 못하면서 향후 5년간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REC 경쟁입찰에서 참여 제한을 받게 됐다.

사용종료된 동해가스전을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플랫폼으로 재활용하는 '동해1 부유식해상풍력발전'(200㎿·1조7,000억원) 사업도 답보 상태다. 한국석유공사와 공동 주주로 참여 중인 에퀴노르가 환경영향평가 착수에 소요되는 자금집행 승인 의사결정을 1년째 미뤄오고 있다는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유식 해상풍력업계에서 귀신고래 프로젝트는 '1호 발전사업자', 반딧불이 프로젝트는 '1호 REC 사업자 선정'이라는 각각의 상징성을 가진 탑티어"라며 "바다에너지가 작년 하반기들어 'REC 경쟁입찰에 귀신고래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산업부에 전달했고, 에퀴노르도 비슷한 시기부터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사업 자금집행 승인을 미뤄왔다고 전해들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두 프로젝트 사업자의 행보는 정부 에너지정책 혼선이 산업 현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로 해외 투자사들 뇌리에 기억될 것"이라며 "최소 60조원이 투입돼 '국내 최초·세계 최대'(6.2GW) 규모 해상발전소가 건립될 것으로 주목받아온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모델은 현재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라고 착잡해했다.

조혜정 기자 (jhj74@ius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