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아시안게임 10년, 이제야 피어나는 체육 유산의 꽃

박판순 2026. 1. 1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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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인천시의회 제305회 제2차 정례회에서 '인천체육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예산 3억 원이 확보됐다. 이는 2014년 10월 인천아시아경기대회(인천AG)가 막을 내린 지 11년 2개월여 만에 거둔, 조직 구성과 관련한 유일한 마중물 예산이다. 대회 현장에서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뛰었던 일원 중 한 명으로서, 이 소식을 접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필자는 지난 2023년 시의회 본회의 시정질의를 통해 대회 유산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을 전달하며 인천AG 유산사업을 전담할 기념재단 설립의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다. 이후 시의회 간담회와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센터 설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비록 출연 재단법인 설립이 어렵다는 인천시의 의견에 따라 단기적 대안인 연구센터로 출발하게 됐으나, 이는 유산 계승을 향한 소중한 첫걸음이다.

되돌아보면 인천AG는 아시아 45개 회원국이 모두 참여한 무사고 대회였고, ISO 친환경 국제인증을 받은 저탄소 대회였으며, 260여억 원의 운영수익을 남긴 흑자 대회였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최초로 국가가 아닌 지자체가 직접 유치하고 준비해낸 국제종합스포츠 이벤트라는 점에서 그 가치가 남다르다. 지구촌과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가 인정한 성공적인 대회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하는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대회 종료 후 재정 문제와 법적 분쟁, 조직 정비 등이 겹치면서 유무형의 자산을 계승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 사이 대회 당시의 열정과 함성은 잊혀갔고, 시민들이 체감할 만한 유산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2015년 건립 예정이었던 기념관과 기념공원 사업은 감사원 감사와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약 187억 원)로 인해 재원과 타이밍을 모두 놓치고 말았다.

다른 대회들의 사례를 보면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대회 잉여금과 IOC 출연금을 바탕으로 두 개의 기념재단을 설립해 유산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1988 서울올림픽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을, 2002 부산AG는 부산지방공단스포원을 통해 대회의 정신과 자산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 역시 2017년부터 체육계와 시민단체, 언론계가 모여 인천AG의 재평가와 유산사업 추진을 촉구해왔다.

긴 소송 끝에 2021년 대법원 최종 승소로 환급받은 168억 원의 잉여금은 유산사업의 핵심 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인천시는 이를 일반회계로 세입 처리하며 일회성 음악회나 경기장 건립에 주로 사용했고, 전담 조직 구성 등 본질적인 유산사업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인천체육연구센터 설립 예산이 확보된 것은 늦었지만 천만다행이다. 앞으로 센터는 인천AG 유산의 보전과 전수, 스포츠 융합 발전 방안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단순히 연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연간 2천 500억여 원에 달하는 인천시 체육 행정을 정밀하게 분석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국제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위한 전문 컨설팅 역량 구축, 지역 스포츠 산업 생태계 연계, 시민 맞춤형 생활체육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아시안게임 경기장의 지속 가능한 활용 전략 수립 등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평창이 400여억 원의 재원으로 재단을 운영하는 것에 비하면, 인천AG 잉여금의 2%도 안 되는 3억 원의 예산으로 연구원 부설 센터로 출발하는 현실은 분명 아쉽다. 그러나 이 좁은 문을 통해 인천AG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시민들의 자긍심을 회복할 기회가 열렸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길고 험난한 과정을 거쳐 출발하는 만큼, 인천체육연구센터는 인천이 쌓아온 경험과 시민들의 참여가 헛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유산 관리에 매진해야 한다. 비록 시작은 늦었으나, 이제라도 제대로 된 행보를 통해 인천아시안게임의 진정한 유산이 꽃피우기를 간절히 바란다.

박판순 인천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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