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값만 따로 표시?…카페 사장님들이 반발한 이유

정부가 환경 보호 정책의 일환으로 일회용 컵 비용을 영수증에 별도로 표기하는 '컵 가격 표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간 세종과 제주에서 시범 시행한 컵 보증금 제도의 효과가 미미하다며 새로운 대책 검토에 나선 겁니다.
이미 대부분의 커피 전문점에서 음료 값에 컵 가격을 반영하고 있는 만큼 영수증에 '컵 가격'만 별도로 표기해 컵을 유상 구매한다는 점을 부각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보겠다는 취지입니다.
애당초 지난해 말 대책을 제시한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컵 가격 계산제'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컵 가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만큼 올해 들어 용어를 '컵 가격 표시제'로 바꾼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가 아닌 소규모로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대부분은 "플라스틱을 줄이자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왜 그런지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매장에서 마시는 분들은 어떡하라는 건가요?"
서울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권오성 씨. 평소 환경 정책 등에 관심이 많다는 권 씨는 손님들이 텀블러 등 개인 컵을 이용해 커피를 포장할 경우 300원을 할인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참여하는 손님이 저조해 100명 중 2명 정도만 할인 혜택을 받고 있다는 게 권 씨 설명입니다.
권 씨는 '컵 가격 표시제'가 도입될 경우 빚어질 혼선은 매장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매장에서 커피 등 음료를 마시는 손님의 경우 컵값을 할인해달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엔 어떻게 해야 하냐는 겁니다.
매장 이용 손님에게 할인을 해주자니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그렇다고 금액을 그대로 유지하자니 '플라스틱 컵도 사용 안 했는데 왜 컵값을 내야 하냐'는 문제 제기를 그대로 방치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질 거라는 겁니다.

■ 컵값은 '100~200원' 최저선만? "가격 경쟁 부를 것"
그렇다면 컵 가격은 얼마로 설정될까요? 정부는 '100~200원'의 최저선만 정하고 실제 컵값은 매장에서 자율적으로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경우 '컵값'이 가격 경쟁의 요인이 될 수 있어 결국 음료 값이 오를 수 있다는 게 커피 업계 측 입장입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바로 옆 매장에서 컵값을 500원으로 설정하면 다른 매장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이 과정에서 손해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 음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이 점주 16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7%가 “제도 시행 시 판매 가격을 올리겠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원두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부담입니다. 원두는 달러로 들여오기 때문에 환율이 높아질수록 원가 부담이 더 많이 늘어나는 품목 중 하나인데, 국내 커피 업계는 원두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새해 들어 일부 프랜차이즈와 저가를 내세운 커피 브랜드들이 커피 가격을 줄줄이 인상하면서 업계 전반의 커피 값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이 와중에 '컵 가격 표시제'까지 시행될 경우 결과적으로 소비자 체감 부담이 커질 수 있습니다.
■ 자영업자 비판에 정부 간담회…"의견 충분히 수렴"
제도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비판이 이어지자, 정부는 '컵 가격 표시 표시제' 간담회를 열고 업계 의견을 청취했습니다.
간담회에선 "키오스크에 컵 가격을 표시하려면 카페 업주가 수정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다" "원두 가격에 고환율까지 겹쳐 안 그래도 힘든 자영업자들을 더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기후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아직 제도와 관련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았다"며 "업계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컵 가격 표시제 도입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정책의 일관성에 대한 쓴소리도 했습니다. 과거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정책의 일환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 플라스틱 빨대 금지, 종이컵 사용 금지 등 조치를 하거나 예고했지만, 결국 유예되거나 철회되는 경우가 많아 혼란만 키웠다는 겁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자영업자는 "정책이 계속 바뀌다 보니 '어차피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까지 했습니다.
탈(脫) 플라스틱은 전 세계적인 흐름인 만큼 '컵값 표시제'의 방향성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할 겁니다. 앞선 정책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제도의 현실성을 높이는 설계가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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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락규 기자 (rockyou@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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